<열반이란 마음의 상태이다-달라이라마와 도올선생의 대담>
“아까 불교를 심리학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심리학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마음의 평화입니다.”
달라이라마의 대답은 정말 정갈했다. 그는 될 수 있으면 어려운 불교용어를 피해가며 말한다.
“마음의 평화란 열반(涅槃, nirvāṇa)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것은 존재가 아닙니까?”
“그것은 분명 존재가 아닙니다. 열반에 들었다고 하는 표현이 열반이라는 존재가 있고, 그 존재 속으로 내가 들어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열반은 어떠한 경우에도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존재론적 실체(ontological entity)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열반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마음의 상태(state of mind)입니다【Actually, nirvana is completely the purified state of one's own mind. It is the ultimate nature of mind that has removed all afflictive emotions. His Holiness the Dalai Lama, The Transformed Mind (New Delhi : Penguin Books India, 1999), p.181.】.”
“열반이 마음의 상태라고 규정하신다면,
우리가 열반적정(涅槃寂靜)의 마음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면 번뇌도 곧 보리가 되는 것이므로, 윤회도 사라져버릴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어떠한 마음의 상태에 이르든지 간에 그 마음의 상태가 윤회하는 것입니다. 윤회하는 것은 마음입니다.”
“그렇다면 열반이 해탈(解脫, mokṣa)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열반이 해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열반은 무주처열반(無住處涅槃, apratiṣṭhita-nirvāṇa)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깨달음의 세계에도 미망의 세계에도 안주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대승 보살의 정신을 말씀하고 계시군요!”
“그렇습니다.”
“성하께서는 해탈을 원하십니까? 윤회를 원하십니까?”
“나는 해탈을 원하지 않습니다. 해탈이 마음의 모든 것의 완전한 중지이며, 무(nothingness)라고 한다면 나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삼사라(윤회)가 더 좋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훨씬 더 재미있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크게 너털웃음을 지었다. 나도 또 다시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달라이 라마의 진리관>
절대적 진리는 없습니다. 물론 일부 대승경전에 보면 절대적이고 영원한 진리라는 말들이 나옵니다만, 이것은 방편설로 도입된 걸로 생각합니다. 불타의 깨달음이 연기(緣起)인 한에 있어서 절대적인 진리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영어로 ‘앱솔루트 트루쓰’(Absolute Truth)라고 말할 때 이미 우리는 그 말이 지닌 인식의 포로가 되어버립니다. 마치 절대적 진리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그리고 이 우주에는 절대적인 그 무엇이 꼭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어떤 공포감이나 중압감의 포로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유일신론적 사유가 지어낸 서구적 발상의 일대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신이란 존재와 소통한다는 영지주의Gnoticism 발상의 배경에도 거대한 착각이 깔려 있습니다. 이 우주에는 절대적 진리가 있으며 그 절대적 진리를 매개하는 절대적 지식이 있다. 이 절대적 지식 즉 그노시스(Gnosis,영지)를 얻기만 하면 우주의 모든 신비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류의 사유는 이미 절대적 진리나 절대적 지식을 실체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절대론이 모든 신비주의의 함정입니다. 이것이 서구 신비주의의 한계이지요. 도대체 ‘절대적 진리’라는 말 자체를 곰곰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냥 절대적이라는 말을 우상화해 버립니다. 도대체 어떻게 진리라는 것이 모든 상대적 관계를 단절시키는 절대 독립적인 실체일 수가 있습니까? 바로 나가르쥬나의 공사상은 이러한 사유를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찰나일 뿐인데, 이 잠깐 동안의 삶에 있어서 그다지도 애타게 절대에 집착을 해야만 한단 말입니까? 『대반열반경』에 나오는 석가여래의 마지막 말씀이 무엇이었습니까?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한마디가 그의 전 생애를 마감하는 최후의 일성이었습니다. 불교에 있어서 구태여 절대적 진리를 말하자면 ‘공’(śūnya)이라는 한마디 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공이라는 것을 또 하나의 절대적 실체로 생각하면 그것은 공이 아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