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폴성당] 몰래 세운 돔, 알려진 이야기와 다른 결말
도심구경을 하면서 시티오브런던의 중심으로 접어들었더니 거대한 세인트폴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 큰 성당은 템즈강 건너편에서도 보일정도로 성당 근방의 스카이라인을 제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좀 고색창연한 느낌이 드는 고전주의적 건축물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걸어다니기엔 좀 먼거리긴 하지만 서쪽으로 내셔널갤러리와 영국박물관이 있는 지역이고 남쪽은 템즈강이었다. 세인트폴 성당에서 남쪽으로 템즈강을 건널 수 있는 밀레니엄다리를 건너면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세익스피어의 글로브 극장을 갈 수 있다.
성당 앞쪽은 차량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복잡한 거리에 공원처럼 잔디밭과 가로수들이 심어져 있고 뒷편으로 가보면 일반 건물들과의 사이에 난 한적한 골목길을 만날 수 있었다. 성당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난 뒤 내부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현재 영국의 국왕은 찰스 3세이다. 세인트폴대성당을 세우기로 결정하기로 한 사람은 찰스 2세였다. 이 때는 1666년의 런던대화재로 런던이 거의 잿더미로 바뀐 상황이었고 예전 세인트폴성당도 이때 전소되었다. 때문에 왕권을 회복하고 런던을 재건하여 국가 위신을 세우기 위한 상징적인 작업으로 세인트폴대성당 건축이 계획되었다.
건축을 담당하는 건축가는 크리스토퍼 렌으로 성당건축을 통해 도시 전체를 재설계하려고 시도했다. 특히 가톨릭과 성공회의 갈등이 사회문제로 등장했기 때문에 영국성공회의 중심으로서의 위상을 세울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찰스2세와 크리스토퍼 렌은 세인트폴대성당을 성베드로대성당에 맞먹는 규모의 거대한 성당으로 짓기로 하고 이를 위해 돔도 강조하기로 하였다.
이 돔이 문제였다.
알려진 이야기로는 애초에 크리스토버 렌이 설계한 성베드로성당을 닮은 바로크스타일의 거대한 돔을 보수적인 영국 성공회에서 반대를 하고 둥근 돔이 아니라 종형에 가까운 길쭉한 지붕으로 좀 작은 크기로 설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크리스토퍼 렌은 공사현장을 장막으로 가려놓고 몰래 공사를 진행하여 끝내 바로크 스타일의 둥글고 커다란 돔으로 완성시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이야기는 좀 과장된 내용이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건축기간이 35년이나 걸린 건물의 돔을 숨기고 몰래 건축하기란 어려운 일이고, 당시 건축의 특성상 당초 설계가 있더라도 건축가의 재량범위가 넓어서 다른 형태의 돔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럼 그런 헛된 이야기는 왜 나왔을까?
그것은 아마도 사람들이 선과 악의 대결이라든지 진보와 보수의 대립같은 경쟁적 구도의 스토리를 즐겨 만들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일 거라는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래도 어쨋든 돔의 형태는 보수적인 성공회 성직자들이 바라는 대로 종형의 좁은 지붕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성베드로성당을 닮은 둥글고 거대한 바로크스타일로 완성되었다.
그렇다 해도 돔의 건축과 관련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피렌체 두오모의 거대한 돔을 만들때도 비밀스런 스토리들이 있었지만 세인트폴의 돔도 바깥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진정한 돔의 구조는 판테온과 하기야 소피아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았다.
피렌체 두오모의 돔 건축이 혁신적이라고는 하나 결국 완전한 원형이 아닌 팔각형 형태의 돔 외부와 내부의 힘을 받는 천정을 새로 세우는 2중구조였다. 세인트폴성당의 돔도 비슷한 아이디어였는데 심지어 하나가 더 추가된 3중구조로 건축되었다.
런던의 스카이라인 전체를 염두에 두고 돔을 건축하던 크리스토퍼 렌이 고민하는 문제는 세인트폴 돔의 외관은 웅장하고 높아야 하고, 내부는 균형 잡히고 안정적이어야 하며 구조적으로는 무너지지 않아야 했다. 이를 위해 3중구조를 채택했는데 균형과는 관계없는 성당 내부에서 보이는 천장, 이 내부천장의 바깥에 벽돌로 하중을 받치는 원뿔형태의 돔, 그리고 바깥에서 보이는 원형의 거대한 돔의 형태로 건축되었다.
핵심은 중간에 끼어 있는 원뿔형태의 하중을 지탱해 주는 돔이었다. 그 덕분에 바깥에서 보면 거대한 원형 돔이어서 내부 공간이 커다랄 것으로 예상하지만 막상 전망대에 오르면서 보게 되는 사다리 통로는 매우 비좁았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천정이 높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늘어선 기둥들로 라틴십자가의 형태로 된 구조의 넓은 예배공간을 볼 수 있다.
흰 대리석의 높은 구조의 성당은 위엄은 갖추되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아무래도 영국적 색채가 드러나는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돔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돔의 3중구조 덕분에 비좁은 가파르고 비좁은 통로를 힘들게 올라야 했다.
숨을 헐떡이며 땀을 닦고 돔 전망대로 올라가 밖으로 나가면 다음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돔 전망대는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있어 템즈강이 아주 가깝게 내려다 보였다.
이정도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종교적 역할뿐만 아니라 전망대 역할도 매우 훌륭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멀리 템즈강 너머 남동쪽으로 더 샤드(The Shard)가 보인다.
밀레니엄 다리를 건너 테이트모던까지의 경로가 손에 잡힐듯 시야에
세인트폴대성당 돔 전망대에서는 시티오브런던을 채우고 있는 역사적 건물들과 오래된 일반 거주구역도 아래쪽으로 보인다.
런던아이에서도 유난히 잘 보이는 세인트폴대성당의 둥글고 커다란 돔은 과연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메인 축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인가 The Shard를 지을 때에도 세인트폴로부터 시작되는 스카이 라인을 훼손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었다.
당초 설계와는 다른 돔이 들어셨지만 오히려 현대 런던에 더 어울리는 모습을 갖게 된 세인트폴대성당은 중세이후의 건축물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라인마저 극적으로 회자되면서 영국인의 기질과 역사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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