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펼쳐진 불국정토 ’닫집‘
사찰에서 '닫집'은 법당의 불단(佛壇) 위에 천장에 매달려 부처님을 장엄하고 있는 집 형태의 조형물이다. 하늘 덮개라는 뜻으로 ‘천개(天蓋)’라고도 하고, 또는 당나라 사찰에서 유래되었다 하여 ‘당가(唐家)’라고도 한다. 장엄물로 만어놓은 ’닫집‘은 전통 건축미와 공예미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닫집‘은 주로 사찰 법당의 불상 위나 궁궐의 어좌 위에 조성돼 있다. 닫집의 ‘닫’은 ‘따로’라는 옛말로, 닫집은 ‘따로 지어놓은 집’이란 뜻이다. 이 닫집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던 산개(傘蓋)나 일산(日傘)에서 비롯돼 천장을 장식하는 장엄물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는 더운 나라여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할 때는 햇볕을 가리기 위해 산개(傘蓋)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후에 닫집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에는 천으로 만들어졌으나 점차 목재를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모양도 처음엔 연화(蓮華)를 본떴으나, 나중에는 4각형 ·6각형 ·8각형 ·원형 등 여러 가지가 나타났다.
법당의 닫집은 부처의 세계인 불국정토, 극락세계의 궁전을 가리키는 적멸궁, 칠보궁, 만월궁, 내원궁 등을 상징한다. 이러한 닫집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인다. 형태에 따라 닫집은 보궁형(寶宮形), 운궁형(雲宮形), 보개형(寶蓋形)으로 나눈다. 시대별로는 보개형에서 운궁형, 보궁형으로 발전해왔다.
보궁형은 공포를 짜 올려 천장과 별도로 독립된 집 모양을 만들어 설치하는 형식이다. 현재 가장 많이 남아있는 닫집 형태이다. 공포 아래에는 짧은 기둥이 달려 있는데 이를 헛기둥(虛柱)이라고 부른다.
운궁형은 공포를 짜 올리지 않고 장식판재 등으로 구획을 짓고 안쪽에 극락조, 오색구름, 용, 봉황 등 길상의 상징물들을 장식하여 화려함을 연출한다.
보개형은 천장 일부를 감실처럼 속으로 밀어 넣은 형태로 설치된다. 특별한 장식물 없이 용이나 봉황 등을 단청으로 장식하고, 천장 속 공간의 사면에 공포 모형을 짜 넣어 집 모양을 만들고 있다. 고려 후기와 조선 초기에 지은 법당에서 볼 수 있는 초기 닫집 형태이다.
<영남일보, 산사 미학(칼럼)>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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