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을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질 시간입니다.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다워지는 곳, 화성행궁의 야간개장 ‘달빛정담 情談’을 놓칠 수가 없지요. 수원화성 곳곳에는 4대문(창룡문, 화서문, 장안문, 팔달문)이 자리하고 있는데 팔달문에서 화서문에 이르는 성곽은 팔달산 능선을 따라 축성되어 있습니다. 이 아래에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화성행궁이 있지요. 천천히 함께 둘러볼까요?
○ 주소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남창동 6-2)
○ 관람시간 : 매일 09:00 - 18:00 연중무휴
○ 입장료 : 어른 1,500원(통합권 3,500원) / 군인, 청소년 1,000원(통합권 2,000원) / 초등학생 700원(통합권 800원)
○ 화성행궁 야간개장 달빛정담 情談
- 관람기간 : 2021. 5. 1.(토) ~ 10. 31.(일) 기간 중 매주 수~일요일
- 관람시간 18:00 - 21:30 (21:00 매표 및 입장 마감)
- 입장료 : 어른 1,500원 / 군인,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700원
▼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4대문과 화성행궁의 위치를 표시해 두었습니다. (그림 출처: 수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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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야간개장 ‘달빛정담(情談)’
효성이 지극했던 정조대왕은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의 묘소를 현륭원으로 옮기면서 수원 신도시를 건설하고 수원화성 성곽을 축조하면서 화성행궁을 건립했습니다. 화성행궁은 화성 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조선 행궁 중 규모나 기능면에서 단연 으뜸으로 꼽힙니다. 평상시에는 수원부 관아로 사용되다가 정조대왕 행차 시에는 화성행궁에서 머무르며, 진찬연 및 과거시험 등 여러 행사를 거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낙남헌을 제외한 시설이 일제의 민족문화와 역사 말살 정책으로 사라졌습니다.
1996년 1단계 복원공사가 시작되어 2003년 10월, 일반에게 공개되었으며, 현재도 복원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한류의 중심지로 ‘대장금’, ‘이산’, ‘왕의 남자’,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화성행궁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습니다. [출처: 화성행궁 문화재 안내문]
화성행궁 앞, 너른 광장(행궁 광장)은 수원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선선해진 오후에 이곳엔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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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붉은 기둥이 보이시나요? 이는 능·원·묘·궁전 또는 관아 따위의 정면에 세우는 나무 문인 '홍살문'입니다. ‘홍살문’이라는 이름은 붉은색으로 칠한 기둥과 상부에 설치한 화살 모양의 나무 살 때문인데요. 붉은색은 악귀를 물리치고 화살은 나쁜 액운을 화살 또는 삼지창으로 공격한다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여겨집니다. [참고: 두산백과]
홍살문 뒤로 보이는 ‘신풍루(新豊樓)’는 화성행궁의 정문으로 ‘임금님의 새로운 고향(신풍)’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풍루를 지나면 좌익루, 중양문을 넘어 ‘봉수당’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봉수당’은 화성행궁의 정전이자, 가장 위상이 높은 건물로 추후 다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홍살문과 신풍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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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수당 바로 앞을 지키는 내삼문인 ‘중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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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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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한정[未老閒亭]과 내포사[內鋪舍]
넓고 낯선 궁궐에서는 종종 길을 잃고 헤매게 됩니다. 사방으로 놓여있는 문과 건물들 사이에서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반짝이는 청사초롱 불빛을 쫓아가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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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정원 같은 언덕을 오르면 궁궐과 수원 시내가 한눈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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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보이는 작은 정자의 이름이 바로 ‘미로한정’인데요. ‘미로한정’은 수원읍을 팔달산 아래로 이전한 이후에 지어졌는데 처음엔 ‘육면정’이라는 이름이었으나, ‘미로한정’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아들 순조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수원에 내려와 한가하게 노년을 즐기고자 했던 정조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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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한정 왼쪽에 난 길을 따라 걸어가 보면 내포사(內鋪舍)라는 건물이 나오는데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행궁에 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하던 군사시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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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궁궐에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합니다. 밤의 궁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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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내려오면 득중정(得中亭), 노래당(老來堂), 낙남헌(洛南轩)이라는 건물을 차례대로 만나게 됩니다. ‘낙남헌’은 화성행궁에서 공식행사나 연회를 열 때 사용되었는데 벽이 없는 구조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일제강점기에도 훼손되지 않고 원형이 잘 보존된 건축물로 특별하지요.
▼ 낙남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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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득중정, 활을 쏘는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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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령전[華寧殿]
화령전은 정조대왕의 어진(초상화)을 모시기 위해 순조 1년에 세운 건축물로 화성행궁의 다른 건물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중앙에는 정조 어진을 모신 합자를 두고, 좌우에 있는 익실에는 정조가 편찬한 책과 제사에 쓰는 물품을 보관했습니다.
▼ 화령전 정전(운한각 雲漢閣, 보물 제2035호), 1801년(순조 1) 창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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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의 어진(초상화), 원래 모셔져 있던 어진은 1954년 부산 피난처에서 소실, 2004년에 다시 그린 표준 영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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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당[奉壽堂]
화성행궁의 정전이자 가장 위상이 높은 건물로 고을 수령이 나랏일을 살피는 동헌으로 지어졌습니다. 처음 이름은 ‘장남헌’이었으나 1975년 정조대왕이 이곳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진찬연)을 열었고, 그 계기로 ‘봉수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요. 궁궐에서 대비나 상왕이 머무는 건물에 壽(목숨 수)자나 長 (길 장)자를 붙이는 전통이 있어, 혜경궁 홍씨의 장수를 기원하며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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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실제로 머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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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마다 다양하게 연출해 둔 덕분에 당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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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장하는 상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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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내당, 수원읍 고을 수령과 가족이 거처하는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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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의 수라와 잔치 음식을 준비하던 ‘수라간’.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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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여택(維與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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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정리소, 임금이 행차 시 화성행궁의 행사를 담당하는 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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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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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악기 ‘특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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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을 둘러보고 나오니 어느덧 캄캄한 밤이 되었습니다. 밤의 궁궐과 어우러진 '달'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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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매년 가을에는 이곳에서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리는데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과 ‘혜경궁 홍씨 진찬연’ 등의 전통 재현행사 등 다채로운 공연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축제입니다. 작년에는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제57회 수원화성문화제'가 취소되었습니다. 공연을 기대했던 저도 이렇게 아쉬운데 일년에 한 번 뿐인 큰 행사를 준비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허탈할까 생각이 듭니다. ‘제58회 수원화성문화제’는 2021. 10. 8(금) ~ 10(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작년처럼 취소되지 않고 다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