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써니 영화는 여고동창들과 보면 좋다는데
동창이 여기 없으니 당신이 동창이 되주고 같이 보러가자".
스승의 날 만났던 백향이가
영화 '써니'를 보고 웃다 울다 했다며 꼭 보란다.
우리들이 사복입고 다니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라서
그래서 여고동창들과 보면 더 재미있을 영화라고 했다.
한 신문에서 '써니'에 대한 평론을 읽었던 것을 떠올리며 보고 싶었다.
남편과 나는 동갑이다.
65년 뱀띠
대학교 우리과에 남편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가 2명이 있어서
(물론 결혼하기로 한 다음에 알게 되었지만)
더욱 친구같다.
영화를 같이 보자는 내 말에 남편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2년 전에 이선희 콘서트에 가자고 했을 때와 같이.....
남편과 콘서트에 한 번 가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에 결국 콘서트에 갔지만 ,
그래서 가끔 이야기 할 때면 납치당해서 갔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
지금은 이선희 노래를 블로그에서 찾아 들을 때가 있다.
지난 일요일에 볼 계획이었으나 이런 저런 일이 많이 생겨서 못 보았고
월요일엔 꼭 보려고 하루종일 서둘러 할 일 들을 어느 정도 해놓고
영화 시간을 알아보았다.
결국 9시 마지막 상영시간에 맞추어 영화관으로 온 남편과 같이 보았다.
고마웠다. 요즘 몹시 피곤한 일이 많은데 ......
옆에 나란히 앉았지만
영화가 시작된 후에는
각자 다녔던 여고, 남고시절을 떠올리면서 보았을 것은 자명하다.
영화에서 미술실이 나오며 그림그리는 장면이 있어 귀찮게 한 것이 덜 미안했다.
남편은 아마도 고등학교 때 미술실에서 그림 그렸던 기억이 새삼스러웠을 것 같다.
대전의 청란여고가 내가 다닌 학교다.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교복이 없어지고 자유복장이 되었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팝송도 그 시절에 많이 듣던 것이고
우리 동창 중에서 미스코리아도 나왔다.
그 때 사복이 시작되며 옷에만 신경쓰던 아이들, 7공주파니 하며 놀았던 아이들도 있었던 것 같고
학교 축제, 체육대회, 무용대회, 가장행렬, 합창대회도 있었다.
등장 인물들과 비숫한 친구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현재를 다르게 살게 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다가 그냥 눈물 콧물이 나기도 했다.
교육대학을 함께 나온 친구들은 거의 비숫한 모습으로 산다.
남편따라 미국과 중국에 사는 친구들도 있지만
학교를 퇴직한 친구도 있고
교직에 있는 친구들도
교직에 대한 저마다 다른 철학으로 다양한 목표와 생활모습으로 산다.
'내 인생의 주인공'
영화속에서 다시 새겨보는 말이다.
주인공의 여정에 푹 빠지다 보니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이 생각났다.
"싱클레어가 자신을 찾으면서 사라진 데미안은 싱클레어 자신이었어" 라고
설명해 주었던 친구가 그립다.
그 친구의 영향으로 나의 무지를 깨닫고는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는데......
나도 졸업앨범을 찾아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