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종에게 성령의 체험적 영성이 나타난다. 어느 해 이세종은 이상한 열병을 앓는다.
노라복 선교사가 찾아와 광주 제중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워낙 약을 쓰지 않는 것이
이세종의 주장이라 데리고 갈 수가 없었다.
추운 밤에 말없이 누워 있던 이세종의 몸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이세종은 벌떡 일어나더니
꽁꽁 얼어붙은 연못가의 물을 퍼서 자기 몸에 붓기시작했다. 그리고 정자나무 아래에서
신비스러운 빛속에서 예수의 얼굴 반면(半面)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열병은 어느 새
흔적도 없이 완쾌되었다. 이 체험이 있은 후 이세종은 말하기를 “사람은 누구나 육신으
로는 예수의 형상을 볼 수 없다. 다만 성령의 조명하시는 빛이 내 안에 비칠 때에만 예수를 보아내지,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모세도 하나님의 형상을 그대로 보았다가는 자신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므로
다만 하나님의 등만 보았다고 성경에 말했다.”고 했다.
이세종은 성령의 불을 받고 신적인 빛을 경험했다. 이빛은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하는 모든 것과는
매우 다른 불변하는 빛이며, 동방 수도사 신신학자 시메온이 말하는 신적인 빛과 유사하다.
시메온은 이 빛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하나님을 향한 강한 믿음과 하나님 안에서 진실한 사랑과 희망을 가진 자가 볼 수 있다 고 했다. 동방의 영성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세종이 이러한 신적인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평소에 하나님을 향한 강한 갈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85 이세종, “이세종 설교집,” 28.
86 Julian of Norwich, Edmund Colledge and James Walsh, Showings (New Jersey: Paulist Press,
1978), 294; Gillian T. W. Ahlgren, “Julian of Norwich’s Theology of Eros,” Spiritus 5 (2005),
48-49; 정미현, “다정스런 우리의 어머니 예수: 노르비취의 줄리안을 중심으로,” 「기독교사
상」 45 (2001), 217.
87 Regis J. Armstrong, St. Francis of Assisi: Writings for A Gospel Life (New York: The
Crossroad Publishing Company, 1994), 208. 유은호 | 이세종의 생애와 영성사상에 관한 연구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