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60. 병원 이야기 (12)
토요일이다. 죠셉이 늦잠을 잔다.
환자식이 배달 되었는데도 모른다. 어차피 그걸 먹진 않을 테니 깨우고 싶지 않다.
간호사 센터에 가서 새벽에 채혈한 검사 결과지를 달라고 한다.
아침 수치는 항상 떨어지니 제발 55 밑으로는 내려가지 말았으면 싶다. 기도하는 마음처럼 간절하다.
눈으로 더듬는다. "엉?" 70 이다. 손가락으로 짚으며 다시 확인해 본다. 70 이 맞다.
정상 수치에 반도 안 되는, 결코 높은 수치가 아닌데 왜 이렇게 고마울까? 껑충 올랐다는 게 의미가 있다.
토요일인데도 하링이 오전 근무라고 한다. 이 곳의 병원 시스템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병원에는 의사가 상주하는 게 아니라 전문의는 요일 별 시간 별로 병원을 옮겨다니며 진료를 한다. 때문에 우리는 하링의 근무 시간을 꿰고 있어야 한다.
환자의 입에 맞게 이것저것 정갈하게 음식을 싸들고 돈보스코 내외가 들어온다.
11시가 되자 하링이 병실에 들린다.
그는 우리에게 퇴원하고 싶으냐고 묻는다. 너무 뜻밖의 말에 우리는 모두 의아한다. 더구나 토요일인데.
의사의 말은 혈소판이 이렇게 오르기 시작하면 더 빨리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 가서 입에 맞는 한국 음식을 잘 먹으면 훨씬 효과가 클 수 있단다. 더구나 편하고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는 스트레스를 줄여서 혈소판이 더 올라가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이미 링거라든가 영양 주사로 급한 처방은 다 마쳤으므로 그게 더 낫다고 한다.
아직은 꿈도 못 꾸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퇴원 결정이 되다니!
아, 전화를 빨리 해야 돼. 오늘 병원에 오기로 한 김 공사님. 그리고 점심에 갈비를 구워오겠다고 했던 민이네 집...그리고 또....모두 취소해야 돼."
갑자기 모두가 급해진다. 겅중겅중 보따리를 싸고.
그새 짐이 많이 늘었다. Admitting Section 에 들려 퇴원 수속을 하고 Casher에 가서 입원비를 정산한다.
건강보험이 없으니 입원비가 꽤 많이 나왔다. 어쩔 수 없다. 각오한 일이다.
혈액 정말검사 결과를 보러 한 주 지난 월요일에 다시 병원에 올 것을 약속을 잡고 집으로 간다.
우리를 위해 매일 기도 한다는 분들, 뭐 한가지라도 먹여 보려고, 뭐 한가지라도 도움 주려고 동분서주하던 내 이웃들.
효자보다 더 효자 노릇을 해 준 사랑하고 존경하는 돈보스코 박사 내외.
가슴 가득 감사함과 빚진 마음을 안고 우리는 병원을 나선다.
낯 선 땅, 남의 나라에서 그 절박한 때에 우리는 너무나 많은 주위의 도움과 보살핌을 받으며 이 어려움을 견뎌냈다.
이제 살아가면서 우리도 받은 만큼, 그보다 더 사랑으로 돌려 주어야 할 게다.
첫댓글 오랫만에 정말 반가운 소식 이었네요.
집에서 좋은 기분으로 요양을 하면
진짜 빨리 회복이 되겠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
병원에서 평생 일하며 밥먹고 살았지만 …
이 세상에서 제일 가고 싶지 않은 데가
병원이라는 데이 구먼여…
세상의 모든 잡균,악성 잡균이 들 끓는데가
바로 병원이구
잘못 입원해서 ‘’병원 감염‘’으로 죽는 사람도 있는데 …
병원 사고사,마취 사고사, 수술 사고사….투약 사고사…있어요.
소아과 병동에서
소금을 설탕으로 알고 …
어린아기에게 분유를 타 먹인 사건도 있고 …
고마운분들 많이요
감사합니다
베품이 가품으로 사회생활에 감사드리며 많이 배우고갑니다
협착증악화로 지팡이에 의지해 걷기를 한달정도 되니 세상 만사가 짜증스러워지는데
많이배우고 실천해보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