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마누라>의 흥행 성공이 지금 영화계의 최대 화제다. 평단에서는 혹평이 많았음에도 지난 주말까지 2주반 동안 전국 관객 320만명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독특한 건, 충무로에서도 이 영화의 흥행을 놓고 반기는 이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며 우려하는 이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 영화의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서세원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서세원(45)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영화평론가 심영섭(35)씨가 지난 15일 이 영화를 배급한 코리아픽처스 사무실에서 서씨를 만났다. 지난 85년 <납자루떼>를 만든 뒤 16년만에 다시 영화에 뛰어든 서씨는 “지금 나는 승자이니까 욕을 들어도 행복하다”며 특유의 코믹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인터뷰에 응했다.
심영섭 <조폭마누라>(줄여서 <조폭>)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가.
서세원 좋은 영화는 아니다. 영화적으로 좋은 영화가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십계> <사운드 오브 뮤직>, 근간에는 <택시 드라이버> 같은 로버트 드 니로 나오는 영화들. <조폭>은 약간 복고적인, 70~80년대 홍콩영화의 아류일 수도 있다. 우리는 자신을 너무 잘 알지요(웃음).
심 그런데도 전 재산을 다 댈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건 왜인가.
서 서세원이 바라보는 좋은 영화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다. 나는 예술성은 없는 사람이다. 작품도 중요하지만 투자는 돈 놓고 돈 먹는 것이다. 이 영화가 한국영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일 수도 있고, 욕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에 흐르는 한국적인 느낌이 있다. 그래서 투자했다. 지난 3월 투자를 결정할 당시 <조폭>은 돈을 못 구해 7개월 동안 표류하고 있었다. 조진규 감독이나 신은경씨, 현진영화사 이순열 대표 모두가 막다른 길이었고, 나도 막다른 길이었다. 모두가 궁지에 몰렸으니 한방 터질 것 같았다. 그게 진짜 터졌다. 하느님이 서세원에게 한방 준 거다.
심 투자자로서 상업주의 논리에 부합해 성공하는 영화가 가장 좋은 영화라는 말로 들리는데, 그러면 이 영화가 우리 사회나 한국영화에 끼칠 영향은 생각했는지.
서 사회에 끼칠 영향을 생각한다는 건 관객을 우롱하는 일이다. 박정희부터 노태우 정권 때 좋은 영화를 채로 걸러서 수입했다. 그건 분명히 잘못된 거다. 관객은 즐기고 문 나오면서 잊어버린다. <친구>가 최근 한 살인사건의 원인이 됐다고 시끄러운데 <친구> 때문에 살인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 <봄날은 간다> 보면 모든 국민이 녹음기 들고 연애하겠네.
심 <조폭>이 대박 터진 뒤로 어떤 제작자가 앞으로 무슨 영화할지 갑갑하다고 했다. 흥행기류가 변하면서 앞으로 아류작이 많이 나올 거다. 홍콩영화도 누아르의 아류작이 마구 나오면서 무너진 것 아닌가.
서 홍콩처럼 오갈 데 없는 데서는 아류작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르다. 다 따라하지 않는다. 이 사람은 이런 것 하고, 저 사람은 저런 것 하면서 배분이 된다. 이주일씨, 신영균씨 국회의원 됐다고 서세원이 출마하느냐? 나는 영화한다. 갑갑하다는 사람은 영화 안하면 된다. <조폭>은 한 시즌에 1등한 한편의 영화일 뿐이다.
심 <조폭>의 흥행요인은 뭐라고 보는가. 나는 막가파 영화라고 본다. <투갑스>부터 시작한. 막가파 영화는 절대적인 확신과 서비스 정신으로 밀고 간다. 올봄에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등 그런 영화가 다 잘 된다. 하지만 <교도소 월드컵>은 안 됐다. 다 같은 막가파인데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
서 우선 <투캅스>는 <마이 뉴 파트너>라는 프랑스 영화의 아류다. <조폭>은 조진규 감독이 5년간 연구한, 정성이 많이 들어간 막가파다. 같은 막가파라도 성능있는 막가파와 베낀 막가파는 다르다. 그리고 <신라의 달밤>은 한국적 정서가 있다. 누구나 경주에 수학여행 가서 패싸움하고, 학교 때 아무 것도 아니었던 애가 출세해서 큰소리 쳐서 속상한 일이 있을 거다. <엽기적인 그녀>처럼 요즘 젊은 애들 술 먹고 오바이트 하는 여자 등쳐준 경험이 있을 거다. 거기에 이어 <조폭>은 요즘의 모계사회적 분위기를 잘 그렸다. 우리 집도 마누라가 돈줄 쥐고, 내가 코너에 몰리면 유엔군처럼 나타난다. 영화 마지막에 박상면이 신은경에게 가위 건네주는 장면은 의미가 깊다. 아무리 남자가 복수해도 주도권을 여자에게 준다. 남자의 비애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조폭>은 참 좋은 영화다. 조진규 감독은 우리 시대 최고의 감독이다.
심 여성평론가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여성전사를 내세우면서, 그 여성전사가 성을 무기로 삼지 않는다. 신은경은 힘과 물리력으로만 승부한다. 착한 여자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가 사용하는 가위는 거세의 이미지다. 하지만 여성성을 접대부에게서 배운다든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새가 뭐냐”는 아이의 질문에 “짭새”라고 말하는 무지를 드러내는 데서 유머를 추구한다. 여성을 세우는 척하지만 그 안에는 여성비하가 함께 들어있다.
서 그래서 신은경의 어린 시절을 많이 넣었고 신은경의 여성적 측면도 나오는데 시간적 제약 때문에 뺐다. 결손가정이고 고아원에 버려지고, 인성교육을 뭇 받고, 그래서 황폐해지고…. 그런데 스피드와 (관객들이)즐기는 것에 승산을 두니까 편집에서 다 드러냈다. 그래서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미안하다. 그런데 참 정확하게 찍네. 다른 평론가들과 달라(웃음).
심 재미와 안이한 발상은 구별돼야 할 것 같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면서 재밌게 보는 영화가 있다. 지나치게 상업주의로 가고, 상업주의라는 논리로 면죄부를 받으려는 건 납득이 잘 안된다.
서 면죄부가 아니다. 옛날에 <미드나잇 카우보이> 같은 좋은 영화를 국제극장에서 열명 남짓한 관객과 함께 보면서 영화는 많이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25년간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 더 깊어졌다. 우선 시청률이 높아야 한다. 서세원쇼도 시청률이 높으니까 살아 남는다. 많이 보면 된다는 신념은 내 어머니도 아버지도 심영섭씨도 못 말린다. (심)그게 그말 아닌가. 성공하면 된다는. (서)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같다고 본다면 할 수 없다. 평행선이다.
심 대중들에게 어떤 문화적 아이콘이 되고 싶은가. <조폭>의 이미지와 중첩되길 원하는지, 아니면 스스로 인정하는 좋은 영화의 이미지와 중첩되고 싶은지. (서)나는 변신을 잘 한다. 다음 영화가 발표되면 그 뒤로는 그 영화가 내 이미지가 될 거다. (심)그렇다면 서 대표의 명예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다.
서 이 영화로 지금까지 세금 빼고 한 40억원 벌었는데, 전부 영화에 투자할 거다. 영화로 돈 벌어서 절대 다른 데 쓰지 않는다. 3분의 1은 코믹, 3분의 1은 액션, 나머지 3분의 1은 이른바 좋은 영화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7월부터 극비리에 찍고 있는 영화가 있다. 조폭과 무관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다. 또 내년에는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찍으려 한다. 내년까지 여섯 편 만들어서 모두 합해 1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캐스팅에 수억원씩 쏟아붓지 않을 것이다. 지금 충무로는 배우들을 움켜쥐려고 캐런티를 올리면서 서로 제살 깎아먹고 있다. 나는 A급 배우는 안 쓰고, 배우를 개발해 나갈 것이다. 정리 임범 기자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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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밥먹구 이 기사를 읽었는데요..
글쎄..
기분이 쫌 그러네요.
단순히 관객수를 위해 자신조차 좋은영화라구
생각치않는 영활 제작한다..??
그냥 같이 읽어봤음 해서 퍼왔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