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인물 한국사]50-1.
아빠는 정승, 아들은 막장?
ㆍ내섬시의 여종을 자빠뜨린 황희 ㆍ두고두고 후환으로 남게 되는데…
일전에 황희(黃喜) 정승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황희 정승은 청렴결백한 청백리의 표상이지만, 역사 속 황희 정승은 그렇게 썩 청렴결백하지도, 청백리스럽지도 않은 그저 그렇고 그런 ‘윤리관’을 지닌 평범한 공무원이라는 걸 말했었다. 사람이란 게 원래 가까이서 보면, 흠 잡을 것도 많고 트집 잡힐 것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희 정승이 나쁜 공무원이었다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세종대왕 옆에서 조선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그 공(功)은 분명 인정받아 마땅하다.
황희의 공과(功過)를 따진다면, 분명 공이 과보다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고, 그렇기에 5백 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재상으로 그 이름을 남긴 것이다.
뭐 여기까지 황희 정승의 지난 에피소드를 이야기 했으니, 본격적인 오늘의 이야기에 들어가 봐야겠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황희 정승의 아들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통 아버지가 잘나가면, 아들들은 개차반인 경우가 많다. 아버지의 후광에 기대에 자신들의 삶을 방기했기 때문일까? 오죽하면, 호부견자(虎父犬子 : 아버지는 호랑이인데, 아들은 개라는 뜻)란 말이 나왔을까? 그만큼 아버지의 영광을 후대에 이어나가지 못한 아들들이 많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명재상 황희의 아들들은 어떠했을까? 오늘의 이야기 시작해 보자.
“흠… 오늘 따라 음식이 입에 쫙쫙 달라붙는 거 같습니다.”
“허허, 황정승 요즘 다이어트 하신다고 하더니…. 그렇게 칼로리 계산 안하고 드시다간 요요현상 겪게 됩니다.”
“사람이란 게 맛있는 걸 먹고, 그 힘으로 열심히 일하고, 밤이 되면 곤하게 자는 것…. 이게 바로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습니까?”
“하여튼 말은 잘해요.”
“하하…. 그나저나 오늘은 유달리 내섬시생 음식이 땡기네…. 여봐라! 주방장이 누구냐? 오늘 음식에 대한 치사를 내려야겠는데….”
“대감, 오늘 주방장은 밀려있는 업무가 많아서 홀로 나오기가 어려울 듯 싶습니다.”
“흠, 그래…. 어… 너 못 보던 앤데…”
“아, 이번에 새로 내섬시에 배속된…”
“가만가만, 너 잠깐 이리 와서 앉을래?”
“대…대감…”
“어허, 내가 부르는데 어디서 빼기는 빼? 잠깐 이리 와 앉아 봐라 응?”
“대…감…”
내섬시에서 점심을 해결하던 황희의 눈에 띄인 여종(婢)! 황희는 첫눈에 이 여종이 마음에 들었고, 그 자리에서 이 여종을 슥삭! 테이크 다운에 들어가게 된다.
“대…대감! 이…이러시면 안…안됩니다. 저…저는 내섬시에 메여 있는 종입니다.”
“어허, 괜찮다니까.”
“대…대감, 그래도 국가기관에서 부리는 저에게 이러시면…”
“어허 괜찮다니까! 내가 이 나라의 정승이라니까!”
“대…감…”
내섬시의 여종을 자빠뜨린 황희! 이 여종은 황희의 첩이 된다. 첩으로서는 인생역전! 로또당첨이라 할 수 있었지만, 이일은 황희에게 두고두고 후환으로 남게 되는데…
“대…대감, 저…저…”
“왜? 생활비 필요해? 어디보자…. 내가 카드 줄테니까. 우선…”
“그게 아니라, 제가… 임신을 한 거 같습니다.”
“임…신?”
“예…”
“근데? 왜? 그게 무슨 문젠데? 자고로 사대부라 하면, 그 가문의 융성을 위해 자손을 번창시키는 것이 의무인데, 잘된 일이잖아?”
“대감! 정말이요?”
“그럼~”
“저 같은 비천한 것한테 자손을 보는 것이 대감마님한테 누가 되지 않을까…. 소첩 걱정 많이 했습니다.”
“이 사람이 비천하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다 내 핏줄인데”
“대감~ 알라뷰~”
이리하여 내섬시 여종, 아니 내섬시 여종 출신의 첩은 자식을 낳게 됐으니…. 그 아기가 바로 황희의 아들 황중생(黃仲生)이다. 이 대목에서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당시의 시대상황으로 봤을 때 황희의 아들들은 말 그대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점이다.
“야, 넌 참 좋겠다. 남들은 쌔 빠지게 공부해 과거시험 봐도 될똥 말똥인데, 넌 아버지 잘 둔 덕에 그냥 음서(蔭敍 : 아버지가 벼슬이 높거나 나라의 공이 있으면, 그 자식은 자동으로 공직에 진출하는 제도)으로 빠질 수 있잖아.”
“야, 나도 과거 보고 싶다니까 그러네…. 근데, 제도라는 게 쓰지 않으면, 언제고 사라지잖아? 부지런히 써줘야지만 제도가 유지되고 그러는 거라서…. 나도 과거 보고 싶지만, 음서제도의 유지를 위해 내가 두 눈 딱 감고 뒷문으로 들어가려는 거야.”
딱 보면, 감오지 않는가? 그렇다 황희 정승의 자식들은 뼈 빠지게 과거 공부 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공직에 올라갈 수 있었다. 실제로 자식들은 과거시험을 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공직에 올라갔다(황희의 자식들 중 제일 뛰어나다는 황수신의 경우는 과거시험을 보지도 않았지만, 결국 영의정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다). 역시… 아버지의 빽이란 이런 것일까? 과연 황희의 자식들은 조정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이야기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
첫댓글 "황희정승"에 재해 많은 것을 알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