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판교(長版橋)의 영웅(英雄) -
조조(曹操)의 명에 따라 조자룡(趙子龍)을 뒤쫓던 조인(曹仁)과 조홍(曺洪), 장료(張遼)는 장판교(長版橋)에 이르러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얼굴이 몹시 사납게 생긴 자북 수염(鬚髥)의 장수(將帥)가 장판교 한복판에 혼자 서서 장팔사모(丈八蛇矛)를 꼬나쥐고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STOP, 스톱!" 조인(曹仁)이 깜짝 놀라며 앞으로 나가길 제지(曹仁)하였다. (너무 놀라서 짱꿰가 영어로 씨불였다...)
"저게 누구냐?" 조인(曹仁)은 장판교(長版橋) 다리목에 버티고 서 있는 장수(將帥)가 장비(張飛)란 것을 알면서도 측근(側近)에게 한번 물었다.
"장비(張飛)가 아니오?" (에구머니나!...) 조인(曹仁)은 얼른 주변(周邊)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자기(自己)는 맹장(猛將) 장료(張遼)와 서황(徐晃), 허저(許褚)까지 뒤따라 득실거리는데 반해 장판교(長版橋) 위에 유비(劉備)의 군사(軍事)라고는 장비(張飛) 혼자서 달랑 있는 것이 아닌가?
조인(曹仁)이 보기에는 이거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공격(攻擊) 기회(機會)라고 보이는 데 문제(問題)는 장비(張飛)의 뒤편 계곡(溪谷)과 산(山) 위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같은 먼지가 문제였다. 그뿐만 아니라 산 위에서는 적(敵)의 깃발까지 휘날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조인(曹仁)이 전진(前進) 명령(命令)을 주저(躊躇)하고 있을 때 어느덧 조조(曹操)도 따라붙었다.
조조(曹操)까지 합세(合勢)한 것을 본 장판교(長版橋) 위에 장비(張飛)가 쩌렁쩌렁한 호통소리로 내질렀다.
"나는 연(燕)나라 사람 장비(張飛다)! 누가 나와 붙어보겠나! 엉?"
그러자 어느덧 장판교(長版橋) 앞까지 다가온 조조(曹操가) 물었다.
"저 자가 누구냐?"
"저 자는 장익덕(張翼德)입니다." 조인(曹仁)이 대답(對答)하였다.
그러자 조조(曹操)는,
"어? 장익덕(張翼德)!... 관우(關羽)에게 들은 적이 있다. 아우 장익덕(張翼德)이 백만 대군(百万大軍) 속에서 적장(敵將)들을 풀을 베듯이 쓰러뜨렸다는 것을 들어서 잊지 않고 있었지, 그런데 저자 뒤로 흙먼지가 자욱이 일어나고 산위에선 깃발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분명히 장익덕(張翼德)의 뒤에는 복병(伏兵)이 있겠구나..." 조조(曹操)가 여기까지 말을 하였을 때
별안간(瞥眼間) 장비(張飛)가 장판교(長版橋) 다리목 위에서 천지(天地)가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지른다.
"야~ 잇!... 야, 아, 잇!~~~..."
그러자 조조(曹操)의 수하 장수(手下將帥) 하후걸(夏侯傑)의 말이 장비(張飛)의 괴성(怪聲)에 놀라며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하우걸(夏侯傑)이 말에서 떨어져 버렸다.
(※ 원작자(原作者) 나관중(羅貫中 : 원말(元末), 명초(明初)의 소설가)이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하우걸(夏侯傑)은 가공인물(架空人物)이고 장비(張飛)의 호통치는 소리에 놀라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라고 묘사 됨)
그 광경(光景)을 보자 조조(曹操)의 군사(軍事)들이 공포(恐怖)에 떨었다.
그리고 장비(張飛)는 이어서,
"뭣들 하는 거냐! 어서들 덤벼 오너라! 이 장비(張飛와) 함께 죽도록 싸워보자!" 하고 벼락같이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조조(曹操)는 장비(張飛)가 이처럼 호담(豪談)하게 나오는 것을 보자 그의 배후(背後)에는 반드시 대군(大軍)이 있으리라고 짐작(斟酌)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제갈공명(諸葛孔明)의 기습 작전(奇襲作戰)이라고 생각되어 별안간(瞥眼間) 후퇴(後退) 명령(命令)을 내렸다.
"퇴각(退却)한다." 조조(曹操)의 이 말 한마디로 장판교(長版橋) 앞에 이르렀던 조조(曹操)를 비롯한 군사(軍事)들은 뒤로 돌아섰다.
"우 하하하 핫! ..." 장비(張飛)의 통쾌(痛快)한 웃음이 장판교(長版橋) 상공(上空)에 쩌렁쩌렁 울렸다.
장비(張飛)는 뒤이어 강하(江夏)로 퇴각(退却)하는 유비(劉備)의 뒤를 열심히 따라붙었다.
"형님, 놈들이 퇴각(退却)했습니다!"
"어찌 된 게냐?" 유비(劉備)는 조조군(曹操군)이 퇴각(退却)했다는 소식(消息)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장비(張飛)는 자신만만(自信滿滿)하게 웃으며,
"헤헤헤!.. 병사(兵士)들에게 장판교(長版橋) 뒤에서 흙먼지를 일으키게 하고 경산에 올라 깃발을 흔들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조조(曹操)가 복병(伏兵)이 있다고 생각하고 진군(進軍)하지 못했지요. 헤헤 헤헤.. 나 혼자 다리 위에서 고함을 질러댔는데 조조와 그 졸개들이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갑디다! 하하 하하!..."
공명(孔明)이 그 소리를 듣고,
"장 장군(張將軍)께서 그런 지략(智略)을 다 쓰시다니요. 정말 장군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하고 칭찬(稱讚) 하였다.
그러자 우쭐해진 장비(張飛)가,
"이쯤이야!... 하하 하하!.. 조조군(曹操軍)이 떠나고 다리를 <확> 부숴 버렸으니 이제는 놈들이 우리를 쉽게 따라오진 못 할 거요. 그러니 이젠 맘 놓고 가도 될 거요."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명이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다.
"예 엣? 다리를 부숴버렸어요?"
"아 아, 그랬소! 근데 뭐가 문제(問題)요?" 장비(張飛)는 오히려 공명(孔明)이 놀라는 것이 의아(疑訝)하여 물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조조군(曹操軍)이 갔으니 상관(相關)없잖소?"
공명이 고개를 흔들어 보이며 대답한다.
"조조(曹操)는 의심(疑心)이 많아서 흙먼지를 보고서 복병(伏兵)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오. 그러나 장판교(長版橋)가 부서진 것을 보고 정찰병(偵察兵)을 보내 복병이 없는 속임수였다는 것을 금방 확인할 것이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우리 뒤에 따라붙을 것이오. 장군이 다리를 부숴버려 오히려 조조군(曹操軍)을 끌어들인 격이 되었소."
"어, 어?... 듣고 보니 그렇군!" 장비(張飛)는 의기양양(意氣揚揚)하던 조금 전의 모습에서 갑자기 침울(沈鬱)해졌다.
그러자 공명(孔明)이 정색(正色)을 하면서 말한다.
"장 장군(張將軍)! 아까 한 말은 취소(取消)해야겠습니다. 장군의 지략(智略)이 대단했다고 한 것을.."
그러자 장비(張飛)는,
"내가 이미 다리를 없애버렸는데 조조군(曹操軍)이 어찌 오겠소?" 하고 말하면서 장판교(長版橋)를 부숴버린 것이 실수(失手)가 아니란 공명(孔明)의 소리를 듣고 싶어하였다.
그러나 공명은 냉철(冷徹)한 어조로,
"오십만(五十萬) 대군(大軍)으로 그깟 강(江) 하나 메우는데야 잠깐이면 되겠지요." 하고 말하여 장비(張飛)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유비(劉備)가,
"됐소, 그 얘기는 그만하고 서둘러 강하(江夏)로 갑시다." 하고, 말하는 덕분(德分)에 그 문제는 여기서 일단락(一段落)되고 모두가 서둘러 강하로 가는 길을 재촉하였다.
한편, 척후병(斥候兵)을 보내어 장비(張飛)가 장판교(長版橋)를 부숴놓고 떠났다는 보고(報告)를 받은 조조(曹操)는,
"앗차! 다리를 헐어 버릴 정도라면 배후(背後)에 대단한 군사(軍事)가 있었던 것이 아니구나!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다리를 세 개쯤 놓아 적(敵)의 뒤를 추격(追擊)하도록 하라!" 하고 명하였다.
그리하여 단시간(短時間) 내에 다리가 새로 놓이고 유비(劉備)의 뒤를 다시 추격하기 시작(始作)하였다.
한편, 유비(劉備) 일행은 조조(曹操)의 추격(追擊)을 피해 강하(江夏)로 계속(繼續) 행군(行軍)하여 장강(長江 : 양자강(揚子江)이 눈앞에 보이는 강진 나루터 앞에 이르렀다.
뒤를 돌아 보니 멀리 먼지 구름이 이는 것이 조조의 추격군(追擊軍)이 점차 다가오는 위기감(危機感)이 느껴지는데 나루터 앞은 강(江)을 건널 배 하나 없는 깊은 장강(長江)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명(孔明)이 자조(自照) 섞인 말을 내뱉었다.
"관장군(關將軍)에게 강하(江夏)로 먼저 달려가 유기(劉琦) 공자(公子)에게 구원 요청(救援要請)하라 했는데 어쩐 일이지? 하늘의 뜻인 건가!"
ㅁ이렇듯 공명(孔明)이 한탄(恨歎)하자, 장비(張飛)가 유비(劉備)를 돌아보며 옛일을 꺼낸다.
"그러니까 허전(許田)에서 사냥할 때 조조(曹操) 놈을 죽이게 놔뒀더라면 좋았을 게 아니오?"
그 말을 듣고 유비(劉備)가,
"셋째, 그런 말 말게 눈앞에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이제 죽어도 여한(餘恨)이 없네. 그리고 허전(許田)에서 조조(曹操)를 죽이지 못한 것은 그때 천자(天子)께서 바로 조조의 옆에 계시지 않았던가? 천자께 누(累)를 끼칠까 봐 못 하게 한 걸세." 하고 말하였다.
공명(孔明)이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물었다.
"만일(萬一) 조조(曹操)에게 잡힌다면 우리를 어떻게 할까요?"
그러자 손건(孫乾)이,
"조조(曹操)는 우리에게 투항(投降)을 권(勸)할 거요. 관우(關羽) 장군(將軍)에게 그랬듯이 말이오." 하고 대답하자,
공명(孔明)이 고개를 흔들며,
"아니오, 주공(主公)이 사라진다면 더이상 적수(敵手)가 없을 테니 우리 모두를 죽일 겁니다." 하고 단언(斷言)하듯이 말하였다.
그리하여 좌중에 긴장감(緊張感)이 흐르자,
유비(劉備)가 말고삐를 돌리며 쌍고검(双股剑)을 뽑아 들고 뒤따르던 병사(兵士)들을 향(向)하여,
"자! 형제(兄弟)들이여! 두려워하지 말고 끝까지 나와 함께 목숨 바쳐 싸워보세!"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자룡(子龍)이,
"한날한시에 낳진 않았으나 한날한시에 죽겠습니다!" 하고 비장(悲壯)하고 결심(決心) 어린 소리를 외치었다.
그러자 군사들은,
"한날한시에 낳진 않았지만 한날한시에 죽겠습니다!" 하고 일시에 복명하는 것이 아닌가?
"좋다! 가자! 앞으로!~..." 장비(張飛)가 장팔사모(丈八蛇矛)를 조조군(曹操軍)이 달려오는 방향(方向)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리하여 군사들이 말을 돌리는 순간(瞬間), 장강(長江)어귀 쪽으로 눈길을 돌린 공명(孔明)이 손을 들며 소리친다.
"잠깐! 보십시오!" 공명(孔明)의 외침에 모두가 돌아보니
장강(長江)을 가득 메우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수백(數百) 척(隻)의 크고 작은 군선(軍船)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군선(軍船)이 가까이 다가오며 소리친다.
"황숙(皇叔)!~~ 유기(劉琦)가 왔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하하하 핫!..." 공명(孔明)이 비로소 웃어젖혔다.
이리하여 유비(劉備)를 따르던 군사(軍事)들은 물론 신야(新野)에서 따라온 백성(百姓)들 모두가 일시(一時)에 군선(軍船)에 올랐다.
그리고 지체 없이 한 사람도 남기지 아니하고 군마(軍馬조)차도 한 마리 남겨두지 아니하고 모두 승선(乘船)하고 강(江) 한복판으로 떠나 강하(江夏)를 향해 출발(出發)하였다.
잠시(暫時) 후(後), 배 떠난 나루터에 도착(到着)한 조조(曹操)는,
믿기지 않는 장면(場面)을 목격(目擊)하고 허탈(虛脫)해 하였다
그리하여 조조(曹操)는 장강(長江) 물가로 천천히 걸어가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며 물을 차며 소리쳤다.
"이런 제기럴! 이거야말로...."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기가 아닌가!" 이렇게, 조조(曹操)와 그를 따르는 군사(軍事)들은 그의 말대로 모두 개(犬)가 되었다.
<놓친 개>
삼국지 - 171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