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라마리쿰!
혼자하는 6,425마일- 14시간의 사우디 비행은 지루하지만 이젠 요령도 생겨 그 좁은 공간에서도 영화, 음악, 글쓰기, 잠 등으로 나름 즐긴다.
서울 밤 9시반 출발, 다음날 리야드 도착, 시차 6시간, 현지 시각 02시 40분. 이제 목적지인 젯다까지 남은 거리는 853킬로, 보안검열 청소 등으로 1시간 반 후 새벽 4시 10분 출발... 게다가 이 시간 동안 기내에 있어야 한다니 이 무슨... 그러나 여긴 사우디가 아닌가! 더구나 얘들이 신성시하는
성지 메카와 메디나 근처로 가니 "그런갑다" 긍정모드로 전환하고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영화를 본다. 그 동안 내 딸이 이 영화를 꼭 보라 했었는데 다 보고 난 후, 아름다운 영상미와 신비로움, 해석에 여운이 남는다.
새벽 5시반 젯다 도착. 고온다습. 섭씨 30도
1988년 올림픽을 사우디에서 맞은 난, 25년 만의 사우디 행인데도 낯선 여행에 대한 기분 좋은 설레임 같은 건 없다. 그 땐 걸프만을 낀 북동부의 주베일에서 근무를 했었고, 이번은 홍해바다를 낀 남서부의 젯다 출장인데 세월이 그리 흘렀어도 역시 공항 통과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처음 들어오는 입국자들은 무조건 기다리게 만든다. "네가 바쁘지 내가 바쁘냐?"는 식이다. 근무 당시도 이런 그들의 특성 때문에 "이 나라 미군화가 밟고 지나가야 한다"고들 얘기하곤 했는데...사우디의 가장 든든한 우군은 바로 미국이 아니던가!
게을러 터진 느림보들. 지들끼리 뭔 그리 잡담이 많은지... 그래도 왕년에 3년 근무한 기지를 발휘하여 기다림 없이 손가락10개의 지문과 얼굴 사진까지 찍고 나왔는데도 짐은 여전히 나올 생각이 없다. 천상 이런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인도 서부 '갤라'가 고향이라는 '아 샤리프'가 운전하는 '토요타 코로라'로 내 1차 목적지로 향한다. 날 배려한다고 그가 틀어 논 CD에서 홍삼트리오의 '기도' '꿈의 대화' 이상은의 '담다디'가 흐른다. "햐~ 이 노래들을 사막 한 가운데를 뚫고 난 고속도로 위를 달리며 듣게 될 줄이야!"
희고 시커먼 비닐 쓰레기로 가득 찬, 흙먼지 날리는 사막위로 힘찬 사막의 해가 솟아오른다. 몇 시간만에 보는 태양인가. 이 해는 또 오늘 얼마나 사막을 달굴 것인가! 반짝거리며 나부끼는 쓰레기 봉투들과 멀리서 하늘을 향해 내뿜는 공장의 연기들... 그 사막 중간 중간에 유유자적한 낙타들...예전 봐왔던 사우디의 모습보다 더 대기가 나빠진 거 같다. 환경 공해는 이 열사의 나라라고 예외는 없구나.
160킬로 달려 목적지 도착. 작은 신흥도시 라빅(Rabigh). 여기에 발전소들이 들어서는 곳. 숙소 도착, 짐 정리 후 미팅으로 긴 하루 보내고 밤 9시에 누웠는데 깨어 보니 새벽 0시- 한국시각 아침 6시. 그 동안 습관으로 몸 속 시계가 자명종을 울렸군 생각하고 억지로 잠 청하기 보단 일단 하루 일과를 정리하자며 새벽에 사우디 제 1탄을 송고.
약 2주간 머무르며 제 2, 3,4....탄을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슴. 인샬라!
남은 거리 853킬로
'라이프 오프 파이'의 한 장면
기내에서 갖고 논 것들
아궁이에서 타다남은 불씨들 한 삽 푹 떠다 뿌리면 저렇게 될까?(공중에서 본 젯다)
"아~~짐이 왜 안나오지?"
동트기 시작 전의 사막
인도인 샤리프가 모는 차를 타고~~
드디어 오늘의 해가 떠오른다
지평선으로 뜨는 해는 바다처럼 안 떨어지려다 둥실 떠오르는 그런 멋은 없네.
갑자기 확 퍼지는 그런 느낌...
허허벌판에, 뭔 스태디움을 짓나보다.
우리의 고속도로 주변은 볼 게 많은데 여긴 참 멋대가리라곤...
거의 다왔다. 라빅
달리고 달려서~~
첫댓글 햐~~! 윗글 쓰고 올리는데만 2시간. 사진도 올리려 했으나 포기.(사우디탓인지 회사 보안탓인지 잘 모르겠다) IT에 관한한 정말 한국은 강국이다. 참! 돈수가 이 글을 볼까? 기내에서 친절한 사무장이 있기에 돈수 얘길하니 아주 반가워 하더라.이혁준 사무장이라고... 지금 여긴 새벽 2시 35분. 그림은 다음에 올리기로~~~
25년만에 재 방문.
난 85년도에 리야드에서 철수 했으니 28년 됐는데...
감회가 깊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아닌가?
그래도 소식 궁금하네.
건강히 출장 마치고 서울서 얘기 들려줘!
향묵 방가! 네 사우디에 있을 때 주고 받은 편지 생각이 나는데 벌써 28년 전이라~~~세월참!
시차에는 실패했지만... 사진 올리기는 성공했다 ^^. 사이즈 즐이고 게시판에 미리 올렸다가 그거 복사해 붙이는 방식으로 ㅎ~ 별것도 아닌 사진이다만 오기로 이뤘으니 오늘 하루 힘차게 시작! 여긴 목, 금이 주말이야~
사우디 맞구먼!
금요일이 일요일이었지.
쌀라마리꿈은 중앙아시아 카작,우즈벡,키르키즈에서도 통하더라구! 마리꿈 쌀라도.ㅎㅎ
왈라이굼 살람.. 건강 잘 챙기시구 인샬라~~~
^^
고교시절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명진이 체력은 대단해~ 이 나이에 해외 출장을 빈번히 하면서도 지치는 기색이 없으니... 암튼 건강이 자산인 듯 싶다. 내는 체력이 약해서 일을 하라고 추천해줘도 못하는 형편인데. 활기찬 모습이 좋구먼. 홧팅!
아살롬 마리쿰! 아무리 체력 좋아도 긴 출장 유의하시게.
아직도 청년이구먼..박명진 화이팅이다~
명진이 참 정력적으로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