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여행
김 영 한
첫째날
대망의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흘러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으니 어느덧 내 나이 칠십인 고희(古稀)를 맞이했다. 6개월 전에 자녀들이 잔치대신 필리핀 세부로 여행 예약을 했기로 기분 좋게 큰 아들 다섯 식구 둘째아들 세 식구 둘째 며느리는 회사 사정상 동행하지 못하여 아쉽지만 우리 내외를 비롯하여 도합 10명이 1월 20일 오후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출국수속을 마치고 21시 5분발 진 에어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둘째날
12시 35분에 세부공항에 도착하니 열기가 후끈하다. 예약된 봉고차가 우릴 맞는다.
세부의 밤거리를 달리는데 밤이라고 느끼지 않을 만큼 상점들이 불을 밝히고 물건을 팔고 있다. 더운 지방이라 밤에 활동을 더 하는 가 쉽다.
30분을 달려 퀘스트호텔에 도착, 방 배정을 받고 짐을 간단히 정리하고 피곤하여 그대로 꿈나라로 향했다.
아침에 호텔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대식구라 제일 큰 식탁을 배정 받았다. 맛있는 음식만 골라 먹는 것도 행복한 고민이다. 배부르게 먹고 후식으로 세부에서 빠질 수 없는 것 망고와 망고 주스를 마셨다. 잘 익은 망고는 달착지근하다.
만 10세까지는 조식이 무료다. 식사 후 휴식을 취했다가 11시에 체크아웃이라 호텔에다 짐을 맡기고 호텔서 가까운 아얄라몰로 가서 환전도하고 1층의 홀에 자동차 타는 놀이가 있어 아이들이 신나게 타고 놀다가 2층의 게리스 그릴이 소문난 식당이라 각종 메뉴를 시켜 배를 채웠다. 마트에 가서 간식거리와 필요한 물건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맡겨놓은 짐을 찾아 예약된 렌터카를 타고 2시간 반을 달려 제이파크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 필리핀의 길가 풍경을 보았다. 어린 손자들이 낡은 집을 보며 “집이 늙었어.” 한다. 오래된 집을 늙었다고 표현한다. 손자들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싸한 표현 방법이다.
제이 파크에 도착하여 짐을 풀어놓고 호텔에서 5분 거리를 걸어가 중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에 가서 다양한 음식으로 푸짐한 식사. 손자 손녀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자주 여행을 해야겠다. 가족의 단합은 여행이 최고다.
호텔로 돌이와 잠시 쉬었다가 큰 아들 내외와 아이들은 호텔에 머물며 수영장에서 벌이는 쇼를 보고 우리 내외와 작은 아들 셋은 이바나 스파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가서 전신 마사지를 받으니 피로가 날라가는 듯 기분이 좋다. 끝나니 차로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친절을 베푼다.
다 같이 한방에 모여 간식을 먹으며 담소하다가 침소에 들었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
셋째날
호텔 식당에서 뷔페로 아침을 먹자마자 아이들이 난리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전부 다 수영장으로 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하나가 되어 즐거운 수영을 하였다. 이곳에는 세 개의 코스가 있는 데 이곳저곳 이동하면서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잘 배치되어 있다.
오전 내내 물놀이를 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도 모두 어울려 제1코스, 제2코스. 제3코스를 다니며 신나게 놀게 해 주었다. 우리 내외는 쌍둥이 손자들과 놀았다.
물에서 놀다보니 배가 고프다. 석식은 가이사노 그랜드몰에 가서 필리핀의 정통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숙소로 돌아와 오늘은 큰 아들 내외가 마사지를 받으러 가고 우리는 호텔내 수영장에서 벌이는 불쇼를 손자손녀들과 함께 보았다. 무척 신나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우리 내외도 덩달아 행복이 펄펄 뛴다.
넷째날
세부여행 중 백미인 스노우쿨링 호핑 투어 하는날. 호텔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고 스마일 호핑 여행사에 집결하니 우리 이외에 두 연인. 친정 부모를 모시고 온 부부와 아들 도합 17명이 모여 주의사항을 듣고 바다로 걸어가서 방카 라는 배에 올랐다. 배 양옆으로 대나무를 엮어 단 것은 파도가 칠때 배의 균형을 유지해 준단다. 안전을 고려해 보디가드도 15명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주는 모습에 마음이 한결 가볍다.
푸른 바다를 가로 지르며 신나게 달려간다. 배 뒤편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아내와 함께 각종 포즈를 취하며 푸르른 바다를 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찍어준다.
날씨가 맑고 파도도 없이 잔잔한 에메랄드빛의 바다를 달리며 마음도 몸도 마냥 어린아이처럼 즐겁다. 신난다. 행복하다. 푸름의 젊음을 발휘한다.
두시간만에 판다논 섬에 도착했다. 작고 아담한 섬이지만 이곳의 풍경은 정말 멋지다. 순수자연 그대로다. 청정한 바닷물에 손을 씻고 야외 햇빛을 피할 수 있게 만든 원두막에 앉으니 배에서 구워온 바베큐를 날라다 준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그리고 채소와 밥 망고와 바나나 등 이국바다에서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무척 맛있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신나게 조기를 줍고 물고기를 잡으면서 놀이에 푹 빠졌다. 배부르게 후식까지 마치고 다시 배에 올라 1시간을 달려 개인사유의 섬인 날루수안에 도착하였다.
수심이 낮고 따뜻해서 물놀이에 최적이란다. 함께 했던 보조자들이 스노쿨링 장비를 일일이 챙겨준다. 2인 1조가 되어 바닷속으로 들어가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양을 보니 무척 신기하고 아름답다. 수영을 잘 못하는 나는 발 조절을 잘 못하여 몇 번 바닷물을 들이켰다. 짠 물이 콧구멍으로 들어와 매큼하다.
아이들은 물고기에 취해 뭍으로 올라올 생각도 않는다. 한참을 놀고 나와 스노쿨링장비를 반납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은 뒤 옷을 갈아입었다.
힐릉뚱안이 있는데 그곳은 수심이 깊어 아이들이 위험하여 포기하였다. 처음 출발지로 가는데 아이들이 피곤한 탓인지 바다구경은 안하고 꿈의 세계를 향한다. 호텔에 도착하니 5시.
간단히 샤워후 예약된 식당으로 가기 위해 지프니를 타기로 하고 지프니를 세워 승차를 하였더니 웬 30중반의 현지인 남자가 잽싸게 올라타더니 운전석 가까운 곳으로가 운전사에게 뭐라고 지껄이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드망고 그릴에 내려 차비를 주고 식당에 들어서니 같이 타고 온 남자가 식당까지 들어와 손을 내밀며 팁을 요구하는 것 같다. 식당 사장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지프니를 안내했으니 팁을 달란다. 우리가 잡아서 탔다고 하니 웃으며 조금 주란다. 안주면 식사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단다. 5불을 주니 고맙다고 연신 머리를 숙이며 간다.
깔라마레스, 해물감바스, 갈릭새우, 차차 스테이크, 크랩라이스, 락 랍스타 갈릭소스, 망고쉐이크, 등 아주 푸짐하게 시켜 마음껏 배부르게 먹었다.
마트에서 과일과 음료수를 사고 오션 마사지로 가서 아이들은 성장 마사지, 어른들은 전신 마사지를 받고 호텔로 돌아왔다. 무척 피곤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의 날로 길이 간직되리라.
다섯째날
제이 파크 마지막 날, 아침 식사하면서 망고를 하도 먹은 탓인지 모두가 망고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방 두 개는 11시에 체크아웃이라 짐을 정리하여 큰 아들 방에다 옮겨 놓고 정원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다 가이사노 그랜드 몰에 가서 챔프버거, 치킨조이, 피자 바비큐 꼬치구이 등으로 점심을 했다. 생각보다 음식이 싸다.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마트에 있는 놀이기구를 아이들이 타고 노는 사이에 두 아들은 남은 돈을 환전하러 갔다.
다시 제이 파크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후 17시에 체크아웃하고 호텔 정문에서 프린스 스파 마사지에서 보내온 봉고를 타고 40분 가까이 달려 공항 근처인 마리나몰 세이브 모어 2층에 여행 가방을 맡기고 저녁 식사하러 가까운 중국식당으로 향했다.
메뉴로 크런치 치킨, 칠리 새우, 비프누들스프, 그릴립, 파인애플 볶음 밥, 크랩 라이스, 갈릭 라이스, 망고 쉐이크, 비프옐로우커리, 등으로 마지막 만찬을 즐기며 배를 채웠다.
기내 간식거리를 쇼핑하고 가방을 맡긴 마사지에 와 우선 발 마사지와 각질제거 까지 받고 2시간 동안 휴식했다가 전신 마사지를 또 받았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 시간을 메꾸는 것이다.
23시 30분 프린스 스파에서 차로 세부 막탄공항까지 태워다 주었다. 공항 대합실이 거의 없이 검색대를 지나니 여사무원 한 명이 조그만 책상 하나 놓고 쪼그려서 비행기 좌석번호를 확인하며 일일이 수작업으로 체크를 한다. 너무나 원시적이다.
책상이라도 큰 것으로 바꾸면 엎드리며 체크하는 수고를 덜 텐데,
마지막 날
01시 35분에 출발하여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아침 6시 50분. 공항내 지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큰 아들 승용차에 보관했던 겨울옷을 꺼내 입고 큰아들 식구들은 승용차로 우리 내외와 작은 아들과 두 손녀는 청주행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며칠간의 여행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가족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이다.
인생은 칠십부터다. 칠십을 고희(古稀)또는 희수(稀壽)라고 하는데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곡강이수(曲江二首> 중 두 번째 시구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유래했다.
朝回日日典春衣 (조회가 끝나면 날마다 봄옷을 잡혀)
每日江頭盡醉歸 (매일같이 강가에서 만취해 돌아오네)
酒債尋常行處有 (술빚이야 가는 곳마다 늘 있는 것이지만)
人生七十古來稀 (인생 칠십은 예로부터 드물었다네)
穿花蛺蝶深深見 (꽃 사이로 나비 분분히 날아들고)
點水蜻蜓款款飛 (잠자리는 물 위를 여유롭게 나는구나)
傳語風光共流轉 (듣자니 좋은 경치는 함께 다녀야 한다고)
暫時相賞莫相違 (잠시라도 서로 즐겨 어긋남이 없자꾸나)
옛날에는 ‘고희’는 물론이고, 환갑 때도 거판하게 잔치를 하며 장수를 축하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진 요즘은 환갑잔치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심지어 고희연도 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없는 시간을 틈내 아빠를 위해 아낌없는 고희여행을 해준 두 아들내외와 손자 손녀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미국에서 물질적 도움을 준 딸과 사위에게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칠십 평생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
내 영혼은 평안하고 내 몸은 건강하다. 적당한 스트레칭으로 유쾌한 삶을 보내며 장수대학에서 찬양과 율동으로 문화의집에서 건강댄스로 신명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천국 가는 그날까지.
첫댓글 "며칠간의 여행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가족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이다.
내 영혼은 평안하고 내 몸은 건강하다..."
오늘 같이만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라며 감상 잘 했습니다.
ㅎㅎ 잘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