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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소개가 곧 보증이다
중국에서는 소개가 곧 보증이 된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는 사람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는 사람이다 그 외에는 믿을 수 있는 게 없다.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양심의 저항을 전혀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어느 때든지 내게 거짓말을 할 수 있고, 또 거기다가 법과 규정은 든든하게 나의 안전을 책임져 주지 못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남는 것은 아는 사람 밖에 없게된다. 가족 친척도 있지 않냐고? 그들은 아는 사람 즉 지인이 아닌가? 그들도 지인 즉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니 가족 친척의 관계가 어느정도 긴밀하다. 적어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서로 돕고 산다.
법이 가까이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서로서로 더 끈끈한 관계를 맺게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한국도 전에는 즉 법이 멀리 있다고 느낄 때는 가족 친척끼리 끈끈한 유대의 정이 있었는데, 그리고 서로 돕는 분위기였었는데, 요즘은 사촌도 심지어는 친형제들끼리도 소원해지는 분위기다. 하긴 앞으로는 그나마 그러한 친족이나 형제들도 사라지겠지만 말이다. 형제와 자매가 있어야지 친족이 생기겠으니 말이다.
어쩌면 자본주의 제도가 발전을 하게 됨에 따라서, 법의 정비와 자본주의화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 법과 규정에 대한 기대심리와 팍팍하고 각박해지는 삶의 질이 동시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그와 더불어 가족관계가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본다.
한국도 소개를 많이들 하기는 한다. 그런데 보증 정도의 비중으로 까지 발전하지는 않는다. 보증은 별도의 엄중한 문제가 된다. 절차의 간소화 경비절감 그리고 일의 편리도모? 여기에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적인 끼리끼리 문화도 한몫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이러한 분위기로 소개가 이루어지지 소개에 목매다는 식으로 모든 것을 소개에 의지하지는 않는다. 소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하긴 미국도 경제나 정치계 연예계 등등에서 그들 나름대로 소개와 인적관계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하다. 미국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매체를 통해서 접해보다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다른 많은 사람들로 부터 소개와 도움을 받았다는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사는 곳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관계도 소개도 다들 필요하긴 필요한가 보다 (누가 그러더라? 미국인은 자기와 실력이나 능력이 비슷하면 경쟁의식을 갖고 자기보다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관대해지는 습관이 있다나?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나 국제적으로도 일리가 좀 있는 말 같기도 하다)
중국 사람들은 어떤 문제나 해결해야 할 불편한 일에 부딫혔을 때, 직접 얘기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이건 내가 아는 중국인들이 다들 그렇게 이야기들을 하고, 내가 또 중국속에서 살면서도 자주 그렇게 느낀다.
예를 들어 버스에서 누가 담배를 핀다면, 한국에서는 간혹 누가 불편함을 느낀다고 하드라도 , 그냥 꾹 눌러참든지 아니면 대놓고 말을 한다. 만약 참지않고 그냥 대놓고 얘기를 한다면? 그럼 감정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도 그게 자신의 잘못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그냥 곱게 끄면 그게 무슨 자신이 곧바로 약자로 전환이나 된다는 듯이, 곱게 끄지 않고 인상이라도 한번 쓰고 끄던지 한다. 하여튼 뭔가 저항을 꼭 한다.
이런 경우 중국에서는 불편을 느끼는 그 사람이 운전자나 차장을 불러서 얘기를 한다. 지목도 안한다. 그냥 누가 지금 담배피고 있다고 간단하고 조용히 말한다. 그럼 운전자나 차장이 직접 혹은 전체적으로 승객들에게 이야기하고 그러면 곧바로 시정이 된다. 막강한 공권력의 전통이 버스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듯이 보인다. 버스안에서 담배 피는 것이 더 상위의 공권력에게 발견되면 버스기사도 곤란해 지겟으니 말이다. 그게 버스기사가 가지고 있는 권력의 근원이 되는 것 같다.
또 누가 신발을 벗고 있어서, 냄새가 난다든가 하면 곧바로 기사나 차장을 부른다. 여름에 샌들을 신고있는 내게 차장을 통해서 얘기를 한 적도 있었다. 이 경우는 좀 과민반응이다 아무리 샌들이 더러워도 그렇지 샌들을 가지고 뭐라고 하냐? 차장이 내 앞에 와서 샌들인 거 보고는 되게 애매한 표정을 짓더니 그냥 돌아갔었다.
중국에서는 하루종일 신발을 신고 있다가 자기전에 한번 씻는 경향이나 문화화 된 습관이 있어서 사람들이 발을 노출시키면 본능적으로 발냄새와 연계를 시키고 몸의 신경계통은 그에 따르는 자동 반사를 하는 것 같다. 또 실제 대부분의 경우 발냄새가 엄청난다. 그런데 발냄새가 사실 안나는데도 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신발 벗기 좋아하는 한국인들에 대해서 말이다. 한국사람 책상다리를 이해를 못한다. 도서관 열람실서 다리펴라는 시정명령 여러번 당했다. 그럼 공부할 맞이 뚝떨어져 버린다. 나 아는 현지인 친구는 자기 사장이 업무중에 책상다리 하는 것을 당췌 이해를 할 수가 없단다.(거기다가 한손으로 발을 주물럭 주물럭 거리면..,)
내가 아이들이 좀 많은데, 나름 상당히 엄격히 통제 하는데도 , 시끄러운 것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 청도에서 이사를 다니다 보면 밑에 층에 한국인이 산 적도 있었고 중국인이 살기도 했었는데, 한국인은 하여튼 뭔가 좀 시끄럽다 하면 매번 그때 그때 올라와서 문을 두드린다.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 아니면 어쩔 수 없어서 였는지 나중에는 어? 어째 안올라온다? 라고 생각을 했더니 아예 이사를 가버렸다. 상대적으로 젊은 학생부부가 불편하기는 한데 얘기를 해도 시정도 안되고 또 그것때문에 싸울입장도 아닌지라 이사를 간 것 같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항의는 자주 들어와도 그 사람 얼굴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주로 1층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오더니, 나중에 그래도 안되니까 ,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온다. 아예 멀리 떨어져 사는 집주인에게서 조용히 좀 살라고 연락이 오곤 했다. 결국 우리는 나중에 집주인이 시끄럽다고 말이 많다고 집을 다시는 세를 안준다는 얘기와 더불어 집세를 올려버려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됬지만 말이다.
이렇듯 중국인이 직접 얘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인도 개중에는 직접 얘기를 안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래도 대부분은 꾹 참던지 아니면 그냥 직접 얘기해 버린다. 그래서 싸움이 많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볼 때 직접 이야기를 하면 충돌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누군가 공적인 역할이나 제3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통해서 얘기하면, 부드럽고 원만하게 처리되어 질 가능성이 커진다. 때에 따라서는 누가 얘기했는지도 모를테니 자신이 분노의 타겟이 될리도 없고 말이다. 이성적인 중국인이 만들어 낸 중국적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항의는 관리사무소로부터 들었는데, 옆집이 했는지 밑에 집이 했는지 헷갈리곤 했다. 둘 중에 한집이 뻔하다. 아니면 두집 다 얘기했을 수도 있겠다. 뻔하긴 하지만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물어봐도 당연히 얘기를 안해준다. 누가 얘기 했는지 모르니 나도 기분이 그냥 애매모호 뜨뜻미지근해지고 결국 결말이 늘 흐지부지 되고 만다.(그렇다고 애들이 조용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중국 사람들은 낮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가 엄청나게 심하다. 말이 나라지 한 도시내에서도 동네마다 말과 성격이 다른데 (한국 충청도 사투리도 서산 말 예산 말이 약간 씩 다르다) 산동성이 왠만한 평균적인 나라보다 인구나 땅덩이가 크니 말 다했다. 나는 중국인들이 자부심이 깔린 기운으로 니네 한국인구가 어떻게 되느냐? 고 물어오면 당연 4800만이라고 대답한다. 그럼 그들이 하는 반응은 완전 그냥 말그대로 13억의 붕어빵이다. 피엥~(콧방귀소리) 겨우 그거야? 너무 작네~~ 중국 한개 성의 절반도 안되네~(기 사는 소리가 거의 귀에 들릴 정도가 된다) 반응이 다들 이렇다.
그럼 내가 한마디 한다. 당신 영국인구가 몇인줄 알어? 당연 모른다. 생각을 안해봤거든, 5600만여, 프랑스는? 당연 답을 못한다. 6000만! 독일은 8000만. 일본은? 1억이 좀 넘어. 미국은? 러시아는 ?(약 2-3억 되겠다) 월남은 ? 7000만여. 한국이 작은게 아니라 지극히 정상여. 남북한 합치면 7000만여. 니들이 확실히 비정상여, 한국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작은게 아녀. 이러면 곧바로 ‘기 풍선’의 기가 푸~욱꺼진다 중국인들은 특히 영국의 인구대목에서 놀란다. 이 조그만 나라에 그토록 댑다 깨지다니..,사실 일본에 대한 감정이 끔찍하게 안좋은 것도 작은 놈들에게 당했다는 엄청난 자존심의 손상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한국은 작은 놈이 아니라 아예 이전에 자기네의 일부였었다 복속되었었다라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그래서 지금도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그렇게 생각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내 판단으로는 반한 감정 같은 것을 거의 느낄 수 없었고, 약간의 무시와 호감과 동질감과 질투들이 복합된 감정들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게 중국인들로 하여금 (한국인들에게) 역사를 주제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게 하는 또하나의 원인이 된다. 니들은 왕이었냐? (내심으로) 우리는 황제였는데? 기분 업! 니들도 12개 띠 쓰냐? 기분업! 설은 세냐? 젓가락 쓰냐? 머 이런 류의 질문들을 하면서 스스로의 자아도취적 정신적인 쾌락에 잠시 빠지곤 한다. 아예 그런게 눈에 보인다.
하여튼 중국이 이렇다 보니 오랜세월을 거쳐 무의식적으로 자리잡힌 한국적 사고인 그 사람이 그 사람, 이런 개념이 없다. 다 적들일 수 있고 도둑놈일 수 있다. 수호지를 보면 외딴 곳에 주막차려 놓고 지나가는 여행객(숙박) 잡아서 만두를 만들어 파는 얘기가 나온다. 이러니 낮선 사람을 경계를 안할 수가 없다.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도 낮선 사람에게서는 경계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중국에는 침대 하나만 빌려서 자는 여관이 있는데, 그런 곳에 들어가 보면 그걸 강하게 느끼게 된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얘기를 해보고 외국인인거 알고 사람 안나빠 보이면서 슬슬 경계를 푼다. (사실 낮선 사람에 대한 경계를 안하는 건 한국이 가장 심한 것 같다. 좋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태가 각박해지고 시대의 환경이 변하면서 그런 좋은 습관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좋다)
낮선 사람에 대한 경계는 곧 낮선 사람에 대한 의심이다. 경계니 의심이니 이런 얘기를 하니까 꼭 무슨 전쟁애기 하는 것 같다. 의심을 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의심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생각해보라. 말은 의미가 없다 거짓말을 대수롭지 않게들 한다. 의심만 잔뜩가고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동질성도 약하다. 각 지역마다 언어도 습관도 다르다. 지금 정책적으로 통일성을 추구해도 다른 것은 다른거다. 거리도 멀고 교통도(옛날엔 말도 못했겠다) 불편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엄청 힘들었다. (지금도 사실 여부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법은 사람들의 신변과 재산상의 안전을 역사적으로 보장해주지 못해왔다. (지금도 그렇다). 이러면 모르는 사람과 무슨 거래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결국 낮선 사람과 그냥 대놓고 무슨 상업상의 거래를 안하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그 중요성이 팍!팍! 부각되어 지는 것이 소개다. 아무도 못믿으니 당연 아는 사람이 중요해진다. 아는 사람에게 의지하게 된다. 아는 사람이 소개하면 상황이 좀 나아진다. 특히 그 아는 사람이 나와 가까운 거리의 사람이면 더욱 안심이 된다. 실수는 있을 수 있어도 나와 친한 아는 이가 나쁜 소개를 할까? 라고 말이다. (경우와 사람에 따라서 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배신이 된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소개에 목을 매달게 된다. 또 이래서 아는 사람의 소개는 곧 그 일에 대한 보증이 된다. 상대방은 모르지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아닌가? 아는 사람이 또 나름대로 평가를 해줫지 않은가? 좋다고 믿을만하다고 말이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아는 그 사람과의 관계가 위험해질 수 있다. 소개한 그 사람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소개를 받은 그 모르는 사람도 상황을 뻔히 알고 있다. 자기가 일을 잘못하면, 그 소개자의 입지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연 그 소개자 때문에 섯불리 소홀해 질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친하면 친할 수록 잘 알면 잘 알수록 보증의 정도는 더욱 더 강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에서 소개를 통해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이 순조로울 때에는 괜찮지만, 만약 일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다시 말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소개를 받은 사람은 소개를 해준 사람을 찾게 된다. 소개해 준 사람은 잘못하면 괜한 골치를 앓게 된다. 한마디로 같이 걸고 넘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소개해 준 사람을 찾아서 따지기에 하는 말이다. 이러면 사연이 길어지게 되고 국면은 복잡해지게 된다. 그래서 중국에서 문제가 생기면 왠만하면 대부분의 경우 상황이 복잡하고 되고 그래서 골치가 아프게 된다. 이게 중국인의 문화이자 습관이다.
내가 그런 경험이 두번 있었다. 한번은 무한에서 통역일을 소개를 받았다. 어느 기업의 총경리 여비서가 무한대학교 유학생 기숙사 사무실을 찾아와서 이런 사람을 찾는다고 소개를 부탁했다. (호북성에는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통역요원도 적다) 나와 개인적으로 교류가 좀 있었던 거기 유학생 빌딩 행정실 직원은 기숙사에 사는 한국인들 중에 나이가 가장 많고 더불어 스펙이 가장 좋은 그래서 체면을 안 구길만한 나를 소개해 주었다.
그래서 그녀와 내가 가격을 협상했다. 하루에 인민폐800원을 달라고 애기하니까(북경에서 이정도 한다고 얼핏 들은 기억이 있어서) 결국 400원으로 흥정이 되었다. 20일 간 그 지역에 가서 그 회사가 지정해 놓은 호텔에 거주하면서 ,한국에서 온 엔지니어들을 위해서 통역을 해주기로 했다. 돈은 그 회사에 도착하자 마자 절반을 미리 받고 일이 끝나면 나머지를 받기로 했다. 무한에서 버스로 4시간 거리인 형문’荆门Jingmen’이라는 중소도시였는데, 무슨 석고보드 같은 거 만드는 곳이었다.
그런데 막상 통역일을 시작하다보니 첫날 부터 얘기한 것과는 어쩨 뭔가 좀 다르게 돌아간다. 우선 시작할 때 주기로 한 절반의 통역비가 이틀이 지나도 아무말이 없다. 일하는 조건은 더 까다롭게 변해있었다. 업무상 통역만 얘기했는데 그들의 밤도 통역을 해야했다. 엔지니어들은 이미 와 있다. 일은 이미 시작됬다. 이러면 두루뭉실하게 넘어가게 되고 나중에는 얘기한 통역비의 절반도 장담못하게 생겼다. 일이 끝나면 줄라나?도 의심이 간다.(그래서 일이 끝나기 몇일전에 나머지 돈을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일이 다 끝나고 안준다고 하면 대책이 없고 주는대로 받아야 하니까)
나도 애가 아니었다. 엔지니어들은 이미 와 있다. 아쉬운 쪽은 한마디로 내쪽에서 그쪽으로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누가 아쉽냐의 위치가 중요하다). 총경리를 찾아서 항의를 하고 더 좋은 조건을 요구했다. 그랬더니 이 총경리가 그 여비서를 찾아서 한마디 한 것 같다. 그 애가 나를 찾더니 완전 난리법석을 친다.(일부 중국 여자가 남자에게 화를 낼때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마치 개장수가 개를 대하는 분위기다. 완전 그 분위기다. 어릴 때 우시장 바로. 옆에 살아서 많이 봤다. 우시장에서는 소만 파는게 아니다 .개 닭 돼지 염소 토끼 고양이 등등 다 판다)
내가 계단을 올라가는데, 계단 위에서 나를 노려보면서 윤선생 나좀 보잔다. 뿜어져 나오는 기가 개장수가 개를 대하는 기운이니 내가 위축된다. 그런데 나는 잘못한게 없거든? 잘못한게 없으면 겁이 덜나게 되고 따라서 용감해지기가 쉽다. 그래서 그 애에게 조목조목 따지니까, 처음에는 난리를 치더니 나중에는 얼르고 달래고로 태도가 바뀐다. 목소리도 불쌍하고 여리게 바뀐다. 옆에서 중년의 아줌마 경리부장인가도 지원사격을 해준다.
그러다가 결국 그래도 안되니까 나한테 위협을 한다. 너를 소개해 준 쪽이 무한대 유학생 기숙사 행정실이니까 그곳에 연락해서 손해배상을 신청한단다. 마치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 듯이 겁을 준다. 한편 뭔가 골치가 아퍼지는 거 아닌가? 라는 두려움이 들었지만 나도 그냥 밀어 부쳤다. 연락하고 싶으면 해보라고, 거기는 애냐? (큰)대 무한대의 유학생동 행정실 직원이다. 나이도 40대 겪을 만큼 겪은 사람이다.
그 애가 큰 허풍적인 기세로 전화를 한바탕하고, 의기양양한 기세로 전화를 나에게 바꿔준다. 그래서 내가 자초지정을 얘기했다. 초장부터 주기로 한 돈을 안줬다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그랬더니 그 행정실 직원이 내게 하는 말이, 아주 부드러운 말로, “윤선생~~ 그 여비서와 원만하게 자~알 해결하세요(괜히 나 걸고 넘어가지 말고)” 이런다.
결국 중간 절충식으로 해서 넘어갔다. 4일치 일당을 그것도 300원으로 깍이워서 1200원 받고 무한으로 돌아왔다. 나의 조건을 들어주고 끝까지 하기로 하여 일단 나를 잡아 놓고서, ‘당장 가면 골치아푸니까’, 그 나머지 이틀 사이에 새로운 통역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가란다. 설명같은 거 아예 없다. 머리 쓰는 게 거의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다른 하나는 청도에서 개인무역을 하는 젊은 중국인 사장에게 중국 가공공장을 소개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 애의 무역오더가 문제를 일으켰다. 그 애가 나를 찾아서 하는 말이 , 가공공장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자기하고 강소성 염성’盐城Yancheng’을 같이 가잔다. 나는 좀 황당한 기분으로 왜? 냐고 물어봤다 . 갈일이 없는 거였다. 나는 단지 그 애에게 가공공장을 소개만 했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건 완전히 그애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애가 하는 말이 이렇다. 네가 소개를 해줬기 때문에 같이 가야한단다. 결국 같이 가서 같이있어 주기로 했다. 별로 할말도 없었고 그렇게 잘 말할 능력도 안됬지만 말이다.
이러한 경우 골치가 아파오는 식으로 발전을 하려고 할 때의 대책은 내가 너한테 소개비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자기는 소개받아 돈을 벌려고 했으면서 내겐 돈 한푼 줄 생각도 안했는데, 왜 소개해 준 내가 너의 골치아품에 엮여들어가야 하느냐고 해야 한다. 물론 소개비를 받은 경우는 달라진다. 중국인들끼리는 간단한 소개도 의외로 돈을 잘들 주고 받는다.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작지만 때로는 이 인수도 고려해야 한다. 누가 누구에게 소개를 받고 누가 누구에게 돈을 받았는가? 받게 되는가? 사람은 돈 받은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커지니 말이다.
내가 아는 어느 현지인 무역회사 사장은(말이 회사고 사장이지 대부분은 2-3명 이하고 많거나 규모가 커도10명을 넘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사람과 인터넷으로 연락을 취하고 전화를 통해서 거래를 트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내게 한마디 충고를 한다. 아니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거래를 트느냐고? 자기는 절대 그렇게는 안한단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그래 나도 안다 아는 사람끼리, 이미 익숙해져 있는 사람끼리 하는게 여러모로 안전하고 좋아 근데 모르는 사람과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지 않아?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하는데? 전부 다 소개란다. (이 친구는 좀 심했다) 소개 아니면 믿을 수도 없고 ,일을 할 수도 없단다.
중국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산동지역에서는 황제가 안나온다’山东不出皇帝라는 말이 있다.엄청나게 크고 복잡한 이 중국이라는 땅에서 나라 전체를 통일하고 황제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잔머리와 정교한 권모술수를 써야 했겟는가? 그런데 산동사람은 단순해서 그렇게 잔머리를 못쓰기 때문에 장군이나 재상은 배출해도 황제는 배출 못시킨다는 얘기이다.KOTRA 청도 사무소에 있는 중국 사업 및 투자 안내 책자에 보면, 산동성 사람이 중국에서 (성격이)가장 좋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 산동성 사람이 내게 하는 말이 이 정도다. 그러니 다른 지역은 상당히 골치 아플 것이다.
중국은 살기에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산동성 청도시에 사는 것에 한해서는 그렇다. 체질에 맞는 것 같다. 구색 안갗추고 너무 화내거나 소리 안내고 먹는 거 종류많고.., 한국은 몇개월 차이도 위아래 따지는 경우가 있어서 사람 참 엄청 기분 나쁘게 할 때가 있는데, 중국은 10년 20년은 그냥 넘어가는 것도 편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문제에 부닥치거나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해서다. 일단 문제에 부닥치면? 그게 의료의 문제든 교통사고든 업무상의 문제든 갑자기 중국에 온게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엄청 복잡해지고 번거로워진다.
그럼 어떻게 하는가? 위에서 언급한 이러한 대 환경에서 ,소개가 곧 보증이 되는 이 사회에서,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그럼 어떻게 대처를 하면서 살아가야 하겠는가? 라는 문제가 튀어나온다. 해답은 간단하다. 당연한 귀결이 만들어져 나온다. 아는 사람을 최대한 만드는 것이다. 최대한 많이 최대한 친하게 , 사실 감정은 전혀없다. 이성과 이성만을 바닥에 좌~악 깔아 놓는다. 그래도 웃으면서 밝게 최대한 많이 최대한 친하게 그리고 뭔가 호탕한 척 사나이 다운척 아는 사람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사람들이 밥이든 술이든 뭐를 사는 것을 보면, 그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술이 들어가서 내가 내겟다고 돈을 꺼내놓는 것을 보면, 한편 아까운 심정과 다른 한편 호기로운 듯 기운차게 돈을 꺼내는 모습이 미묘하게 교차되어 느껴질 때가 있다.)
옛날의 유방과 그의 대장군 한신의 관계를 참고할 수 있다. 겉은 다 감정이다 인정이다 사나이의 우정이다 친하다. 자신의 밥을 나눠먹고 자신의 옷을 나눠입고 그랬다.(자신과 같은 급으로 대우했다는 애기일 수도 있겠다) 그냥 장군이 아니다. 일부러 여러사람 보는데서 대장군으로 공식 등장을 시켜준다.(유방이 한신을 이렇게 대했다) 정이 넘쳐난다 우정이 넘처난다. 그러나 속은 감정이 하나도 없다. 오직 이성과 계산이다. 한신도 이거 다 알고 있다. 그냥 이렇게 그냥 그렇게 굴러가는 것이다.(중국 얘기 중에 거의 유일하게 유비 쪽만 끈끈했던 거 같다. 유비도 나름대로 머리는 썻겠지만 말이다 )
사실 이런 현실은 중국에서 생활하는 왠만한 (한국)사람이면 다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이들 소개로 일을 처리한다. 한국에서도 소개는 사업상 많이 사용하는 방법중의 하나가 된다. 한국내에서도 소개들을 많이하고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끼리는 소개를 더욱 많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소개가 특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소개가 곧 보증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소개는 소개이고 보증은 보증이다. 별개의 문제가 된다)
혹시 아직 잘 생각해 보지 않았거나 혹 생각을 못해본 사람들은 이점 잘 참고가 되길 바란다.
(아는 사람을 많이 만든다는 것에 있어서, 본인이 지혜롭고 약게 잘만 활용한다면 외국인 이라는 신분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너무 의식적으로 그렇게 할 필요는 없겠지만 ,언어실력 자체는 고정이라도 그것을 가지고 잘하는 척해야 할 때와 못하는 척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이 두가지를 영리하게 잘 활용하면서 외국인의 입장을 잘 활용한다면, 외국인의 자격으로 중국 현지인들보다 훨씬 더 여러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사귈 수가 있게 된다. 권력자도 남자도 여자도 꼬치구이 집 주인도 경찰도 판사도 등등 여러사람을 사귈 수가 있게 된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낯선 사람끼리의 기본적인 본능적 경계심이 있는데다가, 서로 속이 너무 뻔히 보이고 신선도도 떨어져서 그게 잘 안된다. 외국인은 일단은 호기심의 대상도 되는데다가, 경계심을 덜 갖게 되는 거 같다. 내가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 그렇지 만약 그러지 않았드라면, 지금쯤 알고 지내는 사람이 아마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런 만남을 하나 하나 잘 관리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잘 써먹는다)
첫댓글 그렇습니다. 소개신의 역할은 우리와 좀 다릅니다. 그것을 써 준 사람은 큰 책임감을 갖고 있는것으로 느꼈습니다. 내용중에 한국인이 잘 못하는 일이 옆집이 시끄러우면 관리부를 찾지않고 바로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는 것입니다. 좋은 글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원고를 그냥 붙여 올린 것들이라 내용과 문장이 좀 거친면도 있는데, 오늘 저녁에 좀 다듬어야 겠군요. 스프링님의 따밍을 접해본지는 거의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요? 전에 구 조선일보 중국통에서 봤었나요? 하여간 잘 보셨다니 감사하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출판사에 한 10군데 보냈다가 다 툈짜를 맞았죠. 그래서 마냥 출판사에 보내고 있을 수 만은 없어서, 자비로 낸 거예요. 자세히 얘기하자면 복잡하구요. 자비는 출판사가 저자의 돈을 받고 책만 내주는 식이라, 마케팅이 이것 말고는 전혀 없습니다. 입소문 부탁 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군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책 사고 싶군요.
잘 읽었습니다. 중국거래처가 많은 저에게 참 유익한 내용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