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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태주의 인생 일기]
출처 한국경제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30421011
문학은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약이 되어야만 한다
시인은 '세상을 위한 서비스맨'…사랑과 희망으로 응원을
나태주 시인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인생을 살다 보면 기로에 설 때가 있다. 기로(岐路). 갈림길을 말한다. 이리로 갈지 저리로 갈지 선택할 기회를 말한다. 기로는 주로 인생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 선택의 가능성이 아주 많이 열린 젊은 시기에 자주 생긴다. 나같이 80 나이에 이른 사람에게 기로란 말은 당치 않은 말이다. 그러나 나는 올해 2025년을 나의 기로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나의 일들이 변하게 되어 있다.
첫째는 풀꽃문학관의 새로운 건립과 개관이다. 풀꽃문학관은 2014년 내가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하던 때 공주시의 도움으로 일본 가옥, 그러니까 적산가옥 한 채를 복원해서 연 간이 형식의 문학관이다. 그렇게 문을 열어 운영한 문학관을 10년 만에 새로운 건물을 신축해 다시 개관하는 해가 올해인 것이다. 더구나 문학관 이름까지 나태주풀꽃문학관으로 바꾸었다.
시는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
그리고 올해는 나의 시집 전집과 산문집 전집이 나오는 해이다. 시 전집이 아니고 시집 전집이고 산문 전집이 아니고 산문집 전집이다. 무슨 말인가. 그동안 나온 나의 시집과 산문집을 한군데 모아서 그대로 내는 책이란 말이다. 분량이 방대하다. 시집 전집 7000여 페이지에 산문집 전집 5000여 페이지. 그렇게 도합 1만2000여 페이지다.
그뿐 아니라 내 생애에 의미 있는 사진들을 모아서 사진집까지 500페이지 분량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이어령 교수와의 대담집 <마지막 수업>으로 주목받은 김지수 기자와의 대담집인 <나태주의 행복 수업>이란 책이 나오기도 했다. 약간은 두렵고 조심스럽다고나 할까. 어리둥절하다고나 할까.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을 가늠해 보게 한다.
사실 내 삶의 방향이나 목표는 단순 명쾌하다. 이대로 지속적으로 살면서 내리막길을 잘 정리하며 살면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정리하고 남길 것은 남기고 없앨 것은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교직에서 물러나면서 나는 스스로 결심한 내용이 있다. 적어도 노인정이나 동창회나 삼락회에는 가지 않겠노라고. 그 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와 문학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이다. 원로나 노인만 모이는 장소는 될수록 가까이 가지 않겠다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바이다. 대신 젊은 계층 사람들, 중등학교 학생, 대학생과 가까이 만나고자 한다. 그들이 불렀을 때 마다하지 않고 가야 한다. 불특정 다수 미지의 독자들과 친하게 지내야 하며 그들과 마음을 열고 솔직한 심정으로 소통하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좋은 시인의 길이다. 나 자신이 시를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라 말하고 시인을 ‘세상을 위한 서비스맨’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지치고 힘든 사람 일으켜 세워야
요즘 사람들 사는 일이 고달프다고 입을 모은다. 몸이 고달픈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렇다고 한다. 몸이 먼저 앞으로 나가 버렸다고 한다. 어쩌겠나. 먼저 나간 몸이 잠시 멈춰 서서 뒤따라오는 마음을 기다려줘야 한단다. 이러한 사람들을 두고 문학이 어떻게 해야만 하나? 모른 척 눈감아야 할 것인가. 무시하고 멸시하고 깔보아야 할 것인가. 독야청청 자기만 잘났다고 자랑만 여전히 늘어놓을 것인가.
아니다. 문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문학은 동시대인과의 호흡이고 소통이고 동행이고 마땅히 그들을 위한 위로와 축복이고 공감이어야 한다. 지친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힘든 사람을 살려내야 한다. 이것이 문학의 지상명령이다.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문학은 문학이 아니다. 설 자리를 잃는다.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약이 되어야만 문학이 문학이다.
문학인은 혼자서만 잘난 척 뻐기지 말아야 한다. 아는 척하지 말고 더구나 성스러운 척하지 말아야 한다. 독자 없이, 읽어주는 사람 없이 애당초 문학은 설 자리가 없다. 더구나 절망과 불안과 우울과 혐오와 증오를 문학에서 삼가야 한다. 축복과 응원과 사랑과 희망을 담기에도 문학의 그릇은 비좁다.
이러한 나의 망설임을 문학관 직원인 한동일 팀장과 안지연 대리에게 말했을 때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원장님, 지금처럼 하시면 됩니다. 방향을 바꾸지 마시고 지금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 문학과 인생을 이야기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며 사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기로에 선 사람이 아니고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가야만 하는 사람인 것이다.
'성찰의 길' 계속해서 걸어갈 것
더불어 읽으십사 졸시 한 편 아래에 옮겨 적어본다. 이 시는 지난 10년 동안 내가 문학관에서 꽃과 나무를 심어 가꾸며 가진 생각이나 느낌 가운데 하나인데, 좋게만 생각되던 소나무가 끝내 좋기만 하지는 않았다는 경험적인 고백을 담은 내용이다.
사철 푸르고 변함없음이 좋았다/ 기상이 맘에 들었다/ 우리 풀꽃문학관에도 그래서/ 소나무를 다섯 그루나 심었다/ 그러나 10년을 두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도무지 곁을 내주지 않는 나무였다/ 소나무 부근에 귀한 풀꽃을 심었는데/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는 거였다/ 두메양귀비, 하얀 할미꽃, 금낭화, 복수초/ 골고루 심었지만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야말로 혼자만의 고집, 독야청청이요/ 독선이었다/ 나는 이제 소나무에 대한 지지를 거두어들인다/ 그렇다고 나무를 뽑겠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지지를 거두어들이고 애정을 철회한다는 말이다. - 나태주, ‘소나무에 대한 감상’ 전문
빛명상
사람은 무엇을 위해
태어나는가
새벽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어머니는 나를 깨워
계산 성당 새벽 미사를 위해
나를 이끄셨다
계산성당가는 길
그날도 나는 졸린 눈울 비비며
어머니의 손을 잡고 칠흑빛
어둠만이 가득했던 새벽길을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온 대지는 눈에 뒤덮여 있었고,
가끔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쳐
온몸을 차갑게 휘감고 지나갔다
겨울바람의 냉기가 허기진
가슴 밑바닥까지 파고들어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104개의 계단을 통과할 무렵이면
-광호야!
사람은 무엇을 위해 태어나느냐?
추위에 이를 부딪칠 새도 없이
날마다 반복되는 어머니의
교리문답이 시작되었다
사실 주교님의 반지에 그토록
입을 맞추려 했던 것도
이 시간,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다
-사람은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해 태어나요!
어머니의 질문에 나는
이미 수백 번도 더 들어왔던
대답을 한 번에 건넸고
졸린 눈을 다시 비볐다
대답에 만족한 어머니는
곧 흡족한 표정을 지으시고
묵묵히 묵주 알을 굴리셨다
그때 갑자기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른 산새 소리에 놀라
어머니의 치마폭에 몸을 묻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태어나는지
잊지 말라는 듯이
출처 : 甲辰年 그림찻방3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3
2024년 6월 22일 초판 1쇄 P. 320-321
황금 보릿단의 빛무리
태몽 이야기를 통해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내게 용기를 북돋워주신 어머니,
자식의 앞날을 무한한 사랑으로 축복해 주시는 어머니의 마음에
나는 가슴이 다 뻐근해졌다.
“얘야, 이제 아무래도 약속한 때가 다 된 것 같구나.”
그날 저녁, 어머니는 유난히 그 말을 되풀이하셨다. 엄니가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이었다. 어머니의 주위에는 자식들과 학회의 오랜 회원들이 모여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 위로 황금빛 저녁 해가 드리워졌다.
평소 어머니께서 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아비야, 나는 꼭 두 주일만 아프다 죽었으면 좋겠다. 첫 주는 내가 알고, 그 다음 주는 자식들이 알고…. 그러면 그 시간 동안 이 몸이 살아오면서 지은 죄,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기도도 하고, 또 너희들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서 좋지 않겠니. 그렇게 꼭 두 주일 동아만 아프다가 하느님의 나라로 가고 싶구나….”
마지막 날까지도 어머니의 손에는 평생을 함께 한 묵주가 들려있었다. 어머니는 묵주를 늘 두 개씩 챙기셨는데, 하나는 자식들을 향한, 다른 하나는 세상의 모든 영혼들을 향한 기도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평생을 올린 기도 덕택이었을까, 어머니는 당신이 원하시던 대로 그토록 좋아하시던 성모님의 로사리오 성월(聖月)이 시작되던 시월 이튿날, 세상을 떠나셨다.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 어머니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게 말씀하셨다.
“아범아, 네가 가진 그 힘을 세상 모든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거라…. 그래서 이 세상을 더욱 맑고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곧 죽게 되더라도, 하늘나라에서 널 지켜주마.”
어머니는 말씀을 잇기가 힘드신지 잠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천천히 눈을 뜬 어머니는 느릿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으셨다.
“너를 가졌을 때의 태몽을 이야기해주고 싶구나. 이렇게 마지막까지 그 꿈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걸 보니 참 신기한 일이야. 내 어제 밤에도 묵주기도를 올리다 잠이 들었는데…, 너무도 아름다운 빛의 현상을 보았단다. 그리고 너를 낳기 전 꾸었던 그 태몽을 다시 꾸었어. 아, 아무래도 이제 약속한 때가 다 된 것 같구나.”
어머니는 마치 꿈을 꾸는 듯 먼 허공을 응시했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혹 어머니가 몸이 많이 쇠약해지신 탓에 정신에 혼란이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다 못한 내가 물었다.
“어머니,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정광호! 넌 내 아들 광호다!”
평소 아이 이름을 대며 나를 부르시던 것과는 달리, 그날 어머니는 유난히도 크고 또렷하게 내 이름 석자를 부르셨다. 마치 마지막까지도 당신께서 맑은 정신을 놓지 않고 있었음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시려는 듯.
이윽고 어머니는 나와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태몽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했다.
“추수가 끝난 가을 벌판이었지, 가을걷이가 끝난 벌판에 누런 볏짚단들이 큰 뭉치를 지어 차곡차곡 세워져 있더구나. 주위는 온통 끝도 없는 들판이었고, 그 들판 가득 황금빛이 찬란하게 내리비치는데, 내 생전 그리 밝은 빛은 본 적이 없단다.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어. 그런데 그 커다란 볏짚단들 사이로 너무도 보잘것없이 작은 보릿단이 하나 보이더구나.
‘어째 저 짚단은 저렇게 빈약하고 작을꼬?’
나는 왠지 그 짚단이 측은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한참을 눈을 뗄 수가 없었어.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너무도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무리가 내리비추었지, 그러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큰 볏짚단들이 그 앞으로 와서 절을 하는 게 아니겠니. 그 작고 볼품없는 보릿단은 주위의 절을 받으며 당당하게 서 있었어.
‘참 신기하기도 해라. 짚단끼리 저렇게 절을 주고받다니…. 그리고 저리도 작은 보릿단에게 커다란 볏짚단들이 절을 하다니….’
나는 혼자 속으로 생각했지. 그렇게 그 광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는데, 작은 보릿단이 갑자기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어. 나는 어쩔 줄을 모르고 쳐다만 보았지. 그래도 보릿단은 계속해서 뚜벅뚜벅 내게 걸어오는 거야. 그러더니 그 보릿단이 나를 확 덮쳐, 그만 나는 온몸으로 그 보릿단을 안고 말았단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꿈에서 깬 후에도 꿈속에서 보았던 그 빛이 온 방에 가득하고, 향기가 진동을 하더구나. 그런 꿈을 꾸고서 너를 가지게 된 거란다.”
어머니는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한 듯 더욱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네가 태어나는 날은 산통이 시작되었는데도 몸이 그다지 아프지 않았어. 그저 황금 들판에서 너를 처음 만나던 그 꿈속의 모습만이 아련하게 떠올랐었다. 참 수월하게 너를 낳았지.”
내가 어머니로부터 처음 그 태몽 이야기를 들은 것은 호텔을 그만두고 학회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아범아, 집에 한 번 다녀가거라. 내 너한테 할 말도 있고….”
한밤중에 전화를 하신 어머님의 첫마디였다. 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며칠 전 어머니께서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연락을 드렸었는데, 아마 그 일 때문인 듯했다.
“어머님이세요?”
내가 수화기를 내려놓는 걸 보고 아내가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아내도 금세 걱정스런 표정이 됐다.
“무슨 일 있으시대요?”
“집에 다녀가라셔….”
“당신 일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않고 자리에 누웠다.
“당신이 어머님 잘 달래 드리세요. 얼마나 걱정이 많았으면 이 밤중에, 그것도 당신에게 직접 전화를 다 하셨을까….”
아내의 말처럼 어머니는 어떤 일에도 직접 전화하지 않으셨다. 늘 형님이나 조카들을 시켜 전화를 해오신 분이다. 그런 분이 직접 전화를 했을 때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초광력超光力 일로 전화를 드렸을 때에도 어머님은 ‘어멈하고는 상의 한 거냐?’ 라고 한마디만 물으셨다. 그리고는 잘 생각해서 하라고만 하셨을 뿐 다른 말씀은 없어 의외로 쉽게 넘어간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하긴 날 대주교로 만드는 게 소원이셨던 어머님이고 보면 초광력超光力에 대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만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난 혼자가 아니라 가족을 부양해야 할 가장이었다. 가장이라는 사람이 식구들은 팽개치고 초광력超光力이라는 이상한 일을 하겠다고 하니 어머님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새벽이 다 되도록 잠이 들지 못했다.
다음날, 아내와 함께 어머님을 뵈러 갔다. 어머니는 한복까지 깨끗하게 갈아입으시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아내는 그런 어머님이 어려웠는지 힐끗힐끗 내 눈치를 살폈다.
“어멈은 그만 나가보고, 아범은 거기 앉거라.”
아내는 못내 걱정스런 표정으로 방을 나갔다.
“지난번 아범 전화 받고 많이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그런 말 듣자고 아범 오라고 한 건 아니다. 아범이 다니던 직장까지 관두고 그 일을 시작한다고 하니, 꼭 해줄 말이 있어서 널 부른 게야.”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어머님은 길게 숨을 고르셨다.
“사실 나는 너를 신부로 키워 대주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어릴 적부터 복사 단장을 하며 성당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모습을 보며, 네가 어젠가 훌륭한 신부님이 되리라 생각하며 흐뭇해하곤 했었다. 또 그러기를 간절하게 기도했었고…. 그러던 내가 결국 내 기대를 저버리고 결혼을 하더구나. 그때 내 얼마나 실망했었는지 몰라.”
나는 잠자코 어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범이 처음 이상한 힘이 있다고 했을 때만 해도 난 아범한테 사탄이 들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아범이 병든 사람을 고치는 걸 봤다는 사람이며, 아범한테 병이 나았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걸 보니 조금 마음이 놓이더구나. 하느님이 우리 아들에게 성령의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 거야. 하지만 막상 네가 이제 그 일에만 전념하겠다니 또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구나.”
어머님의 목소리는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걸까? 그 일을 못 하게 반대하시는 건 아닐까….
“아범이 비록 신부는 못 되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베풀고, 또 함께 사랑을 나누며 사는 것이니 대견하게 생각한다. 이런 말은 처음 하는 게다만, 아범은 특별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각별히 몸조심해야 한다.”
어머니는 진심으로 자식의 앞날을 축복하며 간절한 기도를 아끼지 않고 계셨다. 지금껏 나의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난생처음, 꼭 돌아가시기 전처럼, 내게 태몽 이야기를 해주셨다.
“난 그 꿈 이야기를 지금까지 차마 아무에게도 꺼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도 생생하고 또렷한 꿈이었기 때문에, 분명 네가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 되리라 믿으며 널 키웠다. 아범아, 너는 세상을 위해서 큰일을 할 사람이다. 부디 내 말 명심하고 부디 훌륭한 일 많이 해야 한다.”
“네, 어머니 잘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어머니가 그날 날 부르신 까닭은 지금껏 소중히 간직했던 꿈을 꺼내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내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자식의 앞날을 무한한 사랑으로 축복해 주는 어머니의 마음에 나는 가슴이 다 뻐근해졌다.
어머니의 격려 덕택에 나는 한결 힘을 내어 학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가 임종을 눈앞에 두고 다시 그 꿈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이다.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자식을 걱정하며 힘을 주시려는 어머니의 마음에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이 찡해졌다.
어머니는 그 꿈 이야기를 끝으로 지극히 전지전능하시고 우주의 마음이시며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두손을 모으시자 이내 오색의 영롱한 빛줄기가 천천히 주위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어머니께서는 고요히 잠드시더니 영영 깨어나지 못하셨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영원히 떠나가셨다.
그렇게 어머니가 가신지도 어느덧 이태가 지났다. 가끔 학회 일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과 품속이 그리울 때마다,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해주셨던 그 꿈 이야기를 생각하며 평소 어머니께서 즐겨 찾으시던 남산동 성모당을 찾아 꽃 두송이와 함께 촛불 두 자루를 켜 올리곤 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지막 소망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내 온 힘을 다해서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행복을 주는 남자
초판 1쇄 인쇄일 2002년 6월 07일
초판 1쇄 발행일 2002년 6월 20일 P. 93-100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수상 소식을 듣고
찔레꽂이 피기 시작하던 4월이었습니다. 시 · 수필 문학 부문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수상자 선정 소식을 들었습니다. 글쓰기로 처음 삶의 자그마한 궤적을 그려나간 때가 떠올랐습니다.
고교 시절이었습니다. 창밖을 보며 떠오르는 상상을 글로 끄적였습니다. 일찍 재능을 본 국어 선생님(시인 윤태혁)은 제게 `너 문인 돼라.’는 한마디를 던지셨습니다. 그때부터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한 장 두 장 써낸 글로 `심원心圓’이란 문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작가의 꿈’은 잠시 잊혀갔지만, 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30년 전 사단법인 빛명상을 설립한 이후 만난 수많은 인연을 거쳐 한 장 두 장 써둔 글이 태어났습니다. 우리 인성을 기억하고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다수의 책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뒤늦게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하며 작가가 되는 꿈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글로만 한국인 대상 수상자가 되기에 부족함이 있어 보였습니다. 저보다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도 많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쓰기가 이르는 방향을 생각하자, 나름의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오래전의 일입니다.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남몰래 이웃을 돕던 제게, 김수환 추기경님과 김영환 몬시뇰은 뜻밖의 당부 말씀을 하셨습니다..
"때가 되면 필요한 일이 생길 것이니, 나눔 활동을 꼭 기록으로 남기게."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두 분의 뜻에 따라 나눔을 하나하나 기록했습니다. 뜻밖에도 그 기록의 축척은 국가와 사회가 인정하는 공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에 깔린 깊은 의미를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이 상을 받긴 하지만,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나눔을 했을 뿐입니다. 저와 함께 이웃사랑에 참여해 주신 많은 분의 정성과 헌신에 그 공로를 돌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진심을 담은 글과 변함없는 나눔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의 밑바닥까지 밝히는 빛이 되겠습니다.
누구보다도 나눔에 최선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생명의 원천이신 우주마음에 감사와 공경을 올리며 글을 맺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5월
찔레꽃 향기로 가득한 빛터에서
정광호 올림
* 하나뿐인 지구와 인류를 지켜낼 열쇠 중 하나가 이웃사랑 나눔에 있다는 그분의 뜻을 받아, 이 글에 담았습니다.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3(2쇄)
2024년 06월 22일 초판 1쇄
2024년 12월 17일 초판 2쇄 P. 360-361
첫댓글 귀한문장 차분하게 살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진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학회장님의 빛알깽이 보물의 글을 한자
한자 정성으로 읽고 마음속에 품습니다.
학회장님을 뵙고 빛을 만나고 빛과 함께하는 삶을
살게하여 주시어 진심 감사와 공경을 올립니다.
감 사 드 립 니 다. 🙇♂️🙇♂️🙇♂️
빛VIIT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공경과 감사의 마음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
귀한 빛의 글,
감사의 마음으로 담습니다 .
감사합니다.
생명의 원천이신 우주마음
감사와 공경을 함께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 육신을 가지고 태어나 우주마음의 뜻 대로 삶을 정말 가치롭게 보람있게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살아가심에 진심 감사드리며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감사와 공경의 마음 올립니다.
나태주 시인께도 좋은 일이 많은 올해, 축하드립니다.
학회장님의 탄생이 우주의 축복과 함께 시작되심에 공경의 마음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시인으로 소설가로 수필가로 많은 빛의 책들을 펴내시어 힘들고 지치고 절망에 빠진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학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학회장님의 삶을 볻받아 경천 애인 애생의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순수하고 진심이 가득한이웃사랑의 마음을 느끼며 존경과 감사마음 올립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세상의 밑바닥까지 밝히는 빛
감사합니다.
황금 보리단의 빛무리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수상과 함께
우주마음님
안에서 현존의 빛과 함께
하시는 학회장님께 감사와
공경의 마음을 올립니다 올립니다.*
귀하신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황금보릿단과 빛무리...빛책속의 귀한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현존의 빛으로 오신 학회장님과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글 감사합니다
귀한 빛 의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귀한 빛역사이야기 <황금 보릿단의 빛무리>, 어린시절부터 이웃을 도우신 학회장님께
무한한 공경의 마음 가득 올리며,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