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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때도 윤 대통령은 “책임이라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싸고돌았다. 대통령 취임 전엔 대통령 부인의 활동도 없을 것이라더니 제2부속실도, 특별감찰관도 안 두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대통령보다 오만해 보인다. 당 대표 경선 중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서 나경원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려 결국 주저앉혔다. 정무수석은 안철수 당 대표 후보를 향해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조폭처럼 협박했다. 유신독재 시절 서슬 퍼렇던 중앙정보부장들도 이토록 공개적으로 당내 경선에 개입하는 행태는 보인 바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월 초 에너지 바우처 7000원 추가 인상을 발표했음에도 경제수석은 며칠 뒤 갑절로 올린다고 발표하는 등 ‘청와대 정부’ 뺨치게 내각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는 적폐 재생산을 자행하고 있다.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사태에서 보듯 검찰 출신으로 그득한 대통령실에선 인사 검증을 해도 검찰 출신의 갑질쯤은 별일 아닌 걸로 뵈는 모양이다.
문제는 이런 대통령실에서, 그리고 윤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검찰 출신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돈다는 사실이다. 육사 출신도, 무능한 운동권 출신도 정권을 운영했는데 똑똑하고 유능하며 윤 대통령 뜻을 빠릿빠릿하게 받들 특수통 검사 출신들은 훨씬 잘하고도 남을 거라는 소리가 거짓말같이 나돌고 있다. 이러다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나는)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올 초 한 신문과의 인터뷰가 현실이 될 것만 같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지율 0%가 돼도 할 일을 하겠다”며 진짜 검찰 공천을 밀어붙일지 모른다. 총선에 이기고 2027년 대선에서 지느니, 차라리 총선 포기하고 정권 재창출을 하는 게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총선 승리하고 2022년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정권보다는 2000년 총선에선 졌지만 2002년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던 김대중 정권 모델이 백번 낫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
김기현 대표가 총선 공천을 하며 윤 대통령과 맞설 리 없다. 그러나 ‘검찰 공화국’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당’이 된 국민의힘이 총선을 포기한들, 대선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이 부인을 대하듯 국민에게 좀 더 친절하게 다가오길, 그리하여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좋은 점수를 받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