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모두 제자리” 첫 번째 이야기
날짜:08.7.30.목요일.
시간:3:10-4:40
모이는 장소: 사장 나무 아래
명수: 은지, 현지, 대준 총 3명
( 대현이 늦게 프로그램 참여)
아이들의 정리정돈 습관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알지만 잘 몰라서, 시시하고 재미없는 정리정돈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시작하였습니다.
첫날, 제 계획을 이야기 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고 싶어 은지와 현지와 사장 나무아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 얘들아. 우리 이 시간에 무엇을 했으면 좋겠어?
현지: 만들기 해요.
나: 만들기 좋다. 뭘 만들지?
은지: 집이요. 상자로 집을 만들고 그 안에 신발도 만들고 해서 정리정돈 해요.
나: 은지 생각은 그렇구나. 선생님 생각은 조금 다른데.. 우리 재활용품을 모아서 친구들이 필요한 정리함이나 연필꽂이 같은 것들을 만들어 보면 어때요?
현지: 아. 좋아요. 난 연필꽂이!!
은지:그럼..... 난 책꽂이요.
나: 대준이는?
대준: 연필꽂이.
은지: 선생님. 그런데 어디서 모아요?
현지: 아. 저기 가면 쓰레기 엄청 많아요.
나: 와. 그럼 우리 가서 쓰레기도 줍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은 따로 모아서 만들기 하기로 해요. 어때요?
은지: 좋아요.
현지: 선생님. 몇 개인지 정하고 가요!
나: 몇 개? 무슨 말이지?
현지: 그 상자나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나: 재활용할 수 있는 거 몇 개 갖고 올지 정하자는 말이지. 무엇이 필요한지도 정하고 가자.
현지: 네. 전 페트병 5개, 박스 1개요.
은지: 나는 박스 1개, 페트병 2개요!
나: 대준이는 요?
대준: 우유팩...
나: 몇 개 필요해요?
대준이는 말없이 수줍은 듯이 웃고는 고개를 돌립니다.
나: 잘 모르겠으면 천천히 생각해요. 자. 이제 출발하자.
대현이는 사정으로 뒤늦게 참여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쓰레기를 주우러 간다고 말하고 함께 하겠냐고 물었습니다.
대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준이와 함께 먼발치에서 저희를 따라오네요.
이렇게 모인 대준이, 대현이, 현지, 은지는 생일도 이곳, 저곳을 누비며 쓰레기를 줍습니다.
대현이가 돌담 사이에 있는 쓰레기를 꺼내 제게 보이고는 어디론가 휙 하고 갑니다.
“우와. 여기에도 쓰레기가 많구나. 대현아..고마워.”
말하기도 전에 수줍게 미소 지으며 도망가듯 가버린 대현이.
어디에 가서 치우라고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합니다. 대준이는 밤송이도 줍습니다.^^
우리는 양손에 쓰레기를 가득 쥐고 농협 근처 분리수거대 앞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쓰레기 봉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봉투가 없어 모두들 난감했습니다.
저는 농협에 가서 아주머니께 여쭤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 분리수거대에 1회용 비닐봉투가 있어야하는데 이것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은지와 현지가 그럼 농협에 가서 여쭈어 보자고 합니다.
그래서 대현과 대준, 그리고 은지와 현지와 함께 농협에 들어가서 여쭤보기로 하고 농협에 일하고
계신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나서 은지가 저를 봅니다.
나: 은지야. 여쭈어봐. 선생님이 도와줄게.
은지: 저기.. 쓰레기통에..
은지가 손짓까지 하며 말합니다. 작은 목소리에 아주머니는 허리 굽혀 들어주십니다.
저도 옆에서 거들어 주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끝나자 아주머니께서는 면사무소에 가보라고 말하십니다.
“고맙습니다.”
농협에서 나온 은지가 해맑게 미소짓습니다. 아이들과 헌호선생님이 어서 가보자고 합니다.
우리는 함께 면사무소로 갔지요. 가는 길에 쓰레기도 줍고 어르신께 인사도 드립니다.
옷이 더러워지는 줄도 모르고 품에 쓰레기를 가득 안고서 가다가 쓰레기를 하나, 둘 흘리다시피 하자
서성리 마을회관 앞에 있는 정자 근처에 모아두어 다시 쓰레기를 나눠 가졌습니다.
흘리지 않도록 손에 꼭 쥐고 다음 분리수거대가 나타날 때까지 걷습니다.
재잘재잘,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아이들, 덥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오늘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밝습니다.
불만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아이들이 힘들고 지칠 텐데 오히려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저 또한 즐거웠습니다. 힘이 났습니다. 가는 길에 현지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덥다며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라고 소정의 용돈을 현지에게 주시며 가셨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교회로 돌아갈 때,
농협에 들러 대현이와 은지에게 현지가 맛난 아이스크림을 사주었습니다. 대준은 자신의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겠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다음 분리수거하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습니다. 이곳도 아까 들린 곳과 마찬가지로
캔, 플라스틱, 비닐, 기타 1회용 비닐 봉투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는데 역시나
쓰레기봉투는 없었습니다. 옆에 작고 까만 쓰레기봉투만 버려져 있습니다.
아이들은 고민에 잠시 잠겨 있다가 그 옆에 쓰레기를 모아 두었습니다.
면사무소에서 쓰레기봉투를 얻어와 버리기로 하구요. 대현이와 대준이는 훌쩍 훌쩍 계단을 뛰어 넘어
벌써 면사무소 앞에 도착해 우리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합니다.
나는 계단 오르기 조금 버거워 하는 은지와 현지의 손을 꼭 잡고 올라갔습니다.
면사무소 앞에 모인 우리들, 저는 아이들에게 하나 둘 셋 하면 허리 굽혀 바르게 인사하자고
귀띔을 주고 들어갔습니다. 들어가 보니 모두들 일하시느라 바쁘시네요.
“얘들아. 조용히 인사하자.”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이상하게 제 목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고 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뒤돌아보니 아이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저를 보며 수줍게 미소 짓습니다.
면사무소의 분위기가 엄숙해서 그런 모양인지 긴장했나봅니다.
“허리 굽혀 조금만 더 큰소리로 인사하자.”
"안녕하세요."
다행히 어르신이 저희를 보고 뭐 하러 왔냐고 눈짓을 주십니다.
“누가 여쭈었으면 좋겠는데 누가 말해볼까?”
정적이 흐릅니다.
“은지가 말해볼까?”
은지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젓습니다.
“현지가 해볼까? 대현이가??”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현지가 저보고 여쭈어달라고 말해서 결국 제가 여쭈었습니다.
어르신은 제 말을 듣고는 어디론가 가더니 파란 쓰레기 봉투를 창고에서 꺼내주십니다.
“한 장만 주셔도 돼요.”
“혹시 모르니 두 장 가져가요,”
제 뒤에는 아이들이 서 있습니다.
“얘들아. 봉투 받아야지.”
아이들은 한 두명 천천히 앞으로 나가더니 봉투를 받습니다.
아저씨는 더운데 수고가 많다며 격려해주십니다.
우리는 감사인사를 드리고 면사무소에서 나와 다시 분리수거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비닐봉투를 분리수거 대에 고정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까.
은지가 테이프로 붙였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장에 테이프를 구할 수 가 없고 시간도 없어서
결국 우리는 다음시간에 테이프를 가져와 비닐봉투를 고정하기로 하고
은지와 대현이가 쓰레기봉투를 맡아 다음 시간에 가져오기로 약속합니다.
“선생님.. 우리 폐품모으기로 한거는요? ”
“지금 주울까?”
“안돼요. 시간이 벌써 넘었어요. 늦었으니까 얼른 교회로 가요.”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생영교회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제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찾아 기뻤습니다.
마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줍고, 어르신들 만나면 인사하고,, 또 칭찬받는 아이들.
남들이 쉬쉬하는 일들을 불만 없이 나서서 하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지역 어르신들께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여쭙고 감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제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임을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선함을 보았습니다.
더워서 힘들다는 것 빼고는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와준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하기 싫은 일이었을 텐데, 비닐 봉투가 없는 것을 보고 농협에가서 물어보고 면사로 찾아가기 까지
함께 한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선한 마음으로 선한 일을 하는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첫댓글 더운날씨에도 밖에서 활동하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혜림이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보여.. 모두모두제자리 프로그램의 활동. 앞으로 많이 기대할께!!!!
와.. 첫날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하고, 혜림누나가 준비해 온 것을 전달하기도 하고, 지역에 나가기도 하고, 앞으로의 기록도 기대할게요~
언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 든지 부탁해주세요^^
ㅋㅋ 혜림이가 먼저 나서서 하는것이 아니라 아이들 의견을 물어보고. 여쭈어볼수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모습이 . 정말로 아이들의 주체성을 생각하는구나.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구나 라고 느꼈어..ㅋㅋ 잘하고있구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