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3천명대, 단계적 일상회복의 현실과 준비
어제 우리나라 코로나 19 확진자가 3,273명이 확인되었습니다. 코로나 19 유행이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해석을 간략하게 적었습니다. 조금 길고 자세히 적어드리고 싶지만, 업무가 너무 크게 늘어서 평소와 다르게 간략하게 제시해드리고자합니다.
1. 확진자수 증가의 원인
- 현재 우리나라는 델타변이바이러스가 100%유행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델타변이의 감염력은 기존 코로나의 1.7배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어서 조금만 균형이 무너저도 즉시 확진자가 증가합니다.
-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율이 전파력을 감소시키기는 모자랍니다. 특히 2차 접종율은 50%에 도달하지 못했으므로 감염력 감소효과가 온전히 나타나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거기에다가 감염되어서 면역을 획득한 사람의 비율은 유럽 주요국가 대비 1/10~1/20정도, 일본 대비 1/2~1/4 정도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면역수준이 많이 낮습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 시뮬레이션 결과 7월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 이후와 비교하면 감염력 감소 효과가 절반이 이상 감소해있습니다. 이는 매우 당연한 현상입니다.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랫동안 효과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2. 단계적 일상회복의 본질
- 당국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시점은 10월 전국민 2차 접종 기회 제공 이후임을 몇번 발표했지만, 9월초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의 시점격인 조치들이 있었습니다. 유행상황이 안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시간 제한과 인원제한을 완화한 조치와 추석 가족간 모임을 8명까지 허용한 조치가 대표적입니다. 저는 이러한 조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단계적 일상회복은 지난 1년반 동안 이어진 방역상의 피해(확진자, 중환자, 사망자)를 막기위해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왔던 정책을 백신 접종 후 다시 방역상의 피해로 돌리는 절차입니다. 물론 백신 접종으로 인해 치뤄야할 피해의 총량은 크게 감소했습니다만 그래도 심각한 방역상의 피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3. 앞으로 치뤄야할 피해는 얼마인가?
- 단계적 일상회복이 진행되어도 역학조사체계 개선, 부스터 백신 접종, 치료제 개발과 같은 몇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역대책들이 남아있습니다만, 앞으로 우리가 감당해야할 확진자 수는 올해 11월을 기점으로 거의 고정값에 가깝습니다.
- 현재 1차 기회에서 접종을 하지않으신 국민에 대한 백신 예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1주일에 걸친 예약에도 불구하고 전체 미접종자 중 약 2%만이 접종을 희망하셨습니다. 즉 11월 이후에도 전국민 기준 백신 2차 접종률은 80%에 소폭 미달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국민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 접종이 필요합니다만 아직 개인 관점에서 이익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 이전 글에서도 설명드렸지만 간략하게 계산으로 설명드리면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6정도로 가정하면 전체 국민의 5/6(83%)의 면역수준이 필요합니다. 만약 전국민 80%가 접종을 하시고 평균 감염예방효과가 80%라고 하더라도 전국민 면역수준은 64%에서 불과합니다. 따라서 19%의 인구가 미접종자 감염 또는 접종자의 돌파감염으로 면역수준에 기여해야합니다.
- 약 1,000만명의 누적 확진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계산으로는 돌파감염자 300~400만, 미접종자 600~700만명의 추가 감염이 예상됩니다. 접종율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 상태에서 이 피해는 줄일 수 없으며 최대한 분산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4. 3,000명의 확진자는 많은 것이 아니다.
- 앞으로 매일 3천명의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면역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거의 10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오랜시간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할 수 없습니다.
- 가혹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은 이것보다 더 발생자수가 높아지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최소한 매일 1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해야 3년 이내에 더 이상 코로나 19가 확산하지 않는 면역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 단계적 일상회복이 진행될 수록 우리 나라 확진자수는 급증할 수 밖에 없고, 최대 수만명의 확진자를 감당해야 합니다. 지금시기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5. 그렇다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미룰 수도 없다.
- 10월 전국민의 2차 접종 기회 제공이 완료되면 방역 정책 상으로 추가적으로 기다릴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스터 백신 접종도 백신의 효과감소를 막는 수단이지 평균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치료제도 사망자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크기가 충분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 따라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지 않는 것은 문제의 해결을 미룰 뿐입니다.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할 뿐입니다. 10월말에 확진자수가 3천명이 유지되더라도, 심지어 더 늘어나더라도 단계적 일상회복은 시작되어야합니다. 그리고 그 준비를 치열하게 진행해야합니다.
6. 우리가 준비된만큼 푸는게 그나마 안전하다.
- 확진자수가 2천명대로 유지되면 일상회복이 진행될 수 있다는 표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전파될 뿐입니다. 만약 우리 사회가 하루 1만명의 확진자를 감당할 준비가 되었다면 3-5년의 완화기간이 걸릴 것이고, 최대 수만명의 확진자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2-3년에 그 피해를 치뤄낼 수 있습니다.
- 따라서 미접종 고위험군에게 최대한 백신 접종 기회를 제공하고, 몇년을 버틸 수 잇는 중환자 치료병상과 의료인력을 갖추고, 경증환자의 접촉자 추적 체계를 최대한 단순화, 자동화하고 경증환자는 집에서 치료받으실 수 있게 하는 준비를 해야합니다.
- 코로나 19와 1년반동안 싸우면서 정말 이 지독한 바이러스가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결말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부디 우리 나라도 남은 2달 사이 많은 준비를 무사히 마치길 바랍니다.
정재훈 교수, 가천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