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WCm3zxupGug
[블랙커피]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블랙이 대세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식사 후 밥값에 육박하는 커다란 커피를 들고 다니며 담소를 나눈다. 풍족함이 부럽지만, 예전에는 커피 매니아가 아니면 블랙커피를 잘 안 마셨다.
어른들이 주로 가는 다방에서도, 대부분 믹스커피를 타거나, 간혹 커피콩을 믹서기로 갈아 커피를 내리더라도, 예쁜 커피 잔에 프림과 설탕을 타 주거나, 손님 취향에 맞게 타 먹도록 프림 종지와 설탕 종지를 함께 내놓았다.
나는 자판기 커피 세대라 할 것인데, 학창시절 우리도 쉬는 시간에 친구들 만나면 자판기 커피를 뽑아 함께 마시고, 빈 컵으로 컵 차기도 하면서 커피 한잔을 매개로 우정을 나누었는데, 워낙 잘 팔려 커피 자판기 1대로 월급에 가까운 돈을 버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자판기의 단점이, 밀크커피를 눌러도 간혹 설탕과 프림이 떨어지면 그냥 블랙으로 나온다는 것인데, 당시엔 대부분 블랙커피를 잘 못 마셨기에, 그런 날은 아무 잘못한 것도 없이 재수 없이 쓴 맛을 보게 되거나 아니면 버려야 했었다.
내 가슴속 가장 아픈 그 사람은 블랙커피를 좋아했다. 인생의 쓴 맛을 느끼게 해 준다면서. 남부러울 것 없던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사람은 떠나면서 내게 블랙커피의 진정한 맛을 느끼게 해 줬다. 가끔 자판기에서 블랙커피를 뽑아 먹으면 왠지 모르게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