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주 단순한 글을 쓰고 싶어,
사랑에 대해
고통에 대해
당신이 읽으면서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글을 읽는 내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내 글은 나만의 유일한 것이지만
당신의 마음으로 들어갈 테고
그리하여 결국
당신은 생각하겠지,
아니, 깨닫게 되겠지,
그동안 내내
당신 자신이
그 단어들을 배열하고 있었음을,
그동안 내내
당신 자신이
당신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이야기하고 있었음을.
-『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4.01.12. -
미국의 자연주의 시인 메리 올리버가 일흔 중반이던 2009년 발표한 시집이 번역돼 나왔다. 시집을 읽어가다가 이 시를 발견하고는 몇 번이나 다시 읽는다. 왜 쓰는가, 어떻게 써야 되는가, 왜 읽는가에 대한 명확하면서도 아름다운 답변이 이 짧은 시 한 편에 다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