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1위 지키기’엔 특별한 뭔가가 있다. 다름 아닌 기아의 선발투수진을 이끌고 있는 다니엘 리오스(30)와 마크 키퍼(34)의 ‘원-투펀치’가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고 있다. 기아가 시즌 막바지까지 삼성과 한치 양보 없는 선두 다툼을 벌이면서도 끈질기게 선두 자리를 고수하는 것은 리오스와 키퍼가 연결고리마냥 펼치는 승리다지기도 큰 이유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커트 실링-랜드 존슨을 연상시키듯 소속팀의 승리를 일구는 파수꾼 구실을 하고 있다.
이들은 최상덕 김진우 등 기아의 에이스급 투수가 부상 등을 이유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는 와중에 빈약한 팀의 선발마운드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시즌 초에 마무리로 활약하던 리오스가 최상덕의 부상으로 지난달부터 선발로 돌아선 뒤 키퍼와 함께 일군 승리만해도 7승이나 된다. 기아가 8월 이후 11일 현재까지 12승1무 12패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리오스-키퍼로 연결되는 ‘원-투펀치’가 반수 이상의 승리를 챙긴 것이다.
시즌 내내 선발투수로 나서고 있는 키퍼는 11일까지 15승8패를 일구며 16승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 송진우를 바짝 뒤쫓고 있고 방어율에서도 3.35로 4위에 올라 있다. 최고 구속이 시속 140㎞를 넘지 않지만 자로 잰 듯한 정확한 제구력을 과시하며 허를 찌르는 다양한 변화구와 상대 타자의 심리를 꿰뚫는 두뇌피칭으로 진가를 높이고 있다. 최근 3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선발전환 후 오히려 안정된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리오스의 상승세 또한 키퍼 못지 않다. 지난달 2일 광주 SK전부터 선발로 보직을 바꾼 뒤 다섯차례 선발출장해 4승을 챙겼고 승패가 기록되지 않은 1경기 또한 지난 2일 광주 삼성전에서 펼쳤던 연장승부에서 10이닝 동안 2실점하며 호투한 바 있다. 11일까지 9승 3패 13세이브에 방어율 3.19(3위)를 기록하고 있다.
‘투수놀음’이라는 야구판에서 걸출한 선발투수 2명만 갖춘다면 감독은 마음 편히 승부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단기전으로 펼쳐지는 포스트시즌에서 걸출한 투수의 위력은 더욱 배가된다. 기아가 비록 불안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느긋할 수 있는 것은 키퍼와 리오스라는 확실한 ‘원-투펀치’가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