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지하철서 또 사망… "예견된 살인사건"
이동권연대, 진상규명 대책마련촉구 투쟁 예고
기사작성일 : 2003-05-15 오후 9:42:42
▲사진은 지난 4월 20일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의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 모습. <에이블뉴스 자료사진>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 수직형리프트 추락사고로 박소엽씨 사망'
'2002년 5월 19일 발산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사고로 윤재봉씨 사망'
'2003년 5월 14일 송내역 지하철 선로 추락사고로 장영섭씨 사망'
지하철 내 교통약자에 대한 안전대책 미비가 또다시 한 장애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2001년 오이도역 사고, 2002년 발산역 사고에 대해 장애인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투쟁을 줄기차게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시각장애인 장영섭씨가 송내역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 달려오는 전동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14일 오후 5시 40분경 부천 송내역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시각장애인 장영섭(57)씨가 물청소 관계로 통로가 막혀있는 것을 피하려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 달려오는 지하철에 치어 부상,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곧 사망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와 인천장애인이동권연대측은 15일 유족들과 함께 송내역을 찾아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교통약자에 대한 안전대책이 미비해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이동권연대는 15일 '더 이상 장애인을 죽이지 마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해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오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예산부족과 인력부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오고 있으며, 그 와중에 장애인들은 계속해서 위태로이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이번 시각장애인 故 장영섭씨 추락 사망사건 역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가 부른 예견된 살인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천이동권연대는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당시 각종 사회적 차별을 없애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장애, 이주, 여성,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소외는 그 심각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며 "특히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에 비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동에 필요한 제반 시설의 확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장애인이동권연대와 인천장애인이동권연대는 사고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송내역 지하철 대합실에서 벌일 계획을 밝히는 등 관련 단체 및 장애인들의 강도 높은 투쟁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16일로 예정된 장례식을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장례투쟁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이번 사건은 대중교통에서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와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 극명하게 나타난 사건"이라며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내일 진행될 예정인 장례식에서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장례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오는 19일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진행될 예정인 장애인이동권연대의 '발산역 지하철리프트 추락참사 1주기 투쟁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강도높게 제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