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현장+]'법정단체·의무가입'…중개사협·프롭테크업체 신경전 점화
'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 규정'·'중개사 협회 의무가입' 개정안 발의
"스타트업·신규 중개사 시장진입 차단"vs"단속 통해 시장 정화 순기능"
제2의 로톡·타다 사태 되나…신구 갈등 불가피, 당분간 진통 이어질 듯
머니투데이방송 박수연 기자입력 2022-10-16 07:00:01
최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를 법정단체로 바꾸고 국내 약 50만명에 달하는 중개사들의 의무 가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프롭테크(Property Technology·IT 기반 부동산 서비스)업체들의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프롭테크 업계는 향후 협회가 독점권을 가지고 관리감독 권한을 남용해 혁신 기반의 신생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협회는 지나친 기우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정 공방이 오갔던 '제2의 로톡', 제2의 타다'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5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협회를 법정단체로 규정하고 개설 등록을 하려는 공인중개사는 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즉 현재 공인중개사는 협회에 소속돼 있지 않아도 동등하게 중개를 할 수 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개업하는 모든 공인중개사가 협회에 소속이 된다. 현재 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공인중개사는 자격증을 소지한 50만명 중 11만여명 수준이다.
또 법안에 따르면 협회는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협회 내 윤리규정을 만들고 회원을 지도·감독할 수 있다. 또 '부동산 질서 교란행위' 등을 단속할 수 있고 회원이 법을 위반하면 시·도지사와 등록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도 있다. 무질서한 중개행위로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어려움이 발생하는만큼 협회의 지도·관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법안 취지다.
◇"비대한 협회 권한으로 공정경쟁 해칠 것"vs."지나친 기우..문제없어"
법안이 발의되자 프롭테크 업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정 단체를 별도의 사회적 합의 없이 법정 단체로 지정하고 국가의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권력의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공정경쟁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제약해 결국 소비자 선택권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이번 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며 "독점에 따른 부작용, 동종업계 이해당사자간 이익충돌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의 진입 경로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값 이하 수수료' 등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프롭테크 영업 행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프롭테크 기업 대표는 "특정 협회가 법정 단체가 될 경우 굉장히 큰 이익 단체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개사 의무 가입 또한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협회의 강력한 통제 아래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중개사분들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플랫폼에서 이탈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번 법안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에 소속된 중개사들이 이미 수많은 프롭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하고 있고 협회 역시 그들의 영업을 저해할 의도와 법적인 근거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장에 만연한 불법 중개 행위를 뿌리뽑고 정화 역할을 하는 순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반론한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무등록 중개행위, 전세 사기 등 각종 불법행위들에 대한 단속을 통해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라며 "프롭테크 기업들의 영업 행위에 관여를 하거나 규제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현행법상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시장 교란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지만 그간 법의 미비·단속 인력의 문제로 제대로 못해오고 있었던 실정에서 협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익충돌의 위험도 전혀 없다. 기존 플랫폼 업체들과의 최대한 상생해 시장을 같이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프롭테크·중개사협회 갈등 2라운드?…셀프 단속·신산업 위축 우려도
기존 업계와 IT 기반 신생 플랫폼 업체간 갈등은 고질적인 논쟁거리다. 과거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가 기존 택시업계 반발로 중단됐던 '타다 사태'나, 대한변호사협회와 리걸 테크 플랫폼간 갈등이 소송으로까지 번진 '로톡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중개사 협회와 프롭테크 업계 역시 과거부터 영업 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전이 이어져오고 있는 민감한 관계다.
협회는 앞서 반값중개를 비롯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다윈중개, 집토스, 트러스트, 우대빵 등에 대해 유사명칭 사용, 불법광고 표시행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대표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사실상 부동산 중개업 진출을 선언하자 협회는 즉각 국회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서명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전세계가 IT 중심의 산업으로 재편되는 격변기 속 시장을 둘러싼 신구(新舊) 마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의 시장 지배력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 업계와 혁신서비스로 기존 산업을 변화시키고 소비자들을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스타트업간의 대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둘러싸고 당분간 진통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된 단체가 스스로 자정작용 기능을 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협회가 프롭테크 업체를 경쟁자가 아닌 종속 주체로 볼 경우 영업을 제약하고 소비자 선택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한국주택학회 부회장)교수는 "협회에 의무 가입을 시키거나 단속권이 주어진다고 해서 자정작용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견제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경우 공인중개사와 프롭테크 업체들이 협업을 하는 곳이 꽤 많은데 만약 협회가 프롭테크 기업을 잠식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저비용·투명 중개거래를 하는 신사업들이 멈춰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프롭테크 산업이 저해되고 소비자 피해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