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덟의 나이로 위사 은솔(백제 16관등중 3번째 관등.)이라는 자리에 올라 스물 둘에 고구려 정벌전에 참전하였고 그 전쟁때 공훈을 인정받아 위사좌평의 자리에 올랐으며 백제 팔씨 귀족 중에 진씨 귀족가의 가주가 된 진무는 자신의 누이가 지금 산통 중이라는 것때문에 기대감이랄지 안쓰러움이랄지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그럴때마다 해오던 버릇, 더 열심히 일에 집중했다. 그것이 어제와 오늘 퇴궐하지 아니하고 위사부에서 계속 일을 만들어내며 위사부 관원들의 욕을 먹고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 찾아온 사람은 다름아닌 대왕의 근위대장 길주였다.
#위사부:숙위(숙지하여 지킴)와 시위(왕의호위)를 맡았으며, 수도 한성의 군사체계를 맡고있는 백제 중앙 6부중에 하나.
"근위대장께서 이 늦은 시각에 어인 일이시온지요."
진무의 물음에 길주는 자신이 차고있던 검을 내밀었다.
"무엇....입니까?
진무가 묻자 길주가 엄하게 말했다.
"선대왕 근초고대왕 폐하의 어검이오. 예를 갖추시오!"
진무가 엉겁결에 고개를 숙여 절했고 길주가 말했다.
"근초고대왕께서 도성을 비우실때 폐하께 하사하신 어검이다. 이 어검을 가진 자, 모든 일에 왕의 허락이 필요치 아니하며 반란을 일으키는 일 외에는 그 어떠한 죄에도 벌을 받지 아니할 것이다. 선대왕 근초고대왕폐하와 폐하의 말씀에 따라 명령한다. 완전무장한 위사부 군사 오천을 지금당장 대령하라!"
"내신 달솔이 할수있겠습니까?"
사씨 귀족가. 언제나 해씨 귀족가에게 밀려 기껏해야 2등 귀족가의 자리에 만족해야 했었던 사씨 귀족가는 최근에 이르러 고구려 정벌전의
자신의 방에서 난초를 닦고 있는 사인철에게 백우형이 물었다.
"무엇을 말인가?"
무심한 표정으로 난초를 닦는 사인철이 야속해보이는 지 백우형이 얼굴을 찌푸렸다.
"좌평어른!"
"무엇을 말함이냐니까."
그때서야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백우형이 놀란 눈으로 사인철을 쳐다봤다. 그 모습에 사인철이 빙긋 웃었다.
"내신 달솔은 지금 각 성주 인사 목록을 만드느라 분주하질 않나. 해낼수 있을걸세.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제서야 백우형은 사인철의 심중을 읽을수 있었다.
'우리는 해주휼이 무슨 일을 하던 모르는 일이다. 잘 풀린다면 좋은 일이나, 혹여 들킨다면 우리는 조용히 발을 빼면 그만이다. 그 논의는 어젯밤 갑자기 나온 것이니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백우형은 사인철과 비슷한 모양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신 달솔이 이번 일을 끝낸다면 승차 시켜주심이 어떠하신지요?"
사인철의 얼굴이 갑자기 뚱해졌고 그저 농으로 건 말에 사인철의 얼굴이 뚱해지자 백우형이 물었다.
"어이해 그러하시온지..."
"벌을 주어야지."
"예?"
사인철은 백우형을 그냥 무시했고, 백우형은 또다시 열심히 사인철의 말을 해석하기 시작했고 사인철은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이 난을 계속 닦았다. 이윽고 백우형은 사인철의 말을 다 해석했고 뜨악한 표정으로 사인철을 쳐다봤다. 사인철은 난초만 닦았다.
'성공한다 하더라도 해주휼은 감히 왕자를 죽인 죄를 물어 죽인다. 혼자 너무 큰 공을 세우게 둘수는 없으니까.'
"수고하셨소, 부인."
태자궁. 침류는 오늘 아니,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자신의 방에서 서성대며 자신의 초조함을 달래었고 마침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자마자 출산을 막 끝낸 부인에게로 달려갔다.
"아닙니다."
막 끝낸 출산의 여파인지 태자비는 계속 숨을 찼고 그 모습이 더할나위없이 고맙고 또 고마웠던 침류는 마주 쥐었던 태자비의 손을 더 꼭 쥐어주었다.
"이름은 무엇이라... 지으셨습니까...?"
침류가 옅게 웃음을 짓고 말했다.
"아신阿莘이라 지었소."
"아신.... 어감이 참 좋습니다."
침류와 태자비가 마주 웃었고 그 모습을 보며 태자비의 출산을 돕던 궁인들도 저마다 웃음을 지으며 태자궁을 나섰다. 하지만 그 궁인들중에서 한 사람이 조용히 궁을 빠져나갔다.
"아들이라구?"
해씨 귀족가. 원래는 백제의 자타가 공인하는 1등귀족이었으나, 근초고대왕 시절 팔성귀족중에서도 특히 해씨 귀족가에게 시달리는 모습을 자신이 태자시절 지겹도록 봐왔던 근구수대왕은 그런 귀족들의 발주를 막기위해 자신의 장자와 차남 둘을 해씨 귀족가가 아닌 사씨 귀족가와 진씨 귀족가에서 배필을 얻도록 했으며 특히 자신의 뒤를 이을 침류는 팔성귀족 중에서도 가장 힘이 없다는 평가를 듣는 진씨 귀족가에서 배필을 얻게했다. 거기다가 근구수대왕은 자신의 영악함을 숨기지 않고 발휘했다. 진씨 귀족가의 신임 가주, 진무의 능력을 꽤 뚫어보고 고구려 정벌전에 단독 병력을 주어 전쟁을 수행하도록 했고 진무 또한 대왕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훌륭한 성과를 얻어냈다. 그 결과에 힘입어 대왕도 아무 꺼리낌없이 스물 두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무를 위사좌평이라는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진씨 귀족가의 성장을 제일 배아프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해씨 귀족가의 해주휼이었다.
"예. 분명히 아들이었습니다."
혹시나 딸이면 굳이 암살이라는 위험한 패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에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궁인을 매수해봤지만 결국에는 아들이라는 결과였다.
"알겠네. 나가보게나."
해주휼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고 그 궁인도 그 말을 따랐다.
"밖에 사두沙豆 있느냐."
"예."
방문 밖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처리하거라."
이번에는 대답이 들리지 않았고 해주휼 역시 사두가 말보다는 행동으로 대답하는 성격임을 알고 있었기에 별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뒤이어 들려온 대답에 놀란 것은 해주휼이었다.
"가주님."
"....무슨 일이냐."
"근위대장께서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근위대장이?"
"하하, 근위대장께서 여기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길주는 사랑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의자 손잡이에 팔을 올리고 그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해주휼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무가 있어 잠시 나왔던 참에 들렀습니다. 차나 한잔 얻어 마실수 있을까 해서."
"그러믄요. 근위대장께서 이리 친히 오셨는데 당연히 드려야지요. 사두야, 차 내오거라."
"예."
사두가 고개를 숙이고 사랑채를 나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길주가 말했다.
"아, 아까 잠깐 보니 낯익은 얼굴이 하나 보이더군요."
속으로는 놀랐으나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은채 해주휼이 말했다.
"낯익은 얼굴이라 하심은?"
"궁인들 중에 하나가 보이더군요."
길주가 미소를 지으며 해주휼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그 미소를 보며 해주휼은 속이 얼어 붙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말했다.
"아, 그 아이 말인가요. 이번에 왕자님 탄신을 경하드리는 의미로 선물을 보냈으면 하는 데 태자비께서 무엇을 좋아하시는 지 알수가 있어야지요. 해서...."
길주가 미소를 지우며 해주휼의 말을 끊고 말했다.
"그 아이는. 이번 태자비님의 출산때문에 불러온 아이입니다. 그간 태자비님은 고사하고 태자궁 땅도 한번 밟아본적 없는 아이인데. 태자비님의 취향은 어찌 안단 말입니까?"
길주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칼을 빼어들고 해주휼의 목에 겨누었다.
"해씨 귀족가의 가주이자 내신 달솔 해주휼! 감히 왕가의 사람을 해하려 하다니 니가 정녕 죽고 싶은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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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이 많이 늦었습니다.
항상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도 무언가 일이 생기네요ㅎㅎ
댓글 많이 달아주시구요.
되도록이면 늦더라도 주마다 올릴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ㅎㅎ
첫댓글 해씨성도 있었네요
음 길주도 아신을 죽이려고한거아니엿엇어???
왕의 명령이면 그냥 목숨걸고 지킨다는 캐릭터야. 충섬심 충만한 캐릭터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