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월호 특집 방송’서 문재인 측 불리한 내용 삭제하고 내보내
한상진 교수 “SBS, 문재인 눈치 많이 보는 것 느껴”
SBS 사장까지 나서 공개 사과, ‘박근혜 정부 세월호 의혹 보도’엔 사과 한 마디 없어
▲ 문재인 후보-해양수산부 간 세월호 거래 의혹이 담긴 SBS 리포트. ⓒ SBS 화면 캡처
SBS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과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시점을 두고 모종의 거래를 시도했고, 이로 인해 세월호 인양이 지연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낸 뒤, 해당 기사를 자진 삭제한 사건과 관련해, 의혹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SBS가 지난달 세월호 참사 관련 외부 전문가 인터뷰를 한 뒤, “세월호가 정치적으로 오염된 데는 당시 여당 뿐 아니라 문재인 후보의 책임도 있다”는 발언을 누락했다는 주장이 새로 나와 파문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런 주장을 한 당사자는 진보성향 원로 학자인 한상진(73) 서울대 명예교수로, 그의 발언처럼 SBS가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의 인터뷰를 고의로 삭제 편집한 것이 사실이라면, SBS 보도의 공정성이 다시 한 번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4일 조선일보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한상진(73) 서울대 명예교수의 발언을 기사로 내보냈다.
한상진 명예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SBS와 인터뷰를 하며 세월호가 정치적으로 오염된 데는 당시 여당 뿐 아니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 최종 방송본에 이런 지적 내용은 빠졌다”고 밝혔다.
2013년 새정치민주연합 대선평가위원장을 지낸 한 교수는, 이날 'SBS 세월호 인양 지연 관련 해수부-문재인 측 거래 의혹보도'와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이런 사실을 폭로하면서, “SBS가 문재인 후보 눈치를 많이 본 것은 아닐까 느꼈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SBS는 세월호 특집 방송을 준비하면서 지난달 8일 한상진 교수에게 인터뷰를 의뢰했고, 한 교수는 “2015년 서울시민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세월호 참사가 이념 공방 소재로 전락한 책임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 집권여당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75.2점, 제1야당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77.5점을 각각 기록해, 시민들은 여당보다 야당의 책임을 더 무겁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세월호 진상규명 역할’을 묻는 설문 결과, 여당 23.2점, 야당 22.9점의 결과가 나온 사실도 소개했다.
그러나 SBS는 4월14일 세월호 특집 방송에서, ‘세월호 이념공방 전락의 책임 소재’와 관련, 설문조사 결과 시민들은 ‘야당, 즉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게 책임이 있다’고 응답한 사실을 누락했다.
한 교수는 “당시 SBS와 인터뷰하며 박근혜 정부 책임과 함께 제1야당의 책임을 한 시간 넘게 자세히 설명했으나 방송에서는 문재인-민주당 책임 문제는 힌트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SBS는 이런 편향성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과연 떳떳한 것인지, (뉴스)제작 윤리 관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석연치 않은 의문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문재인 후보 측에 대해서도 “SBS의 이런 보도에 항의만 할 것이 아니라, 국론분열에 기여했다는 시민 평가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SBS는 세월호 고의 인양 지연 보도가 나간 직후 보도본부장에 이어 사장까지 직접 나서 고개를 숙였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인양 과정에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SBS 박정훈 사장은 직원 대상 담화문에서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제목을 달고 함량미달 보도가 전파를 탔다”며, “기사 내용의 부실함 뿐 아니라, 기사 작성의 기본인 당사자들의 사실확인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방송이) 진짜 뉴스를 내보내놓고 ‘우리가 가짜뉴스를 내보냈다’고 사과하는 것은 60년 넘게 살며 처음 본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 역시 “문재인 후보 측이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달면 일반 시민들까지 형사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언론-표현의 자유가 진영논리에 의해 막무가내로 짓밟히는 것”이라고 비판의 입장을 밝혔다.
이례적인 언론사 사장의 사과담화와 관련해, 누리꾼들은 “박근혜 정권이 의도적으로 세월호 인양을 지연했다는 의혹보도에 대해선 사과 한마디 없더니, 이번의 신속한 사과는 굉장히 이례적”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