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부쩍 언론사 입사에 학벌의 중요성을 묻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는데요. 그러한 글들의 호기심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시간 없으신 분은 굵은 글씨만 읽으세요)

언론의 기원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역시 신문입니다. 논쟁은 분분하나 대체로 로마시대의 '악타 디우르나:Acta Diurna' 혹은 중국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 발행된 '저보(邸報)'라고 보는 게 통설입니다. '악타 디우르나'는 의회의 회의록을 전하는 매체였고 '저보'는 정부 기관의 홍보지 역할을 했죠. 결국 글을 읽을줄 알고 쓸줄 아는 사람들만이 언론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고학력자들만 접할 수 있었단 얘기입니다.
이러한 조직 프라이드는 현대 언론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특히 신문사의 경우 그렇습니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신문은 고학력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였습니다. 한글 문맹도 많았는데 현란한 한자가 구사된 신문을 읽기 어려웠던 탓이죠. 하물며 그러한 신문을 발행하는 사람들의 자부심은 어떻겠습니까. 게다가 예로부터 문(文)을 숭상해온 유교문화까지 더해지는 순간 얘기는 끝난 겁니다. 7~80년대만 하더라도 신문사 선배들은 방송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고들 얘기합니다. 글을 쓰는 우리와 리포팅 하는 저들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는 거였죠.
기자의 경우, 학벌은 중요합니다. 가끔 특수한 경우에 대한 체험 혹은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학벌보다 실력이 중요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보기엔 범문우답입니다. 알맹이 없는 소리란 말이죠. 실력 중요하단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질문자 분들도 그 외에 학벌도 중요하냐는 뜻으로 묻는 것일 텐데 저런 식의 답은 호기심 해결엔 도움이 안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메이저 매체들은 KBS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벌을 많이 봅니다. 조중동은 전통적으로 스카이를 많이 뽑아왔고요. 실력이 비슷하면 명문대를 뽑습니다.
일례로 제 은사님이 메이저 신문의 편집국장님을 얼마 전까지 지내셨는데 그 분은 "누구나 놀고 싶을 때, 책상에 엉덩이 두고 열심히 공부한 그 인내력 발휘한 놈들이 결국 기자질도 잘 하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말은 사실 대외적으로는 못 하죠. 왜? 해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 희망적인 메시지만 잔뜩 늘어놓으며 "스펙보단 실력이다", "아프니까 청춘이지" 이러면 듣기야 좋죠. 그러나 제 경험상 적을 안 만드는 화법은 도움도 안 되는 경우와 직결됩니다.
그럼 대체 어느정도의 학벌이어야 되는 것이냐. 이런 건 없습니다. 결국 학벌이란 것도 하나의 보증수표가 아니라 자신의 필기 성적, 면접 성적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평가 요소니까요. 하지만 만약 자신이 지방 사립대라면, 주어진 쿼터는 스카이 학생 대비 상대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가령 ㅇㅇ일보에서 10명을 뽑는다고 하면 스카이 재학생은 반수를 넘는데 지방 사립대 학생은 거의 없거나 많아야 1명입니다. 이유는 복합적인데 명문대학생들이 언론사 시험을 많이 준비하기도 할 뿐더러, 인프라 및 학습력을 바탕으로 한 실력이 좋은 경우가 많고, 또 그 쪽 출신의 선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학벌이 좋지 않다면 가능성은 없지 않으나 명문대생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어놔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학벌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판단이 되면 적어도 그 쿼터 안에서는 1등이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달려드는 게 좋습니다. 한 방송사 인사팀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취재원도 기자의 학벌을 보는 데다, 좋은 인프라에서 공부한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실력이 특출날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은 좋은 학교나온 학생을 뽑는다"
그럼, 안 그래도 어려운 언론'고시'인데 학벌이 안 좋으면 진작에 포기해야 하느냐. 이 일을 꼭 하고 싶다는 사명감에다 필력까지 검증을 마친 분에게 한해서는 말리고 싶습니다. 왜냐면, 쓸데없는 희망을 주려는 게 아니라 언론사 시험은 다른 분야 대비 전형이 제법 공정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사에선 우선 '필기'라는 관문이 있습니다. 여기서 대다수 걸러집니다. 그리고 신문사는 3차 때 보통 현장평가를 보기 때문에 이 때도 학벌은 대체로 고려요소가 되지 않습니다. 즉, 서류만 통과하면 실력만으로 최종까지 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 실력은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알아주지를 않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다고 하는 분이 계시다면 앞의 전제만 맞다면 어느 언론사에든 결국 들어갈 거라고 확신합니다.
만약, 본인이 어리고 꼭 기자를 하고 싶은데 학벌이 불리한 것 같다고 느낀다면 그런 학생에게는 솔직하게 재수를 권하겠습니다. 명문대 나오면 최종면접 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 이 바닥이니까요. 만약,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학벌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다고 느낀다면 필기는 80%이상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키우세요. 영어 점수도 고고익선입니다. 요즘 활약하고 있는 방송사 앵커, 신문사 논설위원 중에는 유명하지 않은 대학 출신이 많습니다. 그러니 이제 이 글을 읽으시면 "~~ 학벌이면 언론사 입사 어려운가요?" 질문보다 논술 한 번 더 써보시고 주위 친구에게 평가받기를 권합니다. 그럴 도움받기 조차 어렵다면 글 못 쓰기로 유명한 저라도 첨언해드릴 용의가 있으니 좌절하지 마세요.
열정은 위기의식과 욕망의 결합입니다. 위기의식은 생겼으니 이제 욕망만 채우시면 되겠군요.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 깊은 발자국에 응원을 보냅니다.
p.s: 본 글은 메이저 방송, 신문사 기자 직렬 기준으로 썼고 나중에 삭제할 수도 있어요. 쓰다보니 PD, 아나운서, 경영 직군은 쓰지 못했는데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다룰게요~
첫댓글 고맙습니다. 아나운서와 경영 직군에 대한 글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근데 보통 경영학과 나오거나 경영/인사총무/마케팅/기획/회계재무 같은 이런 업무를 목표하면서 스펙 후덜덜한 사람들은 신문사 경영직 꺼리지 않나요?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 대기업 경영지원 노리거나 그러던데. 기자 되는게 아니라면 조선일보 경영파트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던데;; 제 친구한테 언젠가 물어보니 "신문사 기자로 가는거면 몰라도 경영파트로 왜 가냐 그러더군요. 차라리 일반 대기업 경영파트나 금융권 가지"이러더라구요.
방송경영직군도 궁금하네요^^
제생각도 얼추 비슷합니다. 매번 언론계를 생각하면 디스뗑끄시옹.이생각나네요 과하게는 당위적이기까지한 현실이라. 생각됩니다 사회적으로 언론혹은 언론인이 가지는 위치를 생각한다면 사실 학벌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아닐까 싶네요 라고 댓글쓰는데 밑에학점공개한것땜에 부끄럽네요...
사회의 어두운 곳을 드러내고 약자를 대변하는 데 있어서 지적 권위라는 게 얼마나 필요한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뛴 현장에서는 대학 나온 사람보다 안나온 사람들이 더 많았고, 그들에게 대학이란 공간 자체가 커다란 지적 권위체였다는 걸 생각하면, 메이저 언론사에서 따지는 학벌이 정말 무엇을 위한 건지 모르겠네요. 뭐 아무튼 현실은 현실이니. 결국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조직의 단면들만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군요.
지방 소도시 사립대 나왔는데 어케어케 메이저 회사에 다니네요. 오히려 일반기업보다 언론사가 관용적인 느낌인데요.
애쉬버튼님의 그 어케어케에 대해 궁금한 분들 많겠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