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창포의 추억
김영한
한글 창제날인 10월 9일 한글날.
국가공휴일이라 쌍둥이 손자들이 삼둥이인 대한이, 민국이, 만세가 낚시하는 걸 TV에서 보고 바다낚시를 하고 싶다고 졸라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우리 내외. 큰 아들 가족 다섯, 둘째네 가족 넷, 열한 명 가족들이 총동원되어 낚시 겸 가족여행을 무창포로 정했다.
큰 아들네는 오창에서 출발하고 둘째아들 가족과 우리 내외는 청주에서 10시에 출발하여 서세종 IC 부근에서 합류하였다.
아들들이 장가들어 살림을 나가 온 가족이 함께 모이기가 어렵다보니 국경일을 택할 수밖에, 외출 했다가 돌아와 아들과 딸이 사용했던 주인 잃은 텅 빈 방을 볼라치면 마음이 허전하다. 품안의 자식이란 말이 새삼 실감난다.
초가을의 경치를 감상하고, 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잔씩 마시고 손자손녀들은 간식을 먹고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무창포에 도착하니 12시 30분. 무창포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사가지고 아주머니를 따라 안내를 받아 2층 식당으로 올라가니 세 개의 식당에 손님들이 꽉 찼다.
손님이 적은 식당에 생선을 맡겨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순서를 기다리는데 우린 여섯 번째. 복도에서 기다리는데 생선 굽는 연기가 복도까지 가득하다.
11명 대식구라 3개의 상이 나야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한 시간 여를 기다려서야 좌석배치를 받고 앉으니 회가 먼저 나와 맛있게 먹고 나서 매운탕을 먹으니 시장이 반찬이라고 얼큰하고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낚싯대를 두 개 사서 방파제 끝 등대있는 곳까지 가서 방파제 아래로 내려가 낚시에 낚싯밥으로 사온 오징어를 매달아 낚시를 하는데 주위에 온통 낚시꾼인데 한참을 기다려도 누구하나 잡질 못한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나이가 드니 추운게 질색이다. 따뜻한 온돌방이 그립다. 낚시에 고기 잡힐 때까지 방파제에서 무진장 기다릴 판이다. 고기가 잡힐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접은 채 말이다.
약 이십분 여를 지나자 갑자기 ‘잡았다’ 는 고함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작은 손자인 영재의 낚시에 손바닥만 한 우럭이 걸려 나왔다.
눈먼 고기가 잡힌 듯싶다. 너무나 신통방통하여 잘했다 칭찬하니 큰아들 내외가 더 좋아하며 난리법석이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와 ‘꼬마들이 잡은 거예요?’ 하며 대견스레 물고기를 바라본다. 난생 처음 고기를 낚은 작은 손자인 영재는 기가 나서 으쓱해 하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스럽다. 장하다. 내 손자.
동생이 고기를 먼저 잡았으니 쌍둥이 형인 영준이가 욕심내어 열심히 낚시질을 하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되랴? 날은 저물고 어두움이 서서히 깔리며 추위가 더해 온다. 먼저 고기 잡은 작은 손자 영재와 방파제를 걸으며 큰 손자가 빨리 고기를 낚아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다.
큰 손자가 고집이 세어 고기를 잡기 전까진 물러서질 않을 기세라 아들 내외도 내심 걱정했단다. 한 10분쯤 지나자 ‘고기 잡았다’ 는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큰 손자 낚싯대에 손바닥만 한 게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큰 손자가 낚시를 들어 보이며 신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쌍둥이 손자들이 처음 낚시에 성공을 하였으니 장하고 신기하다.
우럭은 그릇에 담고 게는 낚시에 매달고 으스대며 걷는 손자들의 발걸음에 힘이 들어있다. 기가 살아있다고 할까? 가족 모두다 얼굴에 웃음이 활짝 폈다. 뜨거운 가족 사랑을 느낀다.
카페로 들어가 따끈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는데 손자들은 춥지도 않은지 잡은 고기를 길옆에다 놓고 지키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한 듯 ‘너희가 잡은 거니’ 하고 물으니 자신만만하게 ‘네’라고 답한다. 게는 낚시를 문채라 눈에 띠는데 우럭은 검은 비닐봉지에 바닷물을 담아서 고기가 보이지를 않는다.
사람들이 게를 보며 형인 영준이를 칭찬하자 동생인 영재가 얼른 검은 비닐을 열어젖힌다. 저도 이 고기를 잡았다는 행동의 표시로, 허지만 관심 없이 지나쳐 버린다. 작은 손자가 안 돼 보여 얼른 나가 지나는 행인들을 향해 ‘이 검은 비닐 속에 우럭은 동생이 잡았어요. 하고 대변인 노릇을 하였다. 그제야 영재가 신이 나서 비닐봉지를 더 활짝 열어 제킨다.
저 멀리 수평선 위로 석양이 무척 황홀하다. 어떤 물감으로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노을이다. 신비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
가족 간의 화목은 아무래도 여행을 자주 하는 일이다. 여행을 통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단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주 여행을 하여 즐겁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어 사고력을 향상시켜 주고 우리나라의 금수강산도 맛보게 하여 나라사랑의 마음도 심어 주련다.
3대가 함께했던 하루만의 여행이었지만 행복을 맛본 즐거운 여행이었다.
어둠이 밀려오는 만추를 뒤로한 채 신나게 달리다 세종시 소문난 국수집에서 배를 채우고 큰 아들은 오창으로 우리와 작은 아들은 청주로 향했다.
행복을 한 아름 가득 싣고,,,,, .
첫댓글 "저 멀리 수평선 위로 석양이 무척 황홀하다.
어떤 물감으로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노을이다.
신비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 '
행복한 가족여행에서 사색에 드시니...
부럽습니다. 선생님 감상 잘했습니다.
ㅎㅎㅎ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