聞安重根報國讐事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을 척살해 보국했다는 거사를 전해 듣고
金澤榮(조선의 시인)
萬里飄然一粟身 만리에 나부끼는 좁쌀 한 톨과 같은 몸은
舟中皆敵有誰親 배 안이 모두 적이니 친구가 누가 있으랴
今日腐心潛水客 금일도 절치부심하여 물에 잠긴 나그네여
昔年嘗膽臥薪人 몇 해 전에는 와신상담을 하려던 사림일세
張椎荊劒胸藏久 장량 철주, 형가 칼을 흉중에 품은지 오래
魯海屈羅思入濱 노중련, 굴원처럼 멱라에 빠져 죽을까 했고
此行已決平生志 이번 행을 평생의 뜻으로 이미 결심했도다
不問東關更向津 동관을 묻지 않고 다시 나루터로 향하였다
平安壯士目雙張 평안도의 장사가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서
快殺邦讐似殺羊 나라의 원수를 양처럼 통쾌하게 죽였도다
未死得聞消息好 죽기 전에 장쾌하고 기쁜 소식을 들었으니
狂歌亂舞菊花傍 국화 옆에서 미친듯이 노래하며 춤을 춘다
海蔘港上鶻磨空 해삼 항 위엔 송골매가 허공을 갈아버리고
哈爾濱頭霹火紅 하얼빈의 역두는 벼락 불이 붉게 물들었다
多小六州豪健客 많고 적은 육대주 호걸과 건장한 나그네들
一時匙箸落秋風 일시에 수저. 젓가락을 추풍에 떨어뜨렸다
從古何嘗國不亡 옛부터 망하지 않는 나라가 어찌 있으랴만
纖兒一倒壞金湯 금성탕지도 소아에게 한 번에 넘어지리라
但令得此撑天手 다만 하늘을 버틸만한 이러한 손을 얻으니
却是亡時也有光 도리어 나라가 망한 때 광채가 있음이로다
* 魯海屈羅 노중련은 바다에서 순사하고 굴원은 멱라수 에 빠져 죽음
* 東關更向津 안중근 의사의 행적(산동-상해-북간도- 블라디브스톡)
* 海蔘港(해삼항) - 러시아 블라디브스톡 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