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스케치
이 차 옥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날을.......
이용의 ‘잊혀 진 계절’ 노래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 시월의 마지막 태릉스케치입니다.
올봄. 육사를 첫 방문하여 내빈이신 몽골대사가 참석하신 가운데 자원봉사자 일행은 높은 관람석에
앉아 800여 사관생도들이 두 시간 가까이 펼치는 늠름한 장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훌륭하게 단련된 자세와 보무당당한 퍼레이드에 크게 고무되었습니다.
미처 참석하지 못한 봉사자회원들에게 또다시 좋은 기회를 만드신 센터장님의 배려로 미리 예약한
태릉 육군사관학교생도 행진퍼레이드를 관람하려는데, 예고된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취소됐습니다.
1년 중 가을에 볼만한 큰 행사여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그 대신 육군역사박물관과 육사기념관을
관람했어요.
번개까지 곁들어 치며 가을비 치곤 꽤 많이 내리는 교정을 우리들은 우산을 쓰고 거닐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해요. 찬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려도 하나도 서글프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우수수 흩날린 빨강 노랑 주홍 단풍들이 가을비와 앙상블을 이루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무늬를
수놓은 길바닥은 무지개 위를 걷는 듯, 오색 융단을 밟는 듯.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꿈을 꾸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지난여름 태풍 한 점 지나가지 않은 산마다 들마다 오곡백과가 풍년을 이룬 가을이 더없는 즐거움을
안겨줬어요. 그러나 비가 오지 않아 산과 들이 가을가뭄에 온통 목말라했는데 시월 마지막 날에
단비가 내려 참 반가웠습니다.
신문을 밥 먹는 것보다 더 좋아하다 보니 나는 이런 글도 읽게 됩니다.
단풍이 든 나무색인 갈색과 낙엽 위를 걸을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긴장할 때 나오는 베타파를
줄이고, 휴식 때 나오는 알파파를 증가. 이 때문에 단풍을 보거나 낙엽 위를 걸으면 불안감,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단풍으로 물든 산은 피톤치드를 마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고요.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물질인 피론치드는 면역력증강, 항균효과 등이 있는데,
피론치드 방출량은 여름부터 단풍이 드는 10월까지 최대치를 기록하다 잎이 다 떨어지면 절반
이하로 급감한답니다. 혹시 가을바람에 지는 낙엽을 보며 ‘마음의 감기’ 라 불리는 우울증을 호소
하는 사람은 일조량이 줄어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멜라토니’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하기 때문.
30분이라도 야외 산책을 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꽃피는 봄도 좋지만 낙엽 지는 가을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나 봐요. 초록빛 가득한 산이 빨간색
옷을 갈아입는데 걸린 시간은 딱 한 달. “나 이제 가네.” 라며 낙엽이 비장하게 떨어지는 시간은
단 3초. 어느덧 두 팔 벌리고 가을을 만끽하는데 남은 시간은 3일. ‘페이드아웃’하는 가을. 단풍놀이,
가을여행, 진한 커피 한잔과 보사노바 한 곡 듣다 보면 떠나갈 가을. 칼바람 날리며 무서운 그림자
드리우며 서서히 등장하는 겨울이 오기 전에 두 팔 벌려서 가을 햇살과 마음껏 놀까 합니다.
의연하고 장엄하고 훌륭한 육사 행사 퍼레이드에 초청된 기분으로 치장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가을 분위기에 어울릴까 모처럼 걸친 바바리 옷자락과 하이힐이 빗물에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즐거웠던 오늘 같은 날. 빗물에 젖은 낙엽을 밟고 거닐던 태릉 숲. 해마다 이맘때면 좀처럼
잊혀 지지 않을 거예요.
어느새 자신들의 자리를 다음해의 새싹들에 내어줄 요량으로 서서히 떠날 이 가을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던 마음을 잔잔하게 달래 주었습니다. 가는 가을을 달래려는가. 시월의 마지막 날 내린 비와
낙엽에 푹 빠져본 좋은 하루였습니다.
태릉 근처의 나무들도 가을잔치에 넋이 나간 것 같습니다. 가을태릉이 가슴에 와 닿는 건, 황혼에
물들어가는 노을빛 인생 같은 우리에게 완숙된 사랑의 아름다운 결정체 같아서입니다.
10월31일은 마침 저의 생일이기도 했어요. 올 시월엔 파란 하늘과 찬란한 만산홍엽을 눈이 부시도록
볼 수 있었습니다. 고즈넉한 속리산 법주사, 신라 천년고찰 문경 대승사, 김룡사의 산사에서. 다음날
문우들과 정릉 영취사로 오르는 계곡의 해맑고 고운 오색단풍. 올 시월 마지막 주엔 파란 하늘과
오색찬란한 낙엽을 눈이 부시도록 바라보느라 몸과 마음의 피로함도 잊었습니다.
이제 11월. 또 다른 계절이 오기 전에 일산 호수공원으로 떠나는 가을을 배웅하러 가렵니다.
쌀쌀해진 늦가을 끝자락 만추의 주홍색 감잎 한 잎 주울까 나가 보렵니다.
2008'10'31'
첫댓글 시월의 마지막 이용의 노래에 푹 빠지면서 따오기님의 육사 단여오신 글 재미나게 잘 읽엇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수고 하셧어요
뱀방의 새 방장님 되신 시드파파님 축하드립니다. 이런저런 일로 10월은 더 바쁘게 보냈는데 마지막 일주일이 저에겐 솔밭에 내린 비처럼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10월의마지막주말을멋있게보내시고봉사활동수고하셨읍니다
천둔산님의 고운 댓글 고맙습니다. 더욱 건강하세요.
10월의 마지막날 스캐치 내가 단풍잎을 밟으며 걷는기분으로 따오기님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떠나는 가을 배웅잘하시고 주홍색 감잎새 나도 주우려 어데론가 나도 나가 보아야 겠네요. 신 푸루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신종풀루로 세상이 어수선한 때에 아담s님도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하세요. 널다란 주홍색 감잎 참 매력적이거든요. 많이 줍거든 제게도 주세요.ㅎㅎ 고마워요.
지나간 시간들의 상처로 흩어진 낙엽들,....모든 아픈것들을 쓸어버리고 흔적들마저 지우며 떠나버릴 낙엽을 밟으며 따오기님은 하염없이 어디에 눈을두고 떠나시는지?.............
낙엽은 내일을 위한 아픔이며 다시 태어날 후일을 위한 약속이기도 하구요. 운명을 가리키는 길벗님의 또 다른 흔적 따라 가 보렵니다.ㅎㅎ 고운 나날 되시기 바라며. 고맙습니다.
10 월의 마지막 . 이용의 노래 애처로움이 깃드네요 . 쓸쓸한 가을의 계절 . 마음으로 아품을 달래며 학창시절을 생각하면서 낙엽을 밝으면서 거닐까함니다 . 따오기님 . 항상 건강 하시고 행복한 날만 되시길 바람니다
이 노래는 10월이면 모두의 가슴 속을 파고 드는 국민가요이지요. 은초롱님의 초롱초롱 고운 마음에 행복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생이 축하합니다. 오랜만에 가을 스케치를 주셨네요. 낙엽도 파란 시절 뒤로하고 붉게 물들더니 본향으로 가나 봅니다. 앙상한 가지들 흔들며 작별하는 것 같구요. 호수공원에 낙엽도 무덤 찾아 스스로 딩굴더이다. 고운 잎 아직 있거든 더 마르기 전에 주어 오셔요.
로즈님 잘 지내지요? 같은 일산에서 살면서도 만날 가회를 만들지 못함은 이 따오기 불찰인 것 같아 미안해요. 무엇이 그리 바쁜지....그 틈새에 이번 10월 마지막 주간엔 가을 정취를 흠뻑 맛보게 돼서 행복했습니다.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아름다운곳에 아름다운 봉사에 다녀오셨군요 낙엽밟으시며 걷는모습이 더욱 아름다워보입니다 건강 하세요
자원봉사방에서 또 다른 기쁨과 희망을 안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기력으로 작은 실천으로 더 행복하고 싶은 까닭입니다. 하얀색님도 기회가 닿으면 동참해 보시기 바랍니다. 고운 댓글 고마워요.
우선 생신을 축하드립니다..미리 알았으면 캐이크사들고 갈것를 말입니다..원래 풍경이란 비가 오면 오는데로 날이 개면 갠대로 좋은 법이지요 하여간 수고하셨습니다
올디님의 진심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자원봉사방에 동참하셔서 최선을 다하시는 그 모습이 늘 존경스러워요. 베터리를 가져가지 못하셔서 고운 사진 담지 못하셨네요. 올디님만 뵈오면 제 마음도 밝아진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공부 잘 하세요.
따오기님 글 읽으며 내가 낙엽속을 겉는듯 했습니다.시월에 마지막날을 멋지게 장식하셨군요...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솔나리님 안녕하세요? 비에 젖은 낙엽을 밟으니 마음은 소녀로 돌아간 느낌이더군요. 늘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생각해 주시는 솔나리님 고마워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좋은 일 하셨군요, 더욱 생일날이라 보람 되셨겠습니다, 잊지 않으시고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돌고래 총무님, 안녕하세요? 지난 모임 때는 애쓰시는 것 알고도 동참하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10/31 생일에 이용의 노래가 더 애틋하게 들리는 것 같아요. 고운 댓를 고맙습니다.
잊혀진 계절 노래가 이 아침 가을을 더 물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머물다 갑니다
별*아띠 님 닉명이 아주 곱고 예쁘네요. 국민가요가 된 이용의 '잊혀 진 계절'을 10월 마지막 날 듣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이 돼버렸으니....명곡임엔 틀림 없네요. 머물다 남기신 흔적이 고맙습니다.
10월에 마지막 날에 들려오는 이용의 노래 .~~~ 저도 대전에가서 ..추억을 남기고 왔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 주렁주렁 달린 감을 바라보면서 .~~!!
어젠 아파트 앞길에서 주운 아이 손바닥만한 주홍색 감잎이 너무 고와서 책갈피에 꽂아 뒀어요. 만약 가을에 감나무에 달린 감을 볼 수 없다면 가을정취는 덜 났을거예요. 가족끼리 오붓한 사랑을 나누셨군요. 저도 30일 저 생일 하루 전이라고 92세이신 엄마와 칠남매(1남 6녀 )친정식구들이 모여 한바탕 웃으며 가족사의 역사 한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날개님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따오기님 안녕하시지요 뵌지가 퍽 오래됩니다. 사람은 바쁘게 살어야 합니다. 즐거운 시간은 천년도 짧은것이며 지루한 시간은 하루도 천년같은것 늘 바삐사시는 따오기님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저도 청산님 뵈온지 오래됐군요. 왜 이리 바쁜지요. 좋은 말씀이 마음에 와 닿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하세요.
안녕하세요. 따오기님. 10월의 마지막 스케치가 너무너므~~~~~훌륭합니다
별*아띠님 너무너무 고마워요. 언제나 행복하세요.
근데 제가 무지 궁금한 것은 언니라고 해야나요? 행님이라고 해야나요? 정말 고민 스러워요.ㅠㅠㅠ.분위기도 모르고 천방지축 까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계사생이신 별*아띠님은 저에겐 아우네요. 언니도 좋고 행님도 좋아요.ㅎㅎㅎ 겸손하신 그 마음이 아름다워요.
10월의 마지막날.. 생일 축하합니다..좋은 곳 다니시며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따오기님..비오는 날 낙엽을 밟으며..좋은 추억과 함께..멋진사진 잘 보고 갑니다..건강하세요~~~
와이키키님 안녕하세요? 뵐 때마다 분위기를 잘 리드하시는 분이라 즐거웠습니다. 님도 좋은 나날 되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먼저, 생신 축하드립니다^^따오기선배님의 가을 스케치 멋지네요. 역시 대 스타이십니다. 잘 계시죠. 지난번 봉사방에서 본의 아니게 따오기선배님 만나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인생살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아서 종종 화가 난 적도 있지요. 사진으로 오랫만에 보는 돌담길 낙엽!!! 아~~~~걷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끼네요. 감사합니다. 환절기에 건강하세요^^
미나님 축하 고마워요. 지난번 봉사 때 나오시지 않아 바쁜 일이 있는 줄 생각했어요. 인생살이가 본래 그러니 개의치 마시고 날마다 좋은 일 계시기 바랍니다. 강촌의 가을도 멋졌겠어요. 고운 댓글이 마음에 쏘옥~~~~ 감기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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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지인님이 맞으시군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국수집도 갔었죠. ㅎㅎㅎ 언제 또 그 국수집에 가 볼까요? 축하 고마워요.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따오기님 참 오랜만에 뵙군요.어떠신지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좋은 글 주셔서 만난듯 반갑습니다 늦었지만 글 잘 읽었습니다
우후님 여전하시죠? 반가워요. 10월은 바쁘게 보내고 11월을 맞았습니다. 늘 좋은 글 소개해 주셔서 저도 좋았는 걸요.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 좋은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