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준
춘천에서
유현식
손녀딸 율이가 부는 비눗방울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나릅니다.
오색의 무늬를 흐드러지게 감고 잘 가꾸어 놓은 잔디 위로 나릅니다.
좋아라 뛰며 방울을 쫓는 아가들 고사리 손 끝에 터지는 무지개 빛
까르르 즐거움은 넓게 흐르는 강물 위로 거침 없이 퍼져 흐릅니다.
강물따라 휘도는 자전거 길에는 씽씽 건각들이 씩씩합니다.
소양강이 바닥을 들어내고 댐의 저수량이 가뭄으로 문제 되는 근심도
묻으로 넘실대는 강물은 청포와 부들 솟은 물결 위를 가벼이 가르며
진정하라 이르는 듯
동심의 강변은 흐름을 감춘 물결에 모든 근심을 날려 보내고 있습니다.
이름 모를 물새가 쌍으로 날아가버린 피안에는
흰 물살을 남기며 수상스키 달려갑니다.
무수히 많은 일들이 서로 엉키어 돌아가는 세상에
망중한이라는 깊고 넓은 가슴에 안겼습니다.
산과 숲이 깊어 푸름이 넘치는 경관이 터널로 들어서는
열차로 툭 잘립니다.
어둠은 차 안으로 켜진 천장등으로 물러가고 건너편에 앉은
승객들 그제야 보입니다.
3살쯤 되어 보이는 아가가 엄마 등에 업혀
창밖의 어둠이 실 타고 칭얼 댑니다.
다시 햇쌀이 쏟아지며는 눈이 번쩍
깊은 골짜기와 위로 오른 봉우리를 찾느라 고개를 길게 뺍니다.
아래로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 옆으로는 울창한 나무 군에 기대어 피는
기생식물의 하얀 꽃!
즐거움의 하얀 구름 여정으로 먼산에 어리는데
열차는 가평역으로 들어 섭니다.
배낭을 매고 열차를 빠저나 가는 승객들이
지나가는 승강장은 기대에 한껏 들떠 있습니다.
그들이 던진 과자봉투로 가득 채워진 쓰레기통에
상반신을 집어넣고 두 팔로 한 아름 종이 더미를 안아
옆에 서있는 수레에 열심히 담는 가냘픈 젊은 아줌마
푸른 조끼에 선명히 새겨진 '환경 미화원'
흘리고 간 여정의 자투리가 헐렁한 조끼에 가득 찾는데
하얀 나비 한 마리 그를 쫏아 갑니다.
몇 년 전 허리 수술을 한 후 몸이 약하여져 통증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평생 도반 권의 창백한 얼굴이 그 모습에 오버랩되어 흐르는데
열차의 냉방이 춥다고 준비하여온 외투를 겹으로 감는 그녀
손녀딸 율이를 보려는 마음이 괴로움을 견디게 하여 주고 있나 봅니다.
닭갈비의 고장 춘천은 그 명성에 걸맞게
음식점 선전원
열차에 올라 선전지를 돌리며 돌아간 뒤에
서서히 들어서는 종착역 검표소 앞에
며늘아기 영의 손을 꼭 잡고 방긋방긋 율이
여섯 살의 천진함이 가득 합니다.
'배꼽인사' 영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안녕하셨어요'
반듯한 인사가 할머니, 할아버지 가슴에 기쁨을 안깁니다.
덥석 안는 반가움은 객실을 밝게 물 들이고
머물던 모든 사람들 얼굴이 함께 환하여지는 듯
아들 은이 비행을 나가 율의 외할머니가 차를 몰고
나와 계셔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오랜만의 사돈 간 만남 이 기에 점심은 푸짐한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부려보는 어리광에
밥을 잘 먹지 않는 율이 에게
'밥 잘 먹으면 강변 어린이 카페에 대려가겠다'는
외할머니와, 엄마의 말에 볼이 터저라
밥을 맛있다는 듯 먹는 율이에게
모아지는 시선이 즐겁기만 합니다.
우루릉 쾅쾅 천둥 번개 뒷산에 내려치고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
야외에서 머물던 사람들 혼비백산하여 카페
건물 안으로 뛰어 듭니다.
굵은 장대비가 폭포수 되어 쏟아지는데
가뭄 속에 비이기에 내리는 모습을 보는 눈길이
반가운 손님을 만난 듯 환합니다.
홀에 놓인 피아노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는
율의 하얀 손가락이 신이 났습니다.
동요를 부르며 치는 피아노
노래와 반주는 따로따로 놀지만
'엄마가 피아노 칠 테니 율이는 율동을 하는 게 어떨까?'
고게를 까딱이며 의자를 내어 주는데
청음이라 천재성을 자부하는 영의 피아노 연주
온 홀을 감아 돕니다.
율의 율동은 할머니 할아버지에 전하여져
어울리는 놀이 한 판에 모여드는 관객들
치는 박수에 빗소리도 함께 합니다.
율의 얼굴같이 커다란 빵을 사가지고
비 막이 천막이 쳐진 밑의 의자에 앉습니다.
온통 주위를 가득 매우며 쏟아지는 비는
바닥에 넘치는 물의 흐름을 만들고
시원한 바람결에 오손도손 빵을.
시간을 먹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율이네 집에 들렀다 가 응'
무릎에 앉아 부리는 귀여운 손녀의 말이
뿌듯히 가슴에 전해집니다.
방금 전에 할아버지에게 초코 우유를 사 달라고 졸라
들어간 가게에서 색이든 음료수 한 병을 샀습니다.
엄마 아빠는 몸에 해롭다고 사 주지 않는 것이기에
뒤로 감추었는데 엄마의 눈길을 피하지는 못하였답니다.
'할아버지가 샀어' 할아버지는 기꺼이 방패막이 되었습니다.
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와 눈을 맞추는 귀여운 손녀딸
자애스러움 가득 담은 할머니 눈가에 이슬이 맺침니다.
'저녁을 드시고 올라가세요' 율이 외할머니와 며늘아기
간곡한 청이 있었지만 마음만을 받고 올라가기로 하였습니다.
ITX 청춘열차에 올랐습니다. 영이 예약을 하였기에
오 분 후에 떠나는 열차에 며늘아기 굳이 열차를 타겠다는 율을
대리고 올랐습니다.
'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갈꺼야' 할머니 품에 안기여
율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열차가 1분 후에 출발하오니 환송객 여러분께서는 하차하여 주십시오'
기내 방송 '율아 몇 밤 자면 엄마, 아빠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갈 거야'
엄마의 이야기를 반짝반짝 맑은 눈으로 쳐다보던 율이 고개를 끄떡이며
할머니, 할아버지 볼에 뽀뽀를 합니다.
서서히 미끄러 저 나가는 열차 평생 도반의 휴대폰에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안녕히 올라 가세요, 아범 귀국하면 율이랑 찾아 뵐게요'
' 오냐 오늘 네가 애를 많이 썼구나 어머님께도 감사하다 전하여 들여라
사랑한다.'
'어머님, 아버님 사랑합니다.'
김유정 역을 지나가는 시간까지 사랑의 여운은 열차에 꼬리를 늘여
며늘아기와 손녀딸 율이의 고사리 손에 줄을 대고 있었습니다.
첫댓글 뱅기 타는 아들이 춘천 사누만유
청정에 교육도시던가
호반의 도시던가
삼악산인가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 본기억
아름다운 도시
마님의 건강이 하루속히 좋아지길 빌면서~~~
며늘이 친정이 춘천이랍니다.
친정 엄마가 손녀딸을 대리고 있답니다.
아들 며느리는 아현동에 살고 있지요
집사람 허리수술 후 몸이 약하여 져서
걱정 입니다. 염려 갑사 합니다. ^^
일가친척이 모여살던 자연부락시절엔 상상도 못했던 삶이 이젠
남북이 갈려야 이산가족인가 ?
하기사 남얘기 할처지가 아닌 나이지만.
이나저나 사모님께서 통증 없이 훌훌 다니시길 기원헓니다.
집안 무고하신지요?
서로의 삶이 무애 그리 바쁜지 만나보기가 힘이 드는 때 입니다.
모쪼록 즐거운 하루 하루가 되어지시길 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