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몸을 실고 있습니다

그대는 오라하고 있습니다
가을 바람을 저편에서 부터 보내 주면서
그 바람에 몸을 실고 이 생의 모든
짐을 떨쳐 버리고 나를 오라 부르고 있습니다

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질긴 정은 나를 꼭 붙들고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자꾸 기억 뒷 편을 돌아보라 하고 있습니다

어디 있는지도 모를 마음은
나를 놓아 주었다 붙들었다 하면서 바람을
이기고서 견디며 조금만 참으라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손에 너무 많은 것이 있습니다
내 욕심이 아니라 그대를 위해 내가
세상에서 해야할 일들이 많기에 차마
바람 따라 갈 수가 없어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작은 것 하나라도 가지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 없어 지고 마는 것을 가지고서...
그대는 그냥 오라 하는데
남아 있는 것을 마저 다 해 놓고

가고 싶어 불어 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끈을 모질게 붙들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몸을 실고 있습니다
그대가 보내 주는 섭리의 바람에 가볍게
몸을 얹고 내 영혼이 있는 곳으로
조용히 소리 내지 않고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읍니다. 아름다운 모습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