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안이 사이언시안에 도착하여 레키의 트레일러에서 이틀밤을 자고 난 아침에 레키의 회색 입술에서 새어나온 글자가 라이안을 흔들었다.
"이제 때가 된 것인가."
"그게 아니라, 포코코에서 새 전신이 왔다."
레키가 마른 입술에 침을 슬쩍 바르고는 굉장히 껄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라이안은 레키의 다음 말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의 가죽 글러브가 기분나쁘게 마찰하는 소리를 냈다.
"세계 6차대전의 규모는 엄청나다는 군. 아마 빈민가의 궤멸이 될거라는데..."
"나쁜 소식이군."
라이안은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갈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희소식은, 선전포고일이 늦춰졌다는 거다. 한달 하고도 3주를 더 주겠다는데? 지들 말에 의하면 발악할 시간을 주겠단다. 잘난 새끼들 골통은 다 비었는가보군."
"훗..."
별것 아니라는 듯 코웃음 치는 라이안에게 레키가 물었다.
"너...진짜 카라스시티를 너혼자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라이안은 레키의 뿔테안경 너머 커다란 눈망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과 눈을 맞춘 뒤, 조금 망설이는 듯 하더니 말을 계속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난 솔직히 혼자 할수 있으리란 자신은 없어. 아무리 케카로만큼 뛰어난 인간병기이고, 너의 도움으로 초인적 힘을 얻었지만 국가 하나를 상대하기는 힘들어."
"뭐야, 이 대책없는 자식.."
성급히 나서려는 레키의 말을 라이안은 잘라먹고는 계속 말했다. 레키는 라이안을 한대 칠 기세인 것 같았다. 그만큼 모두의 기대를 라이안은 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어딜가나 나의 조력자가 있다는 거야. 너도 마찬가지고. 카라스시티에도 어딘가엔 반동인물이 있으리라 믿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레키가 자리를 들썩이며 일어나려는 듯 했지만 전선이 의자에 감겨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라이안은 다시 레키의 말을 막으며 계속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이 단순한 레키만은 설득시켜야만했다. 케카로에게도 한적이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난 카라스시티를 궤멸시킬 수만 있다면 수소폭탄을 등에 지고 자폭하더라도 좋겠다. 복수와 징벌과 새 삶의 탈환에 대한 내 의지는 확고하기 때문에...난 해낼 수 있다."
"무식한 자식...여전하구나."
레키의 얼굴에 그제서야 미소가 어렸다. 설득이 되었음을 알게된 라이안은 안심했다. 그는 의자에 감긴 전선을 풀어내고 일어나 비쩍 마른 손가락을 움직여 이런저런 무기들을 챙겨 라이안에게 장착시켜주고 챙겨주기 시작했다. 라이안은 로브를 한번 털어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잘 가..다시 만날 수 있겠지?"
레키가 여위었지만 강인한 두 팔을 뻗어 라이안을 으스러지게 끌어안았다. 남자 치고는 마음도 여리고, 머리도 좋고, 농담도 잘하는 레키는 라이안을 이대로 보내면 다시는 못볼 것만 같았다.
"그건 몰라.'
라이안은 흰 가운을 체통없이 펄럭거리며 손을 흔들어대는 레키를 뒤로 하고 사이언시안을 떠났다. 이젠 카라스시티를 향해 진격할 준비는 끝났다. 무기도, 병법도 모두 소지하고 있었고 그의 확고한 신념은 흔들릴 새 없었다.
그러나 라이안은 레키에케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말은 끝끝내 하지 않았다.
"뭔가 움직이고 있다."
타이즈로 코까지 가린, 조금 붙는 검은 옷을 차려입은 왠지 분위기가 어두운 한 남자가 말했다. 그의 초록빛 눈동자는 현자와 같은 깊이가 서려있었으나 얼굴에 날카롭게 난 칼자국은 그가 어쌔씬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거대한 중앙시스템컴퓨터와 하늘색과 에메랄드빛이 오묘하게 섞인 카라스시티의 거대한 돔이 신비롭게 어우러진 중앙제어실에서 레이더를 주시하고 있었다.
"라키베, 꼭 처리해 주길 바라네. 왠지 저 녀석이 걸린다. 금속류를 많이 소지하고 있는 것 같은게 빈민가의 비밀병기일지도 모르네."
"알겠습니다, 각하."
라키베라는 어쌔씬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자에게 거수경례를 올렸다. 그림자만 어렴풋이 보였지만 대통령이라는 자의 옆에는 머리가 긴 여자가 하나 붙어있는 것 같았다.
라키베는 중앙제어실을 나왔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투명한 벽과 돔을 울렸다. 시티 대원들의 에어사이클(오토바이의 형태이나 바닥과 마찰하지 않은 채 공중에 떠서 움직인다. 필자)에서 나는 기어 소리였다. 그는 기계로 무장한 특수대원과 에어사이클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복도를 걸어나갔다.
'속물들.'
어쌔씬 일은 카라스시티 외곽지역인 '가이아'지대에서부터 해왔다. 뒷거래로 마약이나 중독성 금속물을 팔다가 거래자가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직접 가서 죽인 후 돈을 가져오는 일종의 청부살인업자였다. 단지 그 살상능력 때문에 결국 카라스시티에까지 발탁된 게지....
'이 놈 하나만 죽이고 나면...다신 이곳에 오지 않으리.'
라키베는 후드를 눌러 쓰고 복도를 따라 걸었다. 허리에 찬 다섯 개의 길고 짧은 검들이 마찰하며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기어 소리에 묻혀갔지만.
첫댓글 어머/ㅂ/어쌔씬 등장이네ㅋㅋ 전 세상에서 어쌔씬종류가 제일 좋아요-_-b닌자라든지..
어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