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10) 미사란 무엇인가요?
개신교 신자들은 주일이면 예배드리러 교회에 간다고 하는데 천주교 신자들은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간다고 합니다. 미사와 예배는 다른 건가요. 미사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 미사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건인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제사이자 잔치이다.
평화신문 자료 사진.
미사와 예배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공적으로 하느님을 경배하는 행위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신교 신자들이 바치는 예배와 천주교 신자들이 바치는 미사는 내용과 방식, 의미 등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미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미사는 예수님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당신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신 것을 기념하고 현재화하는 제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떼어 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 23-25 참조) 예수님은 그리고 나서 당신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하신 이 말씀을 실제로 이루셨습니다.
미사는 바로 이를 기념하고 현재화하는 것입니다. 미사 때에 사제가 빵과 포도주를 들고 위와 같은 말씀으로 축성할 때에 예수님 친히 사제의 인격 안에 현존하시면서 빵과 포도주를 당신 몸과 피로 변화시키십니다. 또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신 것처럼 당신 몸과 피를 빵과 포도주 형상으로 우리에게 영적 양식으로 내어주십니다. 그래서 미사를 '성체성사(聖體聖事)'라고 부릅니다.
인간적 눈으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들은 이것을 신앙의 눈으로 받아들입니다. 미사 곧 성체성사를 우리는 '신앙의 신비'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미사는 단지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만을 기념하는 제사가 아닙니다. 미사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함께 기념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이 우리 구원을 위한 희생으로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님 생전의 말씀과 행동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그 모든 삶이 진정으로 참되고 의미 있음을 보증해준 사건입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미사 때에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하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큰 사건은 출애굽, 곧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된 사건입니다. 이를 기념해서 이스라엘 민족이 지내는 축제가 과월절(過越節) 축제입니다. 과월 곧 파스카란 '건너감'이라는 뜻으로, 출애굽 때 하느님 천사가 이집트의 모든 맏배를 쳐서 죽일 때에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이스라엘 백성 집은 건너뛰었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옛 이스라엘 백성이 어린양의 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듯이, 새 이스라엘 백성인 신자들은 새로운 계약의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생명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교회는 미사성제(聖祭)를 통해서 이 구원의 위대한 사건을 새롭게 현재화합니다.
미사를 통해서 우리는 이토록 놀라운 구원의 은총을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미사를 감사제라고 부릅니다. 나아가 미사 때에 우리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살아 계시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영적 양식으로 받아먹고 마십니다. 이것은 미사가 단순히 제사 성격만 지니는 것이 아니라 잔치임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 잔치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나눠 모심으로써 우리는 그리스도와 한몸을 이루고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일치를 이룹니다. 또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생명의 양식으로 우리에게 나눠 주셨듯이 우리도 우리 삶을 이웃과 나눌 것을 새기고 다짐합니다.
따라서 미사를 드릴 때마다 인류 구원의 가장 위대한 사건 곧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라는 파스카 사건이 현재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미사가 주는 가장 놀라운 은총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체성사인 미사를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정점"이라고, "우리 신앙의 요약이요 집약"이라고 가르칩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교회가 하느님께 바치는 최상의 예배가 바로 미사입니다.
알아둡시다
미사는 그 풍요로움으로 인해 감사제, 성찬례, 주님의 만찬, 빵 나눔, 희생 제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미사(Missa)는 라틴어입니다. 이 말은 '보내다' '파견하다' 또는 '해산하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동사 미테레(mittere)에서 나온 말로 '보냄' '파견'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라틴어로 '이테 미사 에스트'(Ite, missa est)라고 하면 '황제 알현이 끝났으니 돌아가라'고 할 때 또는 법정에서 '폐정했으니 해산하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이 말이 5세기쯤부터 교회에서 사용되면서 성체성사를 나타내는 용어로 굳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미사 폐회식 때 사제나 부제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하고 폐회를 선포하는데 이 말을 라틴어로 '이테 미사 에스트'라고 합니다. 미사가 끝나면 우리는 미사 때 받은 은총의 힘으로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말과 행동으로써 선포하도록 각자 삶의 현장으로 파견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 곧 죽음은 예수님의 삶과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예수님 삶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사 때에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만을 또는 죽음과 부활만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 곧 예수님의 신비 전체를 기념합니다. 미사가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로 이뤄져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평화신문, 2006년 9월 17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