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은행에 갔었습니다.
그날도 비오는 날이었죠.
은행입구에는 커다란 우산통이 있었습니다.
전엔 우산을 씌우는 비닐봉투가 있더니 없어졌네요.
일을 다 보고 나오니 '황당'하게도 우산이 없는게 아니겠습니까?
요즘 가장 흔한 골프우산이었거든요.
파랑과 빨강이 섞인.
그와 비슷한 색의 우산이 꽂혀 있었습니다.
경비원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기에,
'누가 색을 구별 못하고 가져갔나 보군'
하면서 약간의 비슷한 색의 우산을 들고 나오고,
남편은 다시 길건너 다른 은행으로, 전 그 옆의 또 다른은행으로 가고 있었죠.
각자 일을 보고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근데 난데없이 왠 아저씨가 은행으로 막 들어서는 저에게
"아줌마 그 우산 아줌마 겁니까?"
"아니요, 누가 제 우산을 모르고 가져....."
"아니 이 아줌마가 ? 왜 남의 우산을 가져가요?"
"................"
상황을 설명할 틈도 없이 우산도 빼앗기고 막 들어선 그 은행에 와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우산도둑으로 인식되고.
이런 '당황'스러울 수가?
'여러분 실은 누가 제 우산 색깔과 비슷해서 바꿔간 줄 알았어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어요.
건너편에서 일을 보고 온 남편에게 억울한 사정 얘기를 하고 다시 우산을 잃어버린 처음의 은행으로 갔지요.
경비원에게 자초지종을 다시 설명하고 그러면 내우산은 어디에 있냐고,
왜 비닐봉투를 주더니 안 주냐고 했더니 손님들이 싫어해서 없앴다나 뭐라나?
우산을 들고 다니지 그랬냐고 오히려 제 잘못이라는 듯 얘기를 하더군요.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들고 가냐고 했더니
그래도 들고다녀야 된다네요.
아마 그랬으면 혼냈을 거면서.....
이런 억울하고 난데 없이 도둑 누명까지 쓰고, 게다가 비는 주룩주룩 오는데 우산도 없이 가야하고...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어 비를 맞으면서 우리 부부 처량한 모습으로 나오는데 경비원이 부르더군요.
"이 우산 쓰고 가세요. 어떨 땐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아 남아돌고, 어떨 땐 없어지고. "
그러면서 누가 두고 찾아가지 않은 우산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우산 들고 왔는데 지금은 꼭대기 부분이 터져서 못 쓰게 되었죠.
찰라님의 '당황'과 '황당'을 들으니 구구절절 하소연을 하면서 우산도둑의 누명을 벗고자 합니다.
첫댓글 정말 황당하고 황당스러워 겠네요! 오늘... 청바지를 입은 우산도둑 아주머니를 잡았더라면... 아네스님과 똑 같은 누명을 씌울번 했군요.. 못잡길 잘했네...ㅎㅎㅎ
하하하 정말 황당하셨겠어요.아네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