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전형님,
새벽비가 내립니다. 산 속의 봄은 저렇게 촉촉이 젖어 오는데
형님의 소식은 빗줄기에 가로막힌 시야처럼 답답하고
가슴 줄기로 파인 골을 따라 빗물만 흘러내립니다.
율정점에서 두손을 부여잡던 손 끝내 놓지 않던 약전 형님,
하늘 가는 길이 이렇게 험하고 멀어
우리 형제 지지리도 못 나 유배의 천형을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 게 운명이라면
마음만이라도 저 바다에서 만나자던 형님,
흑산도 떠나던 형님의 뒷모습은
산안개처럼 눈물 뿌옇게 흐려오는데
만덕산 기슭에서 바다를 보며
안개에 가린 흑산도가 얼마나 멀길래
이리도 형님 소식 감감한가 답답합니다.
출렁이는 파도 당신의 모습은 는개에 가리는군요.
구강포 앞 바다 보며 뱃노래소리로 떠나는 배에
오늘도 마음 한 자락 형님께 실려 보냅니다.
화순 동림사에서 함께 공부하며
철없는 저를 타일러 주시던 형님
백성을 먼저 생각하라던 약전 형님,
틈틈이 목민 심서를 엮으며
초의선사가 보내준 우전차를 달입니다.
그 푸르름 그리워 우리고 우린 녹차처럼
우리 언제 마음 풀고 푸르게 만날까요?
우리 언제 그 푸른 향에 젖어 함께
뼈저린 그리움을 마셔 볼까요?
얼룩 묻은 찻잔은 그리움처럼
씻어도 가지 않는데.
만덕산 넘어 혜장선사를 찾아 시름을 달래도
몰래 몰래 천주님께 빌고 또 빌었지만
끝내 연락 한 번 닫지를 못하는군요.
백련사 고갯길을 하루 한번씩 오가며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천일각은 약전형님,
항시 형님 생각하며 늘 흑산도 바다를 그리는 당신의 자립니다.
애써 외면해도 발길은 항시 그곳에 머물고 맙니다.
오래 오래 그곳에 머물다 그리움이 파도처럼 하얗게 바래어
이젠 머리까지 하얗게 서리가 내렸습니다
초당 지붕 이엉을 열 다섯 번이나 새로 바꿨어도
동백꽃 붉다가 제대로 피지 못하고
풀밭에 나뒹구는 모습이 형님 그리는 부질없는 제 마음인가 봅니다
끝내 동생 소식 듣지 못한 답답함은
동백의 쓰린 상처 불거져나온 그리움이 아니던가요.
붉음으로도 토해 내지 못한 형님의 그리움 아니던가요.
첫댓글 그냥 편지글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16년 동안 헤어졌다가 끝내 만나지 못하고 형님이 먼저 죽었다는 안타까움에....
아! 대단해요~~ 이런 편지글로 가슴을 찡하게 하시다니....
한 여름 인적 드문 날. 더위에 지친 발걸음으로 다산 초당에 오르니 시원함과 함께 여러 느낌이 일더군요.
한 편의 아름답고 절절한 시네요. 민들레님의 감성이 속속들이 스민... 저 행구분을 산문식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렇군요. 산문식의 나열이 좋을 듯 하네요. 읽기 편하도록 여긴 그냥 두겠습니다
나두 오늘 ...민들레에게 편지를 띄울테야요~ ..(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