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의 마지막 오딧세이 ＞ ( Jesus' Final Odyssey ) 제10회

[지족 (知足)]

< 예수의 마지막 오딧세이 > ( Jesus' Final Odyssey ) 제10회 

제10장 제자에서 경쟁자로 나서다

임종의 자리에 누워있는 예수는 눈을 반쯤 감았다 떳다를 반복한다. 방문 밖 정원 뜰 아래 서있는 목부 牧夫가 눈에 들어온다. 어쩜 저렇게 요한 형과 모습이 닮았을까! 마치 세례요한의 환생을 보는 듯하다. 그는 검은 머리를 어깨위로 아무렇게나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그 땐 너무 젊어서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했었다. 그때 예수는 형 세례요한이 자신을 얼마나 넓은 마음으로 끌어 안으려 하였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런 만큼 형 세례요한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젊은 예수의 피는 경쟁심으로 쉽게 끓어올라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이제야 형의 마음이 보인다. 예수 자신의 멘토였던 이종육촌 형 세례요한, 그의 진지한 삶, 그의 하나님에 대한 불꽃같은 헌신, 그의 비참한 죽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 자신이 종교계에 첫 발을 디디도록 적극 도와주고 예수의 성장을 자신의 성장처럼 기뻐하였던 요한. 그럼에도 그의 신임을 저버리고 다른 길로 갔던 예수의 처신, 생각하면 할 수록 미안함이 커진다. 예수는 눈물어린 눈을 감는다.

스승 이상의 스승, 세레요한에 대한 예수의 기억은 후회와 괴로움으로 차 있다. 요한은 혼자 광야에서 은둔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는 제자들을 모아 하나의 큰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세례요한 공동체는 잘 조직되어 있었고 제자들은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았으며, 선교활동 역시 매우 활발하였다.

그는 제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엄격한 금식을 시켰으며 '공동체의 기도'를 가르쳐 주었다. 당시 세례요한 공동체 이외에도 나조레파, 사베파, 마스보테파, 아침의 잠수자파등 다양한 이름의 다른 집단들이 있었다. 이 집단들에 견주어 세례요한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세례요한이 유대의 광야에서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였을 때 온 유대와 요단 강 사방에서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까지 사람들이 몰려 왔다. 그들은 요한이 메시아, 즉 그리스도라 생각하였다. 즉 요한 그리스도 john Christ이다.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 Andrew 역시 세례요한의 제자들 중 한사람이었다.

예수의 스승 「세례 요한」(좌) / 스승 세례요한으로 부터 세례를 받는 「예수」(우)

예수가 이종육촌형이자 지금은 스승인 세례요한에 의지하여 종교계에 발을 디딘 시작은 미미하였다. 예수는 세례요한의 문하에 들어와 처음에는 그의 복사 服事로 일하였다. 그러나 명민한 머리에 일찍이 동방으로 유학하여 브라만교, 자이나교, 힌두교, 불교, 조로아스터교 등을 두루 섭렵하여 유식한데다 뛰어난 언변을 갖춘 예수가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어느 덧 그의 휘하에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적지만 나름대로 예수파 派도 형성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기 휘하의 많은 제자 중의 하나 또는 자신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는 정도로 여기고 있던 세례요한도 날로 늘어나는 예수의 신도 수에 내심 놀라며 긴장하기도 하였다. 예수파는 아직 작지만 세상 사람들은 둘 사이를 경쟁관계로 몰아 그 경쟁을 즐기려는 눈으로 바라보는 속셈을 느낄 때도 많았다.

세상 사람들의 바램을 만족시켜 주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경쟁에 먼저 뛰어든 것은 예수 쪽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예수도 세례요한처럼 사람들에게 물로 세례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물로 세례를 주는 의식은 요한이 처음 시작한 이래 여태껏 요한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의미심장한 의식이었다. 세례요한이 하던 일을 예수도 따라서 하자, 결국 두 공동체가 서로 경쟁적으로 세례를 베풀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던 적지 않은 수의 신도들이 도중에 예수에게로 가서 세례를 받기도 한다. 세례요한 공동체에서는 그의 제자들이 세례 주는 일을 예수 공동체에 빼앗기고 있다고 하소연할 때도 세례요한은 애써 태연하였다. 제자들까지 경쟁적인 신도쟁탈전으로 접어드는 형국이었다. 세례요한의 제자들이 그들의 스승에게 찾아가 항변한다.

"선생님, 선생님의 아우이자 제자였던 예수라는 분도 세례를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강 건너 이리로 오다말고 그분에게 몰려가고 있습니다."

세례요한의 제자들은 그들의 공동체가 신도 쟁탈전에서 밀려 예수파보다 약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요한은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고 그들을 위로할 뿐이었다.

그러나 세례요한의 이러한 관대하고 포용적인 대답은 오히려 제자들의 격앙된 성토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예수에게 세례를 줄 때, '나는 너희를 회개시키려고 물로 세례를 베풀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분은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실 것이다.'라고 예언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는 불과 성령으로 세례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과연 예수가 불과 성령으로 세례를 줄 능력이나 있습니까? 예수는 지금도 선생님을 흉내내어 고작 물로 세례를 주고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그는 강 맞은편에서 활동하며 우리의 구역을 침범하고 있지 않습니까?"

메시아 왕국을 준비하는 「세례 요한」(좌) /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와 함께있는 아기요한(우)

또 한번은 어떤 사람이 예수에게 와서 따졌다."요한의 제자들과 바라새인들은 금식하는데 왜 당신의 제자들은 금식하지 않습니까?" 예수는 세 가지 비유로 답하였다. 예수는 잔치 집 신랑의 비유, 생 베조각의 비유, 새 포도주의 비유를 예로 들었다.

"잔칫집에 온 신랑 친구들이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야 어떻게 단식을 할 수 있겠느냐?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그럴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온다. 그 때에 가서는 그들도 단식을 하게 될 것이다."

"낡은 옷에 새 천조각을 대고 깁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낡은 옷이 새 천조각에 켕겨 더 찢어지게 된다."

"또 낡은 가죽부대에 새 포도주를 넣는 이도 없다. 그리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다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예수는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새인들은 신랑이 없는 잔칫집에 모인 사람들이며, 헛 베 조각들이며, 헌 술을 헌 부대에 담는 사람들로 매도한 것이다. 예수는 금식에 관한 한 세례요한 공동체와 바리새인들을 매 한가지로 혹평하였다.

이 말을 전해들은 세례요한의 제자들은 분개하여 말하였다.

"저 예수라는 분은 우리 스승과 공동체 사람들을 바리새인과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어째서 우리 스승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말인가? 또 예수의 잔칫 집 비유에 따르자면, 신랑이 없는 때, 즉 예수가 죽은 후에는 단식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닌가?"

세례요한은 제자들에게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가르침을 주었다. 기도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도 가르쳤다. 심지어는 예수파 派의 제자들까지도 자기 스승이 기도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예수에게 말하였다.

"선생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친 것처럼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옵소서." 예수는 제자들에게 간단히 주기도문을 기도의 한 예로 제시한다. 아직 예수는 세례요한 공동체만큼 짜임새 있고 구체적인 기도방법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초창기에 예수의 스승 세례요한은 절대적 존재였다. 예수는 세례요한을 스승으로서 극진히 생각하였다. 자신의 종교 활동의 토대가 모두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세례요한의 선교활동은 요단강이나 팔레스티나 전역에 미치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헤롯왕 치하의 정치권에서도 그의 영향력을 두려워 하였다. 요한의 신에 대한 헌신으로 그가 베푸는 세례는 신성한 의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은 요한을 그리스도로 생각하여 요한 그리스도 John Christ라 불렀다. 예수 역시 자신의 스승 세례요한에 대한 경외심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토로하였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일찍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다." "너희가 그 예언을 받아들인다면 다시 오기로 된 엘리야가 바로 그 요한임을 알 것이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출처] < 예수의 마지막 오딧세이 > ( Jesus' Final Odyssey ) 제10회|작성자 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