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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내일)은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동지가 지나면 양의
기운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내일(22일)은 작은 설인 동지(冬至)입니다. 오늘 정오(正午)
석불사(石佛寺 석굴암) 본존불에 맑은 햇살이 쫙 비췄을 걸 생각하면 선조들의 지혜가 놀라울 뿐입니다. 해가 짧아져 이러다 밤만 있는 세상이 될까
염려하다가도 동지죽 한 그릇 먹고 나면 한 살을 더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지요. 신정(新正)보다 더 기다려지는 이 날은 우리집엔 대 명절 중
하나입니다.
혼인 후 첫 해만 빼고 매년 동지죽을 제가 끓여 먹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제가 나서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어느새 아내가 제 솜씨를 추월했습니다. 나서지 말라는 이야기도 하는군요. 해마다 솜씨가 늘어갑니다. 우린 1년을 돌아보며 온 가족이 둘러앉아 새알을 크고 작게 만듭니다. 아이들 입에 쏘옥 들어가기 좋게 작게도 만들고 입안 가득 쫀득거리게 만들어 동지팥죽을 끓입니다.
올해는 '애동지'라고 해서 '노동지'와 다르게 부릅니다. 음력으로
11월 열흘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들면 '애동지'라 해서 동지팥죽을 끓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애동지'면 이듬해 크고 작은 일이
많다는군요. 그러나 동지는 1년 중 팥죽을 끓여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니, 악귀를 쫓는다는 뜻에서 애동지, 노동지를 따지지 말고 한 번
용기를 내서 끓여 드셔보세요.
<동지죽 끓이는 과정(5인분 기준)> 하나: 먼저 팥 800g 정도를 사서 손으로 골라내든지 조리로 일어 돌을 골라내세요. 둘: 팥을 잘 씻은 다음 물을 넉넉하게 잡아 한번 끓고 나면 물을 따라버리고 다시 끓입니다. 끓으면 불을 줄여 푹 삶아줍니다. 타지 않게 잘 살펴야 합니다. 셋: 국산 팥은 대략 1시간 반쯤 걸리는군요. 중국산은 3시간 가량 걸리니 가능하다면 팥은 국산을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따뜻할 때 으깨서 팥물을 받아두십시오. 넷: 찹쌀 가루를 1kg 정도의 양에 물을 끓여
익반죽을 한 후 10여분 뒀다가 새알심을 만들면 됩니다. 그래야 수분이 고루 퍼지고 차지게 됩니다.
다섯: 어느 정도 새알심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보아 팥물을 앉히고 바닥을 한두 번 저어 줘 눌러 붙지 않게 해주세요. 쓰다 남은 찹쌀 가루를 조금 흩어 뿌려주면 훨씬 걸쭉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이 넣어도 틉틉해져(너무 진해져) 죽다운 죽이 안됩니다. 여섯: 물이 펄펄 끓으면 뜨거운 것 튀지 않게 조심해가면서 새알을 넣고 조심스레 저어주세요. 아래 가라앉았던 것이 위로 둥둥 뜨면 대체로 익었다고 보면 됩니다. 잠깐 더 끓이다가 꺼주세요.
일곱: 입맛에 따라 설탕과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해주세요. 설탕을 많이 넣으면 달아서 먹기 힘들게 되니 조금씩 두 숟갈 정도만 넣으시면 깔끔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소금도 최대한 늦게 넣어야지 일찍 넣으면 뿌렸던 찹쌀가루가 쉽게 응고되어 진한 맛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여덟: 다 끓었다 싶으면 바닥을 한두 차례 살살 저어 엉기지 않게 해주세요. 만약 탔다면 이건 다 된 밥에 뭐 빠트린 격이 되니 잘 저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 때 쫀득쫀득한 새알 한 알을 입에 넣어 보십시오. 잘 익었지요? 그럼 잠시 놔두시고 동치미를 미리 채로 썰기도 하고 네모로도 썰어 먹을 준비를 하십시오. 아홉: 상에 동치미만 차려도 됩니다. 동지죽과 동치미가 잘 어울립니다. 날씨가 따뜻하여 동치미 국물이 시원치 낳으면 미리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 뒀다 드시면 끝내줍니다.
열: 조금 넉넉하게 끓였다가 내일 아침에 드시던가 밤에 간식으로 먹으면 좋습니다. 보관은 베란다나 바깥에 두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날이 추우면 살얼음이 얼어 사각이며 이(齒)마저 시리고 얼음 동동 뜬 동치미와 함께 먹으면 정신이 바짝 날 지경입니다.
팥의 붉은색을 귀신이 싫어해서 귀신 또는 악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로 동지 팥죽을 먹게
되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