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매년 8월의 첫 꼭지가 되면 항상 하늘빛은 심상치가 않다.
장마와 삼복더위가 교차하는, 변덕이 심한 하늘을 윗 배경으로 두고 어제의 사랑들과 그제의 연인들이 모두들 휴가라는 핑계로 배설과 기대의 욕구를 채우러 떠나갈 때, 모두에게 떠밀려 구석으로 몰린 어떤 이는 실연이라는 바윗돌에 깔려있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확률과 분포도는 의외로 높고 넓다.
그가 올려다 보는 하늘은 영화 ‘바닐라 스카이’의 빛깔도 아닐 것이고 패트릭 스웨이지를 집어삼켰던 '폭풍 속으로’의 바다 빛깔도 아닐 것이다. 분명히 김현식 아저씨의 ‘비처럼 음악처럼’같은 구슬프고 몽환적이며, 회색 빛이면서도 눅눅할 것이다. 이때쯤이면 수많은 상상의 촉수들이 그의 가슴속에 뱀처럼 또아리를 틀기 시작한다. 떠나간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막연한 의심과 제 3자에 대한 시기심들이 휴가지의 푸른 빛 이미지들과 정면으로 충돌해 저기압대를 형성한다. 그 저기압대는 초반에는 심장 중심부를 잠식하며 식욕부진과 답답증, 호흡곤란을 위장한 가슴앓이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저기압대가 서서히 북상해 뇌에서 수많은 애증과 만나 투명하며 짭조름한 액체를 뿜어대기 시작한다. 그때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은 지독히도 투명하다.
자신의 모습처럼.
자신의 눈 안에 고인 것이 눈물임을 알아차릴 때는 이미 거대한 저기압골의 중심에 놓인 상태다. 그리고 항상 동반되는 것이 마이너 계열로 짜여진 발라드들이다. 이 발라드들은 ‘비’라는 주제를 동반해 한층 강화된 저기압대를 만들어 내며, 그 가사들은 그의 가슴에 열대 지방의 우기가 연상될 정도의 집중호우를 흩뿌려댄다. 하지만 이 집중호우와 저기압대를 견뎌낸 그는 곧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메이저 계열의 리드미컬한 음악을 들으며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다음 해의 우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는 일부러라도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부르며 자기만의 세상을 그려낸다.
『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
하지만 저기압대 중심부에서 벗어나지 못한 또 다른 그는 임종환의 ‘그냥 걸었어’의 길을 답습하기 시작한다.
『 처음엔 그냥 걸었어. 비도 오고해서
오랜만에 빗속을 걸으니 옛 생각도 나네
울적해 노래도 불렀어. 저절로 눈물이 흐르네
너도 내 모습을 보았다면 바보라고 했을거야 』
그리고 그는 신승훈의 ‘그 후로 오랫동안’처럼 하늘에 도움을 청해 같은 하늘아래 있는 그 사람을 찾아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한다. 휴... 하늘은 참 많은 걸 해야한다.
『 하늘이여 나를 도와줘 그렇게 울고 있지 말고
내 님이 있는 곳 너는 쉽게 알 수 있잖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한번만이라도 그대를
우연일지라도 너를 믿을 게 너의 눈물 맞으며 』
그리고 이 저기압대들은 봄여름가을겨울을 관통한다는데 그 엄청난 위력이 있다. 신중현의 '봄비', 김원준이 부른 '여름, 비, 그리고 나', 최헌이 부른 '가을비 우산 속', 김종서의 '겨울비' 같은 발라드 계열들은 물론 '남행열차' 같은 경쾌한 트로트마저 비와 사랑에 관해 노래하며 '비와 찻잔 사이' - 배따라기-에서사랑에 대해 노래하기도 한다.
비는 모든 것을 씻어 내린다. 어젯밤에 누군가가 뿜어낸 토사물 부터 그 사람이 할퀴고 지나간 마음속 상처까지, 그 종류에 구분을 두지 않는다. 게다가 다양한 템포를 가지고 있다. 발라드처럼 서서히 다가오다가 하드코어 테크노처럼 모든 것을 송두리째 쓸어내려 버린다.
비는 비 자체뿐만 아니라 곧 다가올 햇빛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비를 노래하는
우리 음악들은 처절할 정도로 슬프지만 곧 다가올 희망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비를 부른다. 느낀다. 그리고 울어보기도 한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그들은 비가 오면 그 저기압대로 침전된다. 그리고 그들은 CD
플레이어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며 두 눈을 질끈 감아댄다.
희망을 꿈꾸면서... 그리고 비는 또 온다.
글 / 이시우 (대중음악평론가)
도무지 해석이 순서대로 되진않아도 잘읽었슴다.
왜 평론가들은 .....머리속에서 쥐나기 시작해서 이만...
암튼 다 읽었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