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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문학 기행
통영 문학 기행
채홍조
밤새 강철지붕으로 내리 꽂히던 장대화살
타타타~ 번쩍번쩍 ~~우르릉 꽝
드세지는 말발꿉소리 강약으로 번갈아 쏱아지는 빗줄기의 불화협에 잠을 설쳤다
새벽에 일어나니 그래도 좀 순해진 빗줄기에 마음도 가벼워진다
7시쯤 집을 나서 군청앞에 도착하니 벌써 여러선생님들이
버스속에서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계신다
예약 인원이 38명인데 8명이 취소를 하셨단다
7시40분에 차가 출발하였다
우중충한 회색빛 도로를 가르며 버스는 남으로 달려간다
출발지에서 만발한 꽃잎은 꽃비 되어 내리고 그 틈새로 잎새가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아래로 내려 갈수록 조금씩 잎사귀가 커져가고 연둣빛 윤기 나는 풍경화,
금강휴게소에 들러서 소근거리는 빗줄기 사이로 아주 예쁜 버스를 만났다
우와~~세상에 이런 일이~~~그렇군요 정말~~
버스가 남으로 내려 갈수록 비는 멈추고 바람도 잠잠하여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연둣빛 잎파리가 꽃잎처럼 수줍게 피어나고 토실토실 살쪄가는 산
도로변의 담쟁이 파란 손을 앙증맞게 흔들고
얼기설킨 등나무 보라빛 꽃등을 들고 윤기나는 초록 잎사귀들이 어우러지고
새파란 들판과 옹기종기 버섯같은 지붕들을 뒤로 밀어내며 질주하는 버스속에선
여러선생님들의 화기애애한 자기소개와 다정한 이야기 꽃이 피어난다
11시 40분쯤 청마 문학관에 도착하여 가파른 계단을 올라 안내하시는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열심히 여기 저기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맛난 회로 점심을 먹고 이순신 장군의 혼이 살아 계시는 한산도로 향했다
물빛 고운 잔잔한 포구에 배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망중한을 즐긴다
활기찬 상인들의 호객소리를 들의며 여객터미널에 들러 서둘러 배를 탔다
꼭 한번 와 보고싶었던 역사의 현장, 거북선 모형의 등대와
점점이 떠있는 파란 섬들 사이를 비집고 15분만에 한산섬에 닿았다
구불구불 깨긋한 산책로를 따라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풋풋한 길을
알록달록 제잘거리며 관광객들이 밀려간다
그 틈새에 우리도 밀어넣고 대건문을 지나 제승당으로 향했다
장군님의 영정을 모신 곳, 활터 전망대 탁트인 바다와 어우러진 풍광에 숨막힐 지경이다
바다를 쟁기질하며 하얀 포말을 일구는 어선들
안개속에 침잠하여 졸고있는 거북등대가 평화롭디
4시30분경에 섬을 나와서 박경리선생님의 문학관에 도착했다
원주의 박경리선생님의 문학관에 다녀왔지만
이곳에도 이렇게 훌륭한 문학관을 세워주셨다
선생님의 문학과 일생을 보며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선생님의 묘소로 가는 산책로 길을 꽃들과 선생님의 작품들과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어 올라 탁 트인 시야 맑은 푸름을 한아름 안아본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산 중턱에 평안히 연면하시는
선생님 묘비 앞에 누구가 사탕 2알을 드린걸까
희색빛 안개사이로 기운차게 올라오는 바람에 가슴이 넓어진다
내려오는 길은 작은 꽃들과 얘기하며 기념관을 둘러보고
5시30분경에 음성으로 출발하였다
가슴에 가득 담은 고운 추억들을 차분히 정리하며
비온 뒤의 산뜻한 풍경속으로 빠져든다
하루의 알찬 문학기행이 오래도록 내 마음을 풍성하게 채울 것이다
2011년 4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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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례문학관기행
아침 7시30분에 군청 앞에서 출발한다고 하여 서둘러 7시에 집을 나섰다
7시 25분에 도착한 군청 앞에는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아서
혹시 내가 출발 장소를 잘못 알고 왔나 싶어 지부장님께 전화를 했다
지난해에는 읍사무소 앞에서 출발했으니까 그런데 군청마당에서 차를 돌려나오니
정시인님이 보여서 반가웠다 조금 기다리니까
함께 여행을 떠날 선생님들이 속속 도착하고 곧이어 버스도 도착했다
이번에는 버스가 꽉 차게 많은 선생님들이 참석해 주셨다
8시에 출발하여 맑고 훈훈한 봄바람을 가르며 증평 쪽으로 출발했다
봄이 오는 길목은 촉촉이 젖은 대지 위에 나무들은 푸르스름하게
옅은 색이 감돌고 햇살은 밝게 빛나고 있다
증평 톨케이트에서 두 선생님을 태우고 버스는 남쪽으로 기운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남으로 내려 갈수록 나무들은 새움을 틔우고 매화꽃 산수유꽃이 화사하게 손을 흔든다
파란 보리밭이 융단처럼 부드럽게 깔려 있고 띄엄띄엄 모여 앉은 농촌의 풍경은 평화롭다
몇 곳의 휴게소를 들러 12시 30분에 벌교에 도착했다
꼬막정식으로 점심을 맛나게 먹고 바로 옆의 조정래선생님의 태백산 문학관에 도착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해설사는 먼저 소설속의 주인공인 현부자집으로 안내하여
한참 동안 소설속에 호화로웠던 현부자집을 산책해보았다
행랑채에 누각을 올린 독특한 방식의 멋진 기와집이 날아 갈듯 날개펴고 사뿐이 앉아있다
양지바른 제석산 치마폭에 자리한 명당에 위엄있게 앉아 있는
현부자집은 원래 밀양 박씨의 소유였다고 한다
한참 동안 현부자집 마루에서 소설속에 빠져 들다가
앞의 작은 연못과 뒤의 소화집을 둘러 보고
정갈한 황토 돌담에 좁다란 골목길도 참 오랫만에 만나는 정취가 묻어난다
다시 조정래문학관으로 돌아와 그 옆의 자연석로 만든 거대한 벽화를 보며
이종상 선생님이 우리나라의 호랑이상과
그 허리뼈 태백산맥을 형상화 하였는 설명을 들으며 문학관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느 문학관이나 비슷하게 대리석으로 잘 정돈된 실내에
여러가지 지료와 선생님의 손 때묻은 문필품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특히 16500 매의 소설 태백산맥의 원본 원고지와, 아들과 며느리의 필사본과
또 그 의 제자들 백여명의 필사본이
탑처럼 높게 쌓여 유리장안에서 잠들어 있다
요즘 우리들은 원고지 한장 쓰지 않고 글을 쓰는 세대인데
그 많은 원고지 분량에 현깃증난다
우리는 요즘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수정하기도 쉽고 지우기도 쉽고
또 쓰기도 쉬운 좌판만 두들기면 되는 축복받은 세대다
일정관계상 횡갯다리와 부용교를 둘러보고 몇 방울씩 떨어지는 빗줄기를 세며
서둘러 낙안읍성으로 차를 달렸다
희뿌연 하늘을 가르고 꼬불꼬불 산길을 넘어 낙안읍성에 도착한 시각은 3시30분경이다
몇 번 다녀간 낙안읍성은 포장을 하지 않은 흙길로
마침 부는 황사바람과 어우러져 을씨년스럽기까지하다
버스 뒤를 따라오던 먼지 뭉치가 어느새 앞질러 달려가고 거센 바람결에
매화도 산수유, 개나리도 달달 떨고 목련은 꽃망울에 거뭇하게 상처가 남아 있다
임경업장군 비각을 지나 신문고 앞을 지나
동헌과 객사에 들러서 해설사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동헌을 바라보니 청와대가 연상되는 광경이다
뒤의 금전산이 삼각산처럼 딱 버티고 서서 조화롭다
저 산의 정기를 받아 전국에서 로또 당첨 율이 가장 높은 지방이라며
금전산 이름 덕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주욱 둘러 보며 어마어마한 무쇠솥 옆에 말 두 마리가 사이 좋게 한가롭다
낙안읍성은 성곽 위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중간중간에 돌계단으로 오르 내릴 수 있는
좀 특이한 구조로 되어있다
중간 쯤의 성곽 옆에 국악인 김양남선생님의 거처가 있고
우리는 그 옆 원두막에 둘러 앉아 선생님의 공연을 들었다
오랜만에 국악공연을 보며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5시가 지나서 출발한 버스는 점점 어두워지는 고속도로를 질주하여
열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2010년 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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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농업대학 하계수련회
1반2일 농업대학 하계수련회
채홍조
7시30분 남편과 함께 안개가 자욱한 길을 나섰다
음성농업기술대학에서 1박 2일의 수련회를 떠나는 날
마음은 소풍가는 아이처럼 기대와 설레임이다
체육관 앞에서 버스는 출발하고 곧바로 서울로 달렸다
수없이 다녀본 이 도로 이제 익숙한 풍경들이 뽀얀 젖빛 속에 졸고 있는 듯하지만
지금도 모든 생물들은 열심히 삶을 위해 일을 하고 있으리라
노란 봉지 속에 파란 복숭아도 하얀 봉지 속에 수많은 포도송이들도
열심히 태양의 정기를 온몸으로 녹이며 몸무게를 늘리고 있으리라
파란 하늘이 내려와 알알이 박혀 청포도가 익어간다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르지만
올해 7월은 이틀이 멀다하고 장대비가 퍼부어져서
열매가 제대로 여물지 못하는 참으로 야속한 달이다
그래도 한 자루 가지고 나간 친환경으로 키운 대추토마토를
탑승한 문우님들께 몇 개씩 고루 나누어 드리며 11시경에 서울대 규장각에 도착했다
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곳이라 두 눈을 반짝이며 필기도구와 디카를 가지고
열심히 안내하시며 해설하시는 김창섭사서님의 명쾌하고 재미있는
전설같은 조선왕조신록의 역사를 들으며 적으며
역사적인 가치와 훌륭한 왕들의 업적을 한눈에 볼수 있어 산 역사 교육장이 되었다
나는 수원에서 살았을 때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그 아래 행궁을 즐겨 찾아보았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곧 이어 김진모교수님의 삶의 자세와 농촌의 변화와 젊은 피가
농촌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것과 생의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건강과 경제 취미활동 등 건실한 삶의 지표를 제시하는 열강을 경청하였다
많은 생각을 하며 무언가 머리에 가득 담은 것 같은 마음으로 총각네 야채가게로 향했다
자연의 모든 것이란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젊은 총각의 큰 목소리로 자신 있게 말하며 패기에 찬
그들의 야망을 보는 것 같아 나도 절로 힘이 났다
건강한 생각과 장사에 노하우를 들으며 상인의 십계명을 읽어보고 머리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새로운 계획이 떠오르기도 하여 교육은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열심히 필기를 하기도 하고 가게를 직접 방문하여 둘러보기도 했다
다시 남이섬으로 버스를 달려 늦은 저녁을 먹고
다음날 남이섬의 물안개 피는 강가를 산책하며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섬을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찍고 남이섬의 사십년 역사와 변화를 한 눈에 보고 배운다
불모지를 문화예술 자연생태 청정원의 관광공화국으로 탄생시켜
새로운 신화로 떠오른 강우현 대표님의 재미있고 역 발상적인
상상의 세계에 폭 빠져서 몇 시간을 몽롱하게 보냈다
이 우주가 점 하나로 시작되듯이 세상의 모든 일도
점 하나로 시작이다는 강대표님의 강의는
만화를 보듯이 시를 낭송하듯이 조용하면서도 힘 있게 내 가슴에 감동으로 담긴다
강의가 끝나고 후기를 쓰면서 정말 무언가 묵직하게 가득 머리에 채워 돌아는 알찬 수련회였다
2009년 7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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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 만들기 함양정모
토요일 8시경에 집을 나섰다
날씨는 좀 흐리고 안개가 잔뜩 낀 곳도 있었다
대전을 지나고 무주 쪽으로 내달리며 봄꽃이 만개하고
초록이 짙어가는 산하는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어디를 가나 눈에 익은 풍경들 한창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일하는 모습
촉촉한 대지는 한창 푸름으로 빛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의 명랑하고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인월 부치미님댁에는 11시경에 도착했다
벌써 여러님이 거실과 부엌에 가득하고 점심준비에 분주하다
산자락 아래 아담하게 자리 잡은 부치미님댁은 정말 아늑하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여러 가지 산나물이 뷔페씩으로 차려지고 까만 무쇠 솥에
장작불로 지은 밥을 나물과 비벼먹는 맛은 환상적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바로 묏골농원으로 각자 달려갔다
도착해서 바로 전국 각지에서 속속 도착하는 가족들을
명찰과 티셔츠를 나뉘 드리고고 방명록을 받으며
정신없이 안내를 하고 있는데 함양의 지인이 음료수 한 상자를 가지고 찾아주셨다
곧이어 정모 행사가 시작되고 인사와 축시가 이어졌다
그리고 각자 무리로 나누어 순대 만들기와 전통주 만들기 강의가 시작되고
두부도 만들고 넓은 마당에 저녁식사가 차려지고 맛있는 저녁식사가 끝나고
한편에서는 회원님들이 만들어 가져온 음식의 품평회가 열리고 시상식이 끝나고
노래자랑과 선물 추첨을 하며 여흥이 무르익어 가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
서둘러 큰 방으로 들어가 다시 시작했다
계속 노래가 이어지고 ~~~우와 우리 전음방의 멋쟁이 님들은 다 명가수들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은 깊어가고 즐거운 여흥이 끝나고
방을 찾아서 자려고 하는데 안내받은 방을 찾느라 어두운데 고생 좀 했다
늦게 들어와 보니 우리가 배정된 방에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어
남편은 혼자 차에서 자겠다고 해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는 화창하게 밝아왔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먼저 떠나는 회원님들께
기념품을 나누어 드리고 나머지 회원님들은
버스를 타고 투어를 떠나기로 하고
나는 집에서 기다리는 우리 동물 가족들 아침 식사 때문에
남편과 같이 먼저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자꾸 졸음이 몰려온다
여러 전음님들 일일이 호명해 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그리고 만나뵈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먼저 떠나와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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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문학 기행
채홍조
봄이 왔다고 꽃향기가 진동하지만
이곳의 3월은 아직도 아침밥 굶은 시어머니처럼 쌀쌀맞다
8시에 읍사무소 앞으로 모인 회원님들은 생각보다 적게 나오셨다
햇살이 퍼지고 출발한 버스는 물빛 고운 구안지를 지나고 괴산을 지나
눈에 익숙한 도로를 질주하여 안동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산에는 진달래가 활짝 웃고
능선에 걸려 있는 희미한 안개도 걷히고
농부들은 밭을 갈고 농사준비에 분주하다
모처럼 머리에 낀 곰팡이를 벗길까
온갖 상념들이 차창을 어지럽힌다
11시에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하회마을 입구까지 차가 들어갔지만
1.5킬로 지점까지만 차가 들어가고
하회마을까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마을 곳곳마다 개나리 매화 목련들이 활짝 피어 반겨주었다
이곳은 음성보다는 일주일 이상 봄이 먼저 와 있는 것 같다
한 바퀴 돌아서 나와
입구에 상설 탈놀이 공연장과 탈 박물관이 있었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공연시간이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부터라고 쓰여 있어
함께 간 아이들도 있었는데 정말 산 공부가 되었을 것을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다시 버스를 타고 나오다가 간고등어 정식으로 점심을 하고
소수서원에 들러 선비 촌과 서원을 둘러보았다
정말 경치 한 번 아름답다
옛 선비들은 이런 곳에서 풍류를 즐기며
학문을 쌓고 침목도 다졌을 것이다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와 매화향 목련 꽃들이 어우러진
지상의 낙원 같은 평화롭고 아늑한 공간이다
다시 한참을 달려 천연의 향기 물씬 풍기는 부석사에 도착했다
일주문을 지나며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
다시 천왕문을 지나며 가파른 돌계단을 몇십 개나 오르는데
숨이 턱에 차오르고 아프던 다리도 시큰거린다
큰 북과 큰 종각을 양옆으로 끼고 꼭대기에 올라
단청을 칠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나무색을 한
무량전이 풍상에 절은 석탑 하나 거느리고 근엄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탁 트인 앞을 바라보니 저 구름 사이
끝없이 이어진 능선들이 파도 치며 달려온다
와 이런 곳에서 세상사 시름일랑 저 구름 위에 띄우고 책이나 읽으며 산나물이나 뜯고 산다면
그 또한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옆에 무지하게 큰 돌이 위태롭게 좀 작은 돌 위에 얹혀 있다
그 사이로 실을 통과하니 걸림이 없어서 부석사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5시쯤 내려와 입구 식당에서 도토리묵과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간단히 가락국수로 저녁을 대신하며
8시 조금 넘어서 부메랑처럼 출발지점에 도착했다
봄향기 고운 추억 가슴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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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 기행
채홍조
아침 7시30분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8시까지 음성체육관 앞에 도착해야 한다고 성화를 하여
10분 전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랐는데 디카를 깜빡 잊고 가져오지 못했다
그래도 늦게 오는 회원 때문에 8시 15분까지 기다리다 출발하였다
이런 모임에 꼭 시간개념 없는 분이 있다
금왕에 도착하여 다른 버스 한 대와 합류하여
남편은 그쪽 버스에 서예반 님들과 어울리려고 같이 이동하였다
준비한 떡 한 봉지와 물 한 병씩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거른 사람을 위한 주최 측의 배려에 감사함을 전하며
고소한 떡 한 개 입에 넣고 안개가 걷힌 만추의 가을 전경에 눈이 황홀해진다
저 새빨간 단풍잎은 보나 마나 옻나무일 것이다
샛노란 단풍은 은행나무, 누른 잎은 활엽수,
언덕배기에 하얀 머리 풀어헤친 억새들의 군무,
구불구불 유연한 능선 따라 울긋불긋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절정을 이루는 단풍들
새삼 우리나라의 산수에 무한한 경탄을 보내며
이렇게 멋진 가을 여행에 초대해주신 음성군에 감사한다
처음 가는 길인데도 언젠 와 본 듯한 낯설지 않은 풍경
산자락에 머리 맞대고 모여 앉은 알록달록한 마을과 묘지들
벼를 벤 빈들에는 하얀 눈 뭉치처럼 굴러다니는 볕짚들
먼저 벤 그루터기에 파릇하게 새움이 돋아나기도 하고
김장감만 더러 빈들을 지키고 있다
점심은 백양사에 들러 먹는다고 하여
덤으로 백양사 관람도 하게 될 것 같아 은근히 기대를 하며
시간이 넉넉한지 휴게소를 세 곳이나 들러 11시 20분쯤 백양사로 향했다
그쪽으로 들어서니 꽃보다 더 붉은 단풍나무 가로수가
작은 냇가를 따라 양옆으로 사열하고 하천을 따라
감과 곶감을 파는 가게들로 성시를 이루고
관광버스와 사람들이 냇물처럼 천천히 흐른다
그야말로 차로 도로를 포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모두 백양사 단풍관광을 온 차들로
예약한 식당에 도착하는데 만 한 시간이 훌쩍 넘어
간단한 비빔밥 한 그릇을 도떼기시장 같은 식당에서 20분 만에 해치우고
백양사 구경은커녕 주위 한 번 둘러볼 겨를도 없이
수천 대의 차량과 사람 물결 속을 비집고 빠져나오느라 허덕거리며
정차한 버스를 찾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 와중에도 두 사람이 늦장을 부려 또 여러 사람이 한참을 기다리다
광주미술관에 도착할 시간을 훨씬 지나서 출발하였다
아니 이게 아닌데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요
그렇다면 밥 한 그릇 먹으로 1시간 반을 고속도로에서 내려
이곳으로 일부러 들어와 시간을 허비하다니
이 무슨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인가
다들 은근히 부아가 나는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광주에 도착하니 2시 반이 넘었다
네 시까지 차로 오라는 안내자의 당부를 들으며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미술에 문외한이 나는 친절한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바로크란 삐뚤어진 진주라는 뜻을 담은 말이지만
지금은 미술계의 한 장르를 대변하며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말로만 듣던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색다른 매력에 빠졌다
서둘러 미술관을 빠져나와 차에 오르니 4시다
그곳에서도 남들보다 한참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있다
시간이 없어서 일정에 나와 있는 박물관 관람은 할 수 없어 아쉬웠다
다시 음성으로 출발한 버스는 단풍놀이 관광차들과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한 휴게소 거리를 한 시간 이상 걸려 도착하였다
간단한 가락국수로 저녁을 해결하고 땅거미 내리는 차창을 바라보니
여기저기 돋아나는 한적한 농가의 따스한 불빛이 정겹고
노을이 걸려 있는 능선의 실루엣이 환상적이다
고단한 농사일을 끝낸 노부부들이 저녁상을 마주하고 있을 시간이다
도로에는 불야성처럼 흐르는 차들의 홍수 속에 빼곡히 차있는 군상들이
저마다 고운 추억 한 자락은 가슴에 담고 자신의 둥지로 돌아갈 것이다
음성에 도착하니 열 시가 넘었다
그래도 구경 한번 잘한 건가 가을이 차갑다
2008년 11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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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문학 기행
채홍조
8시15분 전에 읍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어서 한참 두리번거리다 보니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조금 있으니 함께 떠날 여러 선생님이 곳곳에서 도착했다
더러는 어린 학생을 대동하기도 하고 8시30분에 버스가 출발하고 나는 세 번째 창가에 앉았다
증평에서 두 분이 기다리다 합류하고 버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옅은 보랏빛 안갯속 유연한 산 능선에 불그레 물드는 나무들
계단 같은 논두렁 층층이 황금빛 물결이 골짜기를 타고 오른다
물빛은 하늘빛을 닮아 청록색 강물이 비단처럼 구불구불
하얀 모래밭과 절묘한 앙상블로 차창을 스치고
누런 바둑판 같은 들판은 잘 기운 큰 쪽보를 펼쳐놓은 듯한
추수한 논과 지금 막 수확을 하는 논이 강줄기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다
양지바른 언덕배기 곤히 잠든 이들의 보금자리 옆에
하얀 억새들의 빤작이는 은빛 머리,
도로 옆 방음벽을 도배하며 기어오르는 빨간 담쟁이덩굴도
꽃처럼 불게 물든 벚 나무 잎도 개나리꽃 같은 은행잎도
이제 모두 환갑을 넘긴 누른 푸새들
저마다 갈 길이 바쁜 조금은 서글픈 계절이다
지붕에 조는 늙은 호박, 도로변에 늘어놓은 벼도
빨간 감이 주렁주렁 익어가는 작은 마을마다
우산처럼 알록달록한 지붕, 평화롭고 아늑한 그림들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고 정겨운 풍경이다
하동 가까이 올수록 강줄기 따라 파란 녹차 밭이 펼쳐지고
쌍계사로 접어드는 도롯가의 벚 나무들은
어느새 헐벗은 가지에 몇 개의 빨간 잎을 매단 채
아름드리 까만 알몸을 드러내고
하늘 높이 치솟은 상수리나무와 소나무들로
서늘한 터널처럼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 쌍계사에 도착했다
사찰이 다 그렇듯이 일주문 지나 사천왕, 종각 지나
대웅전을 돌아 내려와 그곳의 특산물 참게 탕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강줄기를 끼고 달려 최 참판댁이 있는 평사리에 도착하니 세시 경이었다.
바둑판처럼 잘 경지 정리된 황금빛 들판 여기저기
사람숫자보다 더 많은 허수아비가 먼저 나와 우릴 맞아주었다
토지를 찍으면서 만들어둔 세트장을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는 평사리는
우리를 그 옛날 소설 속으로 안내하여 한참을 꿈속에서 헤매듯
월순이네 집을 지나 길상이네 집에서 막걸리 와 도토리묵으로 목을 축이고
최 참판댁을 들러 탁 트인 앞 들판을 바라보니 소설속의 서희가 안에서 걸어나온다
초당을 지나 대숲이 우거진 토지문학관으로 향했다
박경리 선생님이 26년을 걸쳐서 완성했다는 대하드라마가 한눈에 펼쳐진다
병마와 싸우며 작품을 집필하시는 동안 "토지에 묻혀 살았고 토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고하는 것은 능동성의 근원이며 창조의 원천이다"
팔년만의 외출이 라는 선생님의 좌우명을 총총히 읽으며
선생님의 혼신을 다하시는 집념에 머리 숙여진다
올 오월에 타계하신 선생님을 추모하는 많은 글이 시화로 펄럭이고
선생님의 위대한 숨결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5시쯤에서 돌아오는 길은 남원 쪽으로 돌아 올라왔다
노을이 지는 섬진강에 몇 척의 배가 한가로이 떠 재첩잡이를 하고 강물은 유유히 멎은듯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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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최명희 문학관 기행
시30분 집을 나섰다
혼자서는 읍내 나서기도 수월찮은 시골생활
늘 남편이 데려다 주어야 움직일 수 있는 이곳 생활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읍내 나가는 길도 제법 가깝게 느껴진다
시외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읍사무소 앞에 도착하니
벌써 몇 분의 낯익은 선생님의 모습이 보인다
제시간에 나를 내려주고 남편은 분재공부하러 대전으로 떠나고
나는 여러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조금 있으니 여행사의 버스가 도착하고
다른 곳에 사시는 선생님도 한두 분씩 모여드신다
8시30분에 남원 최명희 문학관으로 버스가 출발했다
학교가 쉬는 토요일이라 어린이를 동행하신 문우님들도 몇 분 눈에 띈다
학생들에게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차 안에서 사무국장님은 어느새 준비해 온 간식을 나누어주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좀 흐린듯하나 포근해 보인다
연둣빛 선명한 나뭇가지들이 금세 잎을 틔우고 터질 것 같은 개나리 꽃망울도
점점 남원 쪽으로 갈수록 가끔 하얀 매화꽃 노오란 산수유꽃이 활짝 피어 있다
숨 가쁘게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버스는
따뜻한 햇볕과 함께 덕유산 휴게소에 우리를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출발한 버스는 12시경에 혼불 문학관에 도착했다
노적봉과 능선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자락 양지 녘에
하얀 벽체 갈색 서까래와 까만 기와지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문학관은
우아한 학처럼 날개를 펴들고 우리를 반긴다
잘 가꾸어진 넓은 마당에 들어서니 중년의 단아한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며
혼불과 최명희 선생님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고
문학관 안의 모든 자료들을 설명해주신다
문학관을 찬찬히 둘러보며 최명희 선생님의 투철한 작가정신과
작품을 쓰시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
혼불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내 짧은 지식이 부끄럽기만 하다
최명희 선생님을 닮은 것처럼 소박한 찻잔에 쑥 차를 한 잔씩 대접받으며
시화로 혹은 기왓장에 새겨진 최명희 선생님의
문학 정신은 향긋한 쑥 향기에 어우러져 진한 감동으로 숙연해진다
식사를 하러 가는 도중에 혼불에 나오는 서도 역을 들러 철길을 걸으며
소녀 시절 학교에 다니든 추억이 떠오른다
철길 침목 밑으로 푸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처음에는 무서워서 덜덜 떨며 건너다녔지만
나중에는 어두운 밤에도 성큼성큼 걸어다닐 정도로 익숙했던 그 철길을
이곳에서 다시 걸어보며 잠깐 추억에 빠지기도 했다
늦은 점심을 끝내고 춘향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광한루로 향했다
마침 오늘부터 춘향 촌에서 남원 어사또행렬을 재현하는 행사를 하고 있어
여러 관광객과 화려한 행차를 구경하고 광한루에 들어갔다
오작교를 건너며 큰 물고기들의 우아한 군무를 감상하며
대나무 숲이 우거진 정자에서 그 옛날 다정했던 춘향과 이도령을 만난다
4시가 넘어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직 좀 서먹했지만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선생님들과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참으로 고운 추억들을 가슴 가득 담아 오는 즐겁고 멋진 여행이었다
2008년 3월22일
첫댓글 다녀오신 발자취가 훨신 풍기내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