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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8월 3일, 금)이 밝았다.
오늘 저녁 금요기도회 시간에는 <주나래교회>에서 연주가 있는 날이다. 연주라는 생각 때문에 조금 긴장한 탓일까?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핸드폰을 켜니, 서울은 110년 만의 폭염더위로 난리인데다가 오래된 몇몇 아파트에서는 거의 모든 세대가 에어컨을 가동하는 바람에 과부하가 걸려 정전이 되었고, 그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이 엄청 고생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우리는 무더위와 상관없이 이렇게 시원하게 잠을 잘 잤는데... 하여간 이번 여름 피서는 제대로 하는 것 같다.
어제 밤에 숙소로 돌아가면서 아침 6시에 대공원을 산책할 사람은 주차장으로 나오라는 허창호 장로님의 말에 몇몇 여자 대원들이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대공원 한 번 둘러봐야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일어 동이 채 트기도 전인 어스름한 새벽에 소위 ‘은혜파’ 대원(변혜옥 권사님과 나명희, 강현숙 집사님)들은 6시까지 기다리기가 아까워서인지 새벽이슬을 맞으며 숙소를 벗어나 산책길에 올랐고, 그런 사실을 몰랐던 허 장로님은 주차장에서 두리번거리며 대원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나? 나 역시 6시에 주차장으로 나갈까 생각하다가, 둘째 날 아침에 보았던 지렁이 사체가 생각나 대공원 산책을 포기했다.
산책 나갔던 대원들이 숙소로 돌아온 후, <주나래교회>로 가기 위해 우리는 하나둘씩 주차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버스 기사께서 우리를 시원하게 해 주기 위해 7시 반부터 ‘부릉부릉’ 엔진을 걸고는 차내의 열기를 식히는 중이었다. ‘디젤 엔진의 공회전 소리가 제법 커서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엔진 공회전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여기저기서 들어와 부득불 엔진을 껐다. 우리를 향한 그 마음은 대단히 귀하지만, 버스 엔진 소리가 워낙 커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뜻하지 않은 불편을 주었다.
(아침에 <주나래교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근데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그건 그렇고...
어제부터 이성훈 장로님이 보이지 않아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 물었더니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할 계획이 아니었기에 미처 여벌의 옷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포항까지 내려왔고, 급기야 울산까지 동행했는데 우리와 함께 끝까지 일정을 소화하는 게 너무 좋지만, 아무래도 수지에 있는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에 갔다가 새벽에 승용차를 몰고 다시 울산으로 내려오셨단다.
오늘은 두 번째 연주가 있는 날이다. 원래는 울산대학교 예술관에 모여 간편식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연습을 한 다음 서승일 장로님의 특강을 듣기로 되어 있었는데 <주나래교회>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해준다고 하여 교회로 방향을 틀었다. 교회에 도착하니 상상을 초월한 거나한 식사가 나왔다. 무슨 명절 잔칫상처럼 만둣국과 오이무침, 김치, 김치부침개와 구운 달걀, 그리고 과일과 떡까지... 정삼순 집사님께서 언제 이렇게 준비했는지 모두들 깜짝 놀랐다. 짐작컨대, 전날 아침에 우리가 빵으로 간단히 식사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정 집사님의 마음이 몹시 불편하셨던 모양이다. 그래 사비를 털어 부랴부랴 장을 보고 떡집에 떡까지 주문하여 이렇게 우리를 대접하신 거였다. 우리는 뜻하지 않은 정성 가득한 식사를 대접받았다. 그리고 포항 <큰숲교회>에서 연주할 때 함께 했던 박보람, 심유진 양을 대신해 이번에는 울산대의 강희락 양이 우리와 함께 찬양하기로 했다. (아! 임채진 대원의 여친인 이지수 양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와 함께 연주하여 참으로 감사하다. 서울에 올라오게 되면 어느 교회에 출석할 거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성도교회’란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희락 양은 원래 전공이 디자인인데 성악에도 관심이 많아 부전공으로 염 집사님에게 성악을 배웠단다.
우리가 모여 아침식사를 하는 사이 서울역에서는 8시에 박명기 권사님과 박진옥, 박새봄(3朴?)집사님이 울산행 KTX를 타고 출발하셨다.
하여간, 거나한 식사를 마친 우리는 잠시 연습을 한 후, 우리 때문에 만사를 제껴두고 울산으로 오신 서승일 장로님의 특강을 들었다. 어릴 적 신앙생활과 공학도로서의 삶의 여정을 들으며 많은 감명을 받았다. 특강에는 숨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는데 김재형 목사님의 셋째 딸인 소현 양(고1)이 우리 때문에 일부러 교회에 와서 서 장로님의 특강에 PPT로 수고를 해주었다.
서 장로님은 천안함을 설계한 일부터 시작하여 지하철 8호선과 코레일의 자기부상열차까지 설계하는 우리나라 최고급 인재시다. 특히 특강 중에 폭발이 아니고서는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으며 지금도 여전히 잘못된 언론과 그 언론에 편승한 정치인들 그리고 그런 정치인을 따르는 국민들의 편견에 가슴이 답답했다. 사실을 말해도 듣지 않고, 눈에 보여줘도 믿지 않는 이 나라가 얼마나 거짓의 영에 사로잡혔는지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다른 일정이 잡혀져 있어서 아쉬웠다.
오후 일정은 돌고래 탐사선을 타고 돌고래를 구경하는 것이었는데 돌고래 구경을 원하지 않는 대원들은 교회에 남기로 했다. 나는 배타고 나가기보다는 교회에 남는 쪽을 택했다. 그 이유로는 내가 ‘돌고래’인데 뭐 굳이 돌고래를 봐야 하느냐는 생각 때문에... ^^
특강이 좀 지체되어 시간이 없는 관계로 ‘돌고래 팀’은 서둘러 떠나고 나머지 8명의 ‘올갱이 팀’은 교회에서 수박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가 염 집사님 차를 이용해 <송현 원조 고동국>으로 갔다.
이미 4탄에서도 썼지만, 경남에서는 다슬기를 ‘고둥’이라고 하는데 이 식당은 ‘고둥’이 아닌, ‘고동’으로 식당 간판을 만들었다. 나는 이런 틀린 간판을 보면 괜히 속이 근질거린다. 이상하거나 틀린 글자는 안 보려고 해도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도 하나님이 주신 은사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고둥국은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정말 새로운 맛이었다. 밥을 국에 말을 필요도 없이 약간 걸쭉한 고둥국만 술술 떠먹어도 저절로 건강해지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침에 만둣국만 아니었다면 고둥국 두 그릇 정도는 수월하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웠다. 그리고 고둥 무침도 별미였는데 난 너무 배가 불러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고둥 무침에 밥을 비벼 먹는 것 역시 일품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칠 즈음, ‘돌고래 팀’이 돌아올 때까지 제법 시간의 여유가 있는데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한 여론 조사(?)가 있었다. 누구는 찜질방, 누구는 볼링장 얘기를 했는데 이렇게 더운 날에는 팥빙수가 최고라는 데 의견이 모아져 카카오 택시를 이용해 울산대공원 앞에 위치한 <A Twosome Place>에 모이기로 했다. 그런데 울산이 크면 얼마나 클까 했는데 택시로도 한참을 달려갔다. 택시기사의 말로는 울산이 서울의 1.5배 크지만, 인구는 500만 명이란다. 그러니 울산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동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 거였다.
한참을 달려 약속장소에 도착한 우리는 주문한 팥빙수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갑자기 돌고래 팀의 상황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혹시 돌고래를 봤지만, 하도 먼 바다로 나갔기 때문에 카톡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러며 궁금해 하던 차에 돌고래 탐사선 안에서 과자를 먹으며 즐겁게 노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아, 아직도 가는 중이구나...’ 이런 생각으로 잠시 생각을 멈췄다가 시계를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왜냐하면 ‘돌고래 팀’이 출발한 시간과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지금쯤은 고래 때문에 탄성을 지르고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와야 하지만, 감감 무소식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못 본 건 아닐까?’, 이런 생각에 고래밥 사진을 보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돌고래 팀’에서 드디어 고래 사진을 올리는 거였다!
“와! 고래다, 고래!” “정말요?” “예. 지금 카톡에 고래 사진이 올라왔어요. 우와~! 고래를 볼 확률이 7~8%라는데 드디어 고래를 봤구나!”
팥빙수를 먹던 우리는 수저를 놓고 모두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확인하며 감탄을 했다. 근데 아무래도 좀 수상하다. ‘고래가 저렇게 배 가까이서 솟구쳐 올라오나?’ 아무리 생각해도 미심쩍었다. 하지만, 우리는 믿기로 했다. 왜? 나명희 집사님이 올린 사진이었기에... 평소에 나 집사님은 대원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농담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고래 사진이 올라올 법 한데, 생뚱맞은 고래떼 인터넷 뉴스가 올라왔다! ‘어라? 이건 또 뭐지?’ 드디어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내 짐작에 돌고래 팀은 고래를 못 본 게 분명했다. 실제로 고래 떼가 나타났다면, 단체 카톡에 고래 사진이 우다다닥! 하여 줄 지어 올라와야 하는데, 단체 카톡에 올라온 사진은 여전히 배에서 게임하는 박새봄 집사님의 사진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돌고래 팀이 마주한 실상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더 있었는데 그건 김종민, 허남숙 권사님이 올린 동영상이었다. 이건 누가 봐도 TV화면을 핸드폰으로 찍은 거였다. 여기서 우리는 확실한 증거를 잡았다. ㅋㅋㅋ
하여간, ‘올갱이 팀’은 팥빙수를 먹은 후 땡볕이지만, 걸어서 숙소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했고, ‘돌고래 팀’도 버스로 숙소에 도착해 잠시 쉰 다음, 다시 5시 반에 숙소를 출발해 <주나래교회>로 향했다. 그곳에서 리허설과 함께 좌석 배치를 하고, 의자가 모자란 것을 감안해 간이의자를 앞에 배치하여 우리가 앉기로 했다. 그리고 좁은 공간이지만, 입장과 퇴장 연습을 한 다음,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남도돼지국밥>에 갔다.
식당은 상당히 규모가 큰 것으로 보아 울산에서 제법 많이 알려진 식당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돼지국밥은 TV를 통해 보기만 했을 뿐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거였다. 언젠가 밀면과 돼지국밥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드디어 그중 하나를 먹게 되었다. 돼지국밥은 순대국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해서 설렁탕도 아닌 그 중간의 아주 묘한 음식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을 보니, 누구는 순대, 누구는 내장, 누구는 내장과 순대를 섞은 국밥을 먹는데 육수는 똑같고 들어가는 내용만 다른 것 같았다. 하여간, 든든한 식사로 배를 채운 우리는 다시 교회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찬양팀의 인도로 찬양을 한 다음 금요기도회가 시작되었는데 김재형 목사님은 기도회 전에 박진옥 권사님에게 의류선물(4박스)을 해주신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박 권사님은 제주도 수련회 때에도 동홍교회에 엄청난 의류를 선물하셨는데 이번에도 변함없이 귀한 선물을 하셨다. 특히 이번 의류선물은 키르기스스탄 단기선교팀이 들고 갈 물건 가운데 아주 유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사사기> 특강 시간에 이어 오늘 금요기도회 때도 김재형 목사님의 특별 부탁으로 김옥자 권사님이 찬양을 하셨다. 김 권사님의 찬양을 향한 열정이 참 대단하시다. 우리는 물론이지만, <주나래교회> 교인들도 김 권사님의 찬양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설교 후에는 월요일에 키르기스스탄으로 출발할 단기선교팀의 발표가 있었는데, 작은 교회에서 이런 큰 일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의 순회 연주 역시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임채진 대원이 부른 앞부분에 솔로로 부른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은 부드러우면서도 호소력이 있었다. <주나래교회>에서의 찬양은 <큰숲교회>에서의 찬양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금요일 연주도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님께 큰 영광을 올려드린다. 특히 이번 울산 연주회에서는 박지영 집사님의 부모님과 임채진 대원의 부모님도 참석을 하셨다. 이번 기회에 믿음생활을 시작했으면 참 좋겠다.
기도회와 단기선교팀의 발표, 그리고 우리의 연주가 모두 끝나니 밤 11시가 되었다. 전혀 알지도 못한 교인들이지만, 끝나고 나니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한 가족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확인한 사랑이었다. 남명관 집사님은 “이번 순회연주는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하면서 지난 모스크바 월드컵 때, 일본팀이 락커룸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돌아가 전 세계에 감동을 준 것처럼 3일간 머물렀던 숙소를 깨끗하게 청소하기를 부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