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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1325년 6월 내 고향 탕헤르를 떠났다. 나는 동료 여행자나 대상과 동행하지 않고 혼자서 길을 나섰다. ...... 나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에 남겨두고 마치 새가 둥지를 떠나듯 그렇게 고향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직 살아계신 부모와 헤어지는 일은 너무나 어려웠지만 그래도 나는 참아내야 했다. 우리 모두는 이별의 슬픔으로 참으로 힘들어 했다. 그때 내 나이는 스물둘 이었다. " 이븐 바투타 ≪여행기≫ 중에서 이번 항해 중에 읽은 책이다. 서해를 두번이나 건너는 (여객선까지 합치면 3번!) 여정을 고려했을때 4권 정도의 책은 너끈히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 한권만 간신히 읽었다. 4시간씩 맞교대로 항해가 이루어져 낮이건 밤이건 오프 시간에는 잠을 자기에 바빴다. 이븐 바투타는 14세기 이슬람의 여행자로 30여년 간 북부 아프리카에서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를 거쳐 중국까지 여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책 ≪여행기≫는 세계 4대 여행기(오도리크 ≪동유기≫, 혜초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의 하나다. 그의 여행길 상당부분이 바닷길이어서 해상교류(무역,교역,교류)의 상징적인 존재로 추앙받고 있지만 정작 그의 ≪여행기≫에는 항해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바다이야기에 목마른 항해자들에겐 안타까운 소식) ≪여행기≫의 영역자 H.A.R 깁의 유명한 표현 -"자신도 모르게 지리학자였던 사람"-처럼, 현재의 위상 -중세 해상교류의 아이콘-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아닐까? 아무튼, 나의 16일짜리 여행을 이븐 바투타의 '대여행'에 빗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의도하지 않게 어떤 성과를 거두었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부인하진 않겠다. (부인은커녕, 꼭 알리고 싶다 ㅋㅋ ^^;) 우리 팀이 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1등이 되었던 팀"이라고 해야할까? 이 이야기는 차차 해야 할 것 같다. 갈 길이 멀다. 어떤 대회인가? "라이저우(萊州)배" 2012 한중오션레이스 중국 칭따오시, 라이저우시와 한국 화성시가 만든 대회... 제 1회. 진행방식은? 중국 칭따오(靑島)에서 대회조직위원회(칭따오국제요트센터운영관리유한회사)가 제공하는 요트(베네토 First 40)를 타고 산동반도 북쪽 라이저우(萊州)로 이동, 인쇼어 레이스 실시 후 전곡항으로 이동, 그리고 다시 칭따오로 귀환하는 중에 2회 가량의 오프쇼어 레이스(코스 약 30마일 이상)를 실시하여 종합 성적을 산출한다. 일정은? 2012.5.21 ~ 5.24 칭따오 -> 라이저우 이동 330 마일. (실제 일정은 5.22 ~ 5.25) 2012.5.25 ~ 5.28 라이저우 -> 전곡항 이동 320마일. (실제 일정은 5.25 ~ 5.28) 2012.5.31 ~ 6.3 전곡항 -> 칭따오 이동 320마일. (실제 일정은 5.30 ~ 6.1) 참가팀은? 총 6 개 팀(중국 4개 팀, 한국 2개 팀) 우리팀은? 한국수상레져 클럽에서 조고문님, 임실장님. 한국해양대생 이군, 서군. 손선생님 그리고 나. + 중국측 요트 관리자 2명. 근대 이전에 배를 타고 황해를 건너는 것은 분명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 해난사고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지만, 작은 요트를 타고 황해를 건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우리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만들어진 상태라 각자 어느정도의 seamanship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우선, 나부터 '후루꾸'가 아닌가? ^^;) 하지만, 이전의 경험들을 떠올릴 때 배에 큰 문제만 없다면(물이 새거나 엔진이 멈춰버리는!!) 원래 험한 조건에서 배보다 사람이 먼저 나가 떨어지는 법이니, 조직위원회에서 좋은 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사용한 경기정)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 큰 위안이 되었다.
12시간 정도의 순조로운(!) 항해 끝에 2012.5.20(일) 오전 여객선은 칭따오에 무사히 도착했다. 배가 워낙 커 출렁거림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대회기간 내내 바다는 잔잔할 것이란다. 다행이다. 문득, 어느 종교든 급하게 귀의하고 싶어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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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 프롤로그군요... 역쉬 엄작가님.
.. 아무래도 이번엔 출판사에서 연락올꺼 같은데..^ ^. 게다가 포토샵까지.. 아무리봐도 어딜 손댔는지 모르겠는데....음... 다시보니..ㅋㅋ
본편.. 기대 만땅 !!!!!!!!!!!!!!!!!!!!!
토요일 본보이에서 뵙지요..
미리내,본보이 식구들 큰 행사를 치르고 나서 스트레스+허탈감으로 후유증을 겪고 계신듯 합니다.
예년처럼 어디 대외적인 대회를 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
흥미진진....
다음편 기대됨..
주말에 보게..(기막힌 아이디어가 생각 났어)
기막힌 아이디어라... 주말이 기대됩니다. ^^
흥미 진진.. 작가로 나서야겠네요.
강선장님, 스트레스 다 푸셨나요?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는 세일링만한게 없지요 ㅋㅋ
파격적인 포토샵이군요!! ㅎㅎ
과감하게 붙여 버렸습니다!! ㅋㅋ
정말 책 읽는거 싫어하는데 엄선장님이 쓰신글은 다음회가 궁금해집니다. ^^;;
배는 잘 가지고 오셨는지 궁금하네요. 전곡항에 있는건가요?
네 잘 이라고 말씀 드리긴 힘들구요. 인명사고 없이 격포항에 도착하기는 했습니다. ^^;;
당분간 격포에 둘까 합니다. 아직 초보라서 가능하면 푼툰에 묶어 두고 초보 딱지 떼고 올라갈까 합니다.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격포가 서해안 세일러들의 총애를 받는 것 같습니다. 곧 격포에 갈 것 같은데, 얼굴을 못 보더라도 배는 볼 수 있겠네요 ㅋㅋ
언제쯤 격포에 올라오실 계획이신지요?
저는 이번주 토요일(15일) 혹은 22일 내려갈 예정입니다. 기회되면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