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장애인 보조·재활기기 만드는 김용태 ‘강한손’ 대표
“장애인 삶 나아지도록 돕는 기술 개발하고 싶어요”
대전에 위치한 벤처기업 ‘강한손’의 직원은 총 6명. 장애인 보조·재활기기를 연구하는 직원들 사이로 김용태 대표가 보였다. 그는 점자정보단말기 제조사에 근무하던 시절 한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손목·손가락 관절 통증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봤다. 그 길로 엄지손가락 보조기기 개발에 나섰고, 2017년 3월 관련 기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현재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재활·의료기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업 이름처럼, 앞으로도 장애인의 손을 맞잡고 이끌면서 함께 발전하고 나아가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Q. 장애인 보조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병원 행정직원으로 일하다 점자정보단말기 제조사로 이직했습니다. 그때 처음 장애인 보조기기를 접한 뒤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놀랐어요. 병원에 근무하면서 보조·재활 분야는 잘 알지 못했던 것도 부끄러웠죠. 그때부터 시각장애인의 정보문화 생활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비장애인인 제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는 접근조차 버거운 장벽이라는 걸 알았죠. 시각장애인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습니다. 보조기기 기술은 ‘장애인’을 위한 기술이 아닌 ‘사람’을 위한 기술입니다.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삶을 좀 더 편안하게 바꾸는 기술인 거죠. 예컨대 촉각도서를 시각장애인만 보는 건 아니잖아요. 책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촉각도서를 활용합니다. 이처럼 모든 보조기기는 응용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Q. 한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삶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요.
A. 우연히 한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손목·손가락 관절 통증으로 고통을 겪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로 인해 생계마저도 위협받는 상황이었죠. 주변을 보니 비슷한 상황에 놓인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꽤 있었는데, 그들에게 도움이 될 보조기기가 마땅치 않더라고요. 그날부터 기기 구상에 들어갔고, 결국 창업까지 하게 됐어요. 2017년 개발한 ‘엄지서포터’는 안마사들이 피로를 가장 많이 느끼는 엄지손가락과 손목을 고정하는 보호대예요. 회사 이름이나 ‘손잡고 함께 더 멀리’라는 기업 가치도 거기서 나왔죠. 시각장애인을 응원하며 그들의 손을 든든하게 맞잡아주는 이미지를 떠올렸거든요. 다행히도 이듬해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에서 엄지서포터가 호평을 받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보조공학기기 제품으로 등록돼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 공급됐어요. 현재는 다양한 방면에서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 서포터’는 허리 근육을 고정해 허리뼈 및 골반 불안정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도록 돕는 제품이고, ‘휠체어 글러브’는 장시간 휠체어에서 일하는 장애인의 손목 관절을 보호하고 상처를 예방해 주는 보호대예요. 조만간 타이머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결합한 보조기기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Q. 창업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A. 처음 창업 얘기를 꺼냈을 때 대부분 격하게 말리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직전 회사 대표님께서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 주셔서 지금은 커다란 시행착오 없이 회사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보조·재활기기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우리 직원들도 큰 힘이 돼요.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제 인생의 ‘행운 중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사용자로부터 “이거 참 잘 만들었네요”, “정말 필요했던 거예요”라는 말을 들을 때죠. 제품을 통해 장애인의 삶이 개선되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칭찬과 응원 속에서 개발의 난항들을 견뎌내는 거죠. 보조·재활기기 시장은 고객층과 수요가 확실한 블루오션입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런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연구를 시작했고, 5,000만 달러 이상의 규모를 자랑할 만큼 시장이 커졌어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지원과 관련 정책이 다소 미흡한 데다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어요. 사용자의 요구는 점점 다양해지는데, 그에 대응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느리게나마 발전하고 있으니, 계속 노력하다 보면 길이 열릴 거라 믿어요.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A. 우선 장애인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에요.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위한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기업의 원동력은 다른 무엇이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언젠가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모든 디지털 기술이 집약된 세계지도를 제작할 겁니다. 점자 지구본이 달린 테이블 형태의 지도인데, 지구본에서 어떤 정보를 찾으면 테이블 지도에 지리적 특성이나 해당 국가의 주요 문화유산 등이 촉각으로 표현되면 좋겠어요. 음성 출력은 기본이고요.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 박물관 큐레이터가 탄생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죠. 아직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장애인들의 생활이 한층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반드시 현실로 구현할 겁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 손끝으로 익는 국정 2월 148호 사람의 향기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