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강변을 따라 산책을 했다. 여기서부터 충주호가 시작된다. 단양읍은 충주호가 만들어지면서 옛 단양읍은 수몰이 되었고, 호반에 조성된 계획도시이다. 호수의 찬 기운이 산뜻한 아침이다. 하늘이 맑고, 구름이 산 너머로 흘러간다.

앞에 보이는 다리 건너에 단양잔도가 있다.
첫 기행지는 김삿갓묘이다. 다시 영월로 차를 되돌려 김삿갓면 마석리 김삿갓묘에 도착했다. 김삿갓의 태생지는 양주시와 영월군이 서로 연고를 주장하여 설이 분분하다. 김삿갓 김병연의 집안이 폐족이 되었으니, 신분을 속이고 살기에는 영월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무덤의 상석이 인상적이다.


김삿갓 무덤을 나서 지난번 기행을 마쳤던 각동리 황토펜션에 아홉시 반에 차를 내려 걷기 시작하다. 미세먼지 없고 하늘이 맑았다. 차량이동이 드문 시골길이다.
열시에 도계를 넘었다.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를 지나간다. 길가에 보리밥열매가 탐스럽게 열렸다. 보리밥열매를 한 움큼씩 따와 정자에서 파티를 했다. 이번 기행에 앵두도, 살구도, 자두도 심심찮게 간식거리가 되었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귀한 열매였다. 지금은 시골에 어린아이의 울움 소리가 들리지 않고 빈집이 늘어나니 여행자들에게 몫이 돌아온 것이리라.
다시 길을 나섰다. 가로수 그늘은 없고 땡볕은 쏟아져 내렸다. 온몸에 땀이 흥근히 젖었다. 물병에 물을 마시고 갈증을 달래던 참이었다. 일행이 북벽가든으로 몰려 들어갔다.


북벽은 강 건너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다. 북벽을 바라보는 강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다. 경치가 빼어났고, 강바람이 기막히게 시원했다. 모두 배낭을 풀고, 신발을 벗고 강변으로 나 있는 난간에 기대어 쉬었다. 육십 명이 넘는 대부대가 앉아도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염치도 없는 나그네들이지 그 좋은 공간을 내 것같이 쓰면서 음료수 한 병 갈아주지 않았으니. 모두들 일어날 마음이 없었다. 여기서 점심까지 먹고 놀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앞으로 한 시간은 더 가야 오전의 일정이 끝난다. 한 낮의 땡볕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에 올라서니 바람이 시원해 걸을 만 했다. 영춘 면소재를 지나서 영춘교를 건넜다. 밤수동에서 오전 일정을 끝냈다.
오후에 구인사에 들렸다. 천태종 본산. 천태종은 대각국사 의천에 의하여 창종되었다. 하나 지금의 천태종이 의천의 법맥을 이어온 것은 아니다. 해방 후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대처승들이 이름을 따온 한 종파이다.



좁은 계곡사이로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늘어서 있다. 나중에 대조사전 올라가는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9층까지 올라갔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다녀왔다는 것 이외에는 큰 느낌이 없었다. 사진으로 보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오전에 일정을 마쳤던 곳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차량 왕래가 잦아졌다. 갓길에 바짝 붙어서 갔다. 네 시쯤 군간교를 넘었다. 이 근방에 고구려와 신락의 접경지역이었다. 강건너에 온달산성이 있었고, 軍看나루는 강을 두고 신라군과 고구려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군간교 건너 나무그늘에서 쉬었다. 다시 한발자국 한발자국을 내딛어 갔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 햇볕이 작열하고 있었다. 하루 중 가장 걷기 힘든 시간이었다. 이십분 걷고 십분 쉬어서 향산 5길에 도착했다. 정자가 있고, 운동시설이 있는 곳이다. 향산리 석탑에서 일행을 기다렸다. 일행 중 몇 명은 온달산성을 다녀왔다. 일정의 마지막 길을 나섰다. 강 건너 별장촌이 아름답다. 가곡문화마을 이다.


가대교를 건너서 가보고 싶은 마을이었다. 우리나라도 소득 수준이 높아져서 강따라 경치 좋은 곳에는 멋진 별장이 늘어서 있다. 유럽 여행 때 보았던 별장지의 느낌이었다.
가곡면 사평삼리 여울목에서 일정을 마쳤다. 소백산 대자연의 기운이 가득한 고운골 가곡산책로였다.
6월 23일


여울목에서 기행을 시작했다. 가곡면 면사무소를 지나갔다. 아름다운 강변 산책로 였다. 가곡교차로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차량왕래가 거의 없는 길을 택해서 내려갔다. 덕천교를 넘어 덕천리를 지나갔다. 이번 기행에 같은 느낌을 주는 강변마을이 세군데 있었다. 영월 김삿갓면의 각동리, 단양 영춘면 밤수동, 단양 가곡면 덕천리. 강물이 휘돌아가는 안쪽에 있는 마을이다. 상류에서 내려온 퇴적토에 마을이 형성되어 농토는 비옥하고, 강물을 아래로 내려보아 홍수의 염려는 없고, 마을 정면에 암벽과 여울져 흐르는 강물이 흘러 경치 좋고 물고기가 많아 천렵하기 좋은 마을이었다. 주거지로도 최고였고, 별장지로도 최고로 꼽아주고 싶은 마을들이었다.
하 덕천에서 차를 타고 도담삼봉으로 이동을 했다.



석문과 도담삼봉을 보고 다시 걸었다. 단양읍 소금정 공원에 도착해서 땀을 닦았다. 예나 지금이나 나그네들이 쉬어갔던 고갯마루였다. 옛날에는 상진고개라 했다한다. 단양 문인들의 시비가 둘러 세워져 있다. 여기까지 오전 일정을 마쳤다.


오후에 일정을 시작했다. 가로수 그늘이 시원했다. 강심엔 모타 보트가 물결을 가로지르며 가고 있다. 호반도시의 여름 풍경이다. 오후 한시 사십일분 우리가 묵었던 베니스모텔을 지났다. 단양잔도에 들어섰다.

남한강의 벼랑 1.2키로에 철빔을 박고 목책을 깔아 잔도를 만들었다. 많은 시민들이 걷는 관광잔도였다. 노인, 어린아이, 유모차에 탄 갓난아이까지 강바람을 들이마시며 걷고 있다. 기행은 여기서 마무리 지었고,


월악산 자락에 있는 사인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둘러보고 귀가 길에 올랐다.




이번 기행에 만났던 꽃들 페추니아. 능소화, 천인국, 백합
첫댓글 바우의 초여름 더운날 이틀 자초한 수고로움 덕분에 시선 김삿갓 묘소 구경도하고, 특이한 지형에 지어진
구인사, 담양 잔도 구경도 잘하고 있습니다. 바우 화이팅!
남한강의 하이라이트는 거의 지난 것 같아, 정선 영월 단양, 뒤돌아 생각해보면 눈에 삼삼하네. 날씨가 더워져니 기행은 더욱 힘들어지고 언제 65차 산행에 같이 하려 하는 데 늘 날짜가 겹치네. 건강하소
덕분에 눈이 호강했네. 특히 이무기가 승천을 위해 이륙하기 전 모습의 유람선 발자취가 인상적이네.
사진 찍는 타이밍이 기가막혔어. 김삿갓 묘의 봉분이 너무 허름하네? 후손들이 신경을 덜 쓰나보네.
좋은글 좋은 사진 잘 봤네. 바우가 속해 있는 한반도 걷기 운동(?) 그 모임이 아주 훌륭해 보이는군.
김병연의 한 평생이 방랑으로 일생을 마쳤지. 아들이 그를 찾아 나서 세번이나 만났지만 그때마다 아들을 따돌리고 줄행랑을 쳤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지. 남도 땅 화순에서 죽어 묻혔던 그의 유골을 그의 아들이 영월까지 가져와 모셨던 것이지. 그의 기념관도 있는데 무덤이 소박한 것은 무우무애한 뜻을 살려서 무덤도 소담하고 상석도 자연석으로 만들었지 않는가 생각되는 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