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잠결에 들리는 천둥소리 거센 빗소리에 오늘 어쩌면 못 가겠네
은근히 걱정하며 뒤척였는지 꿈속에서 친구들 모두 출연해 어디를 간다고
보따리 보따리 들고 시시닥 거리는데 나만 짐보따리 찾느라 한참을 애태우다
잠이 깼더니 글쎄, 비가 그쳤드라구,
쨍쨍 빛나는 청명한 날씨는 아니지만 꿀무리한 하늘이어도
금방 비가 떨어질 것 같진 않고, 또 춘희 말에 의하면
우천 시에도 불문, 둘만 모이면 출발이다. 했으니
부랴부랴 김밥싸고 아침 준비해서 어른은 멕였는데(?) 아들은 오늘따라
늦잠 좀 자자며 나중 지가 알아서 먹겠단다. 짜~식 손 발이 안맞어.
자기 속맘 들키는 줄도 모르고 아들 밥 핑계대며
재, 아침 안먹어서 어떻게? 깨워서 먹이고 가라는 영감쟁이 말에
랩 덮은 김밥 접시 식탁위에 얹어놓고 눈만 찡끗 윙크하며 나가려는데
"언제 오냐, 재현이 저녁은...?" 한다.
"가봐야 알지, 난 일찍 오려고 하느데..." 새빨간 거짓말
느느니 거짓말이요 능청뿐이다.
약속장소 나가니 뒷꼬리 잡힐까 얼마나 빨리 왔는지 약속시간 10분전이다.
2~3분 있으니까 알피니스트 복장은 혼자 다 해가지고 컴직한 베낭메고
버스에서 내리면서 그저 좋다고 손 흔들며 오는이 있어 처다보니 춘희다.
역시! 선동하더니 어쭈로 ! 복장갖쳤는데...
약속시간 까지 모두 모였다. 조명희만 빼고..
긴팔위에 반팔 티셔츠 받쳐입고 청모자에 시찌부 바지까지
하얀발목 내놓고 신세대 흉내 완벽한 최명희.
여의도에서 바삐 오느라 베낭끈 떨어진 줄도 모르고 뛰어온 숙희
햇볕 받으면 보라색으로 변한다는 썬캡을 쓰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조희자
그리고 꽃무늬 바지 입고온 향숙이, 합이 다섯이요<<<<<<
평소에도 양반띠라서 그런지 좀 느린듯이 보이더니 이번에도 역시,
조명희는 꾸무대다 지각할거 같으니까 나중 2차가면 오겠데네.
어제 모자없다 걱정했더니 나 줄라고 가져왔다며 명희가
뻐스정류장에서 부시러부시럭 꺼내주는 빨간 모자가
나한테 맞을리 있나? 쓰보니 무지 웃긴다.그래도 옥규가 말한 신문지 보다는 나았지만..
얼떨결에 희자 썬캡과 바꿔쓰고 만장일치 좋다 박수치며
우리 다섯은 812-1 버스를 타고
뒷자석에 전부 앉아 한명 더 왔으면 자리 없어 클 날뻔 했다며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하차하여
끈떨어진 숙희베낭 얌전스런(?)명희가 챙겨온 실 바늘로
꼼꼼시런 향숙이가 꾸메고 희희낙락 산으로 향했다.
큰 나무 사이사이로 뽀얗게 움직이는 안개와 함께
우린 이얘기 저 얘기 끝도 없이 늘어놓으며 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을 찌르는 큰나무 빽빽히 우거진 숲 상큼한 나무냄새 나는
숲속길을 따라 중턱을 못미처 올랐는데 벌써 몸은 땀에 잠기고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빗방울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처다보니 희자는 얼굴이 맨송맨송하다. 평소 실력이래 가~는..
못오른다 엉그락 쓰던 명희는 다람쥐처럼 잘 오르고
제일로 힘들어 할줄 알았던 향숙이도 "어 ! 뚱뚱한 다람쥘세..
옛 실력이 아직 남았었던기라. 썪어도 준치라고...
바닥 매끌거리는 신발 탓하며 부지런히 뒤따르는 숙희
복장은 누구못지않은 폼으로 "신랑하고 같이 오면 손잡아 주는데.."
불평해 가면서 신랑이 갈쳐준 페이스로 제일 뒤에 오는사람이
대장이라 카민서 우리몰고 올라오는 춘희.
올라갈수록 안개는 어느듯 구름처럼 몰려다니며 하얀비 되어 내리고
우린 "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는 밤, 그대...."첫구절만 알거던
큰소리로 부를려다 부끄러바서 그만 뒀어.
날씨 좋고, 숲길 좋고 냄새좋고 그래서 기분좋고 내 이럴줄 알았다니까...
정상 바로아래, 큰나무 빽빽히 하늘을 막고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뽀얗게 구름인양 안개속을, 신선이 따로 있나?
우리가 바로 신선인기라. 신선이 꼭 남자였다는 전설은 없었잔아.
그곳에 자리잡고 춘희가 가져온 돗자리 피고
춘희 저는 신랑이 혼자 깔고 앉으라며 주었다는 저 닮은 작고 앙증스런 방석까지
내놓으며 야지랑(?)을 떤다.우린 모두 입을 삐죽이며 불버하고..
세상 참 공평하지 못하다. 나가는 뒷꼭지에다 아들 밥 걱정해서,
뒷꼭지 땡기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누라 궁디시러울까 방석까지 넣어주는 사람 있으니.
여름에 방석깔아 궁디 땀띠나드래도 오늘은 단연코 춘희신랑의 외조가 빛을 발한 날이다.
구름위에 앉은 여자 신선들은
각자 준비해온 맛있는 점심,희자의 마늘더배기 멸치볶음, 고추넣은 우엉도 맛있었고
춘희의 강의까지 곁들인 급속오이절임도 일품이었고
남의집 고향의 맛 전주비빔밥 삼각김밥,영양만점 샌드위치
각종 과일과 디기 사각사각한 싱싱한 오이.
정말 배가 터지는줄 알았어.
신선들이 노는 자리가 무지 좋아 보였던지 "방 빼실 거예요?"하며
우리 자리를 탐내는 부부에게 자리 물려주고 우린 정상으로 올랐다.
"와!! 만리장성이네 " 정상 능선으로 길다랗게 새끼 만리장성이 한창 공사중이다 .
한 십리장성쯤 될까? 진짜로 중간에 길도 있더라구.
카메라 안가져 온걸 후회하며 자그만한 들풀들과
나팔꽃 닮은 분홍색 매꽃들이 예쁘게 피어있는 풀섶길을 따라
정상의 남한산성 성벽의 고풍스런 둥근 문앞까지 오니
정말 사람들도 무지 많더라. 극장 파했는거 같어.
"야호!"는 마음속으로만 아주 크게 하고
우린 하산하기로 의견을 모아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조금 험했다. 올라오는 길 보다...
서로 조심하라며 당부해 가며 네발 동원하여
바위짚고 나무 짚어가며 잘 내려 왔는데
미끄러운 신발땜에 숙희가 좀 애먹었을끼라.
다음 산행땐 울퉁불퉁 성능 좋은 등산화 꼭 신고 올끼구만.
산아래 버스종점 도착하니 2시가 조금 안된기라.
찜질방가서 몸풀자 합의보고 희자는 식구들 찍어먹을것 없다고
걱정하며 찜질방 유혹 과감히 뿌리치고 가락시장행 버스를 탔는데...
희자, 가~들식구들은 뭘 꼭 찍어먹으야 되는 가비지. 우린 그냥 먹는데...
끝을 보는 우리넷은 거기서 다시 찜질방으로 향했고
몇번 전화해서 아쉬움을 전하던 조명희가
뒤늦게 찜질방으로 찾아와서 함께 뒷마무리 해주어
애초의 인원수 기어코 채우고 함께 사우나만 가볍게하고
옷 입고나니 4시30분, 마음좋은 택시 아저씨 만나 다섯명 낑가타고,
저번부터 명희가 말하던 유천 칡냉면 집으로 갔다.
물냉면에 만두까지, 어제도 명희가 성능좋은(?) 솜씨로 또 쐈다.
고마움이 변하여 버릇 될까 염려되어 다음부터는 여러사람이 솜씨부리기로 했다
명희야! 고마바여
앞으로 웬만하면 한달에 두어번씩 꼭 산행하자며 서로 약속하고
뭔가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함께 버스타고
지 집앞에서 차례차례 내려서 우린 그렇게 혜어졌다.
운동하고, 땀 흘리고, 목욕하고, 냉면 먹고,
오! 이렇게 깨운하고 상쾌한 것을....
어제의 산행은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본 시범산행이었으니
다음 산행때는 우리를 한번 믿어봐라.
"산 밑에서 꼭대기까지, 꼭대기에서 산밑까지, 책임진다. 화끈하게.."
긴글 읽어줘서 그대들은 복 받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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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휴 이제 다 읽었네. 읽기는 산의 풍경이 생생히 그려져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는데, 쓰느라고 고생 했다. 우째 그리 글을 잘 쓰누? 장원급제감이다. 너거 옆지기 우리 옆지기와 비슷한 성향이 보인다.그저 밥 , 밥, 내가 벗어나질 못한다니께.
아직까지 밥하는게 어색한 나도 아침에 옆지기 잔소리가 무서워 좋아하는 잔치국수 만드느라고 멸치물만들고 국수삶아놓고 양념장 만들어어 놓고 쑈를 한바탕 하고갔다. 아직도 우리가 이렇게 남편 눈치 보면 살아야 하나?
그러게 말이야. 근데 국수를 삶아 놓으면 퍼져서 되나?
수고 했네. 희자모습이 궁금하네 만나봤음 좋았을걸. 내가 갔음 난 틀림없이 밥 안가져 갔을거야. 아들네 집들이 한다고 도와주다 보니까 내가 먼저 지쳐서 동행 못했다. 첫 산행이 성공적이라 앞길이 환하다. 다음엔 수종사에 한번 가자 무지 좋단다. 뿅 갈만큼 좋다는 소문이다. 긴글 쓰느라 너무 애썼다.간거나 진배없네
다 읽고 난께 산에 올라가는 거 보다 더 숨 차네. 애 썼다 . 너 때매 다른 아-들 글 못 쓰여 . 신경 쓰이서 , 모두 어디서 퍼오기만 하까봐 걱정된다. 7월에 도 한번 가자 .옥규도 올란가베....
역시 인내와 끈기로 정복하는것입니다 눈이 시려도 돋보기 쓰고 장문의 글 잘보았읍니다
함께하지 못한 우리들 위해 생생한글 써주어 고맙다 눈에 선하네 다음 산행에 나도 참석할 수 있음 좋겠는데 노력 해볼께 그나저나 춘희 시집 참잘 갔네 생년월일이 모일 모신지? 손녀 보면 그날 잡을려고
내가 산행하는 기분으로 단숨에 다 읽었네. 어쩜 글솜씨가 정말 기막히다. 눈치보면 살아도 옆지기 두고 산행 갈 수 있는건 그래도 옆지기 잘 만난기라.
옥이 희영이 영순이 다음산행엔 모두다 얼굴 볼수 있었음 울매나 좋을까? 디기 재밌고 기분도 끝내주는데....
나도 너그들하고 사우나 하고 나온것맹이로 깨운하구마 니는10부작 소설도 꾸밀실력에 놀랬데이 우쩨 그리표현을 자세히 할수가 있겠노 쓰니라고 수고많았고 나도 남한산성 휘 돌고 글 올리느라 고생이 쪼매되네 춘희가 큰일 했구마
다섯 여자 신선이 구름에서 노닌 이야기, 너무 재미있다! 그런데 여긴 정말 풀 서비스네. 다음 산행엔 몰려오는 지원자땜에 진행에 차질이 좀 생기겠다. 그래도 풀 서비스엔 지장이 없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