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의 공천개입, 대통령의 부작위에 의한 위법 및 위헌 행위

[정태욱]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이 폭로되고 있습니다. 영부인의 공천개입이 대통령의 묵인 하에 진행되었다는 정황도 비교적 뚜렷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영부인은 민간인 신분이고 또 대통령이 아직 미취임의 당선인 신분이므로 공직선거법 위반 사항이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과 영부인은 공직선거법 위반의 공범이 될 수 있고, 또 대통령의 탄핵사유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공직선거법 위반 문제와 대통령의 헌법 위반의 문제로 나누어 살펴 봅니다.

첫째 공직선거법의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금지 문제입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은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하기 전까지는 정식 공무원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인도 법률에 의하여 대통령에 준하는 일정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고 할 때, 당선인도 선거의 공정과 중립을 지켜야 하는 지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은 마땅히 그러한 혐의를 가지고 수사를 해야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 영부인의 경우 민간인이므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부인의 그러한 행위를 대통령 당선인이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만류하지 않았다면, 이는 곧 대통령의 선거관여 행위가 되고, 대통령과 영부인은 공동으로 범법행위를 행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부인의 공천관여 행위가 대통령 당선인의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할 때, 대통령은 영부인의 행위를 만류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고, 그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일종의 대통령 자신의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선거관여 행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영부인의 공천관여 행위는 영부인의 작위(作爲)와 대통령의 부작위(不作爲)가 함께 작용한 공동의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대통령의 탄핵 사유에 대한 것입니다. 설사 대통령 및 영부인의 공천 관여 행위가 공직선거법 상 위반행위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러한 공천관여 행위는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법 제65조 제1항 탄핵사유로서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그에 더하여 그 위법 혹은 위헌 행위가 중대한 것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그 직위와 지위를 이용하여 함께 공천에 개입하고, 또 그럼으로써 정당의 민주적 운영을 저해한 것은 위법 및 위헌적 행위이며, 헌법을 수호할 대통령의 책무를 저버리고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을 배신하는 행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대통령 당선인 시기의 행위라면 그것을 직무 집행 당시의 위법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통령 탄핵 사유의 시점을 대통령 취임 이후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의 시기까지 넓힐 것인지 해석상 다툼이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대통령 당선인 시기의 행위이고, 그 행위의 결과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면, 이는 탄핵 사유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회는 탄핵소추를 진행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