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사십이 되어 불혹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웬만한 유혹 또는 미혹에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자기 기준을 가지게 되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물론 마흔 살이 되었다고 저절로 불혹에 이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자는 어려서부터 공부에 매진한 사람이니 그렇게 마흔 살까지 노력해서 겨우 그 경지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그런데 내가 마흔을 넘길 무렵 생각해보니, 공자의 그 말을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흔 쯤 되면 고집이 생겨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습관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마흔 살까지 형성된 습관은 정말 고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아니 마흔 살까지 가지 않아도 서른 살만 되어도 이미 습관이 굳어 ('머리가 굳어') 자기 생각을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더 어린 나이에도 그런 경우도 있다.
좋은 쪽으로 보면 주관이 뚜렷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의 공부와 경험과 숙고를 거쳐 형성된 주관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 검증받은 것이라면 존중할 만하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고집이 있으면 그나마 낫고, 그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부화뇌동이다.
고집은 나름의 일관성이 있다는 의미이니 그것이 현실과 합치할 때는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고, 다른 사람도 그 사람과의 관계를 설정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고집도 없으면서 이리 저리 휩쓸리는 부화뇌동은 자기 삶도 피곤하지만 주위 사람도 피곤하게 한다. 이런 사람과는 잘 지내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생각을 할수록 누군가에게 조언하는 일을 삼가게 된다.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결국 자기 생각대로 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때로 조언을 구할 때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결국 내 판단대로, 내 습관대로 결정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조언을 해주는 일도 드물지만, 조언을 구할 때도 절반 이상은 내 필터에 걸러지리라는 것을 감안하고 하게 된다.
그러면 상대방에게 실망할 일도 적다.
다만 어느 경우이건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의 생각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당신이라는 사람은 존중한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깨닫게 된 가장 중요한 지혜 중 하나다.
- 저녁 단상
감사합니다
마흔 넘으니 습관을 고치기는 정말 어렵고, 좋은 조언을 들어 행동에 옮기기는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책일 많이 읽고 나의 나쁜 습관을 고치고, 생각을 확장하려고 노력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연도,세상도 시간의 흐름을 따라 변화하는데,
'나'라는 사람은 자기주관.습성에 갖혀 현실안주에 머무름에
주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진지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제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직장에서 있으면서 민원을 봤습니다. 그때의 일을 돌이켜 보면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제 모습은 업무처리에 열중했지요.
그것도 민원인의 중심이 아니라 제 업무 중심에서요.
대부분의 민원은 제 직장내에서 경험하면서 생긴 불만 때문인데, 그것을 내 중심으로 처리했으니 민원인들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요 불만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민원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민원인 입장에서 처리하고 직장에 반영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후예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불같이 혹한다 해서 불혹 아닌가요?ㅎㅎ
세월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공자의 기준이라..저희 삼촌은 지천명이실탠대 아직 불혹도 못 가신듯..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