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교비정규직 담당공무원 30~40명을 뽑아 ‘호화판’ 해외여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지난 12일 밝혀졌다.
앞서 교육부는 ‘학교 청소용역 대량 해고’를 초래할 수도 있는 예산삭감 조치를 내린 바 있어 학교비정규직 노조 등 노동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9월 13일, 16개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교육부 주관 비정규직 담당 공무원 해외여행을 실시할 예정이니 교육청별로 2명씩 700만원의 별도 예산을 세울 것’을 특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담당 공무원을 교육부가 뽑아 해외여행을 보내기로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경비 또한 한 명당 35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어 정규 공무원들의 ‘호화판 외유’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학교 청소용역 노동자의 월급이 60만원인 점에 비춰볼 때, 이들의 아픔을 외면한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시도교육청에 올해 처음 신설된 ‘깨끗한 학교 만들기’ 관련 국고보조금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특별시와 광역시를 뺀 시도지역 전체 초등학교에서는 이 사업에 따라 한 달에 90만원씩 화장실 청소용역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20일치 공문에서 “정부에서는 ‘깨끗한 학교 만들기 사업’과 관련 2008년부터는 지방비사업으로 이양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교육부가 옷에 피를 묻히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을 비롯 3개 교육청이 내년 예산안에서 이 사업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교별로 용역계약을 맺은 2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해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창의 경기도교육위원은 “교육부가 올해 비정규직 청소원을 쓰는 용역업체와 계약토록 하더니 갑자기 없던 일로 해버렸다”면서 “경기도만 해도 도내 1000여 개 초등학교가 청소원들을 대량 해고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노동단체에서는 실태파악에 들어갔다. 김미경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회장은 “우리들은 비정규직법 통과 이후 해고에 몰려 자살을 시도하는 등 벼랑 끝에 서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담당 공무원들이 해외여행을 계획했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단체와 전교조는 실태파악 뒤 문제가 있을 경우 강력 대응할 태세다.
교육부 중견관리는 “청소용역을 시도교육청이 지방비에서 쓰도록 한 것일 뿐 사업을 없앤 것도 아닐 뿐더러 비정규직과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닌 이상 해고란 말도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정규직 담당 공무원들이 올해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해외여행 계획을 잡은 것”이라면서 “문제가 된다면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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