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 가는 길
-부안-
꽃이 피면 재미없어,
꽃은 봉오리로 있을 때가 좋아,
짧은 치마 두르고 있을 때가 좋은 기여,,,
누드는 별-로-여,,,
부안 바람꽃은 졌어도 미선나무꽃은 볼 수 있으리라 믿었으나 미선나무꽃 향기는 바람타고 떠난 지가 며칠이 지난 후였다. 아직 꽃봉오리로 있을 북쪽으로 가면 사람도 덜하고 편안하게 봄구경 하고 올 것 같았다. 구례를 벗어나니 벚꽃이 아직 피지 않았다. 전주에서 비빔밥 한 그릇과 한옥마을의 밤풍경, 막걸리촌을 둘러보고 어둠을 가로질러 김제를 지나 부안으로 간다. 부안에는 아직도 목련이 하얗게 피고 있는 중이었다.
새만금방조제 가락대교가 4월 27일 개통이 된단다. 군산까지 30Km가 넘는다니 언젠가 그 방조제를 달리고 싶었다. 가락대교 아래 갈매기와 거세게 밀려오는 밀물의 성난 물결이 방조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부안댐의 문학동산을 지나 적벽강, 채석강을 거쳐 내소사를 들어선다. 반계 유형원의 유허와 홍길동의 저자 허균의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듯 우반동 계곡을 뒤적이다가 곰소항, 염전을 거쳐 신석정 고택을 어둠이 내려앉은 늦은 시간에야 도착했었다...정읍, 임실 옥정호를 향해 밤길을 달린다.
-내소사-
부안에는 관음봉 아래 내소사가 있다. 백제 무왕(633년)에 창건한 고찰이다. 백제, 통일신라, 조선을 거치는 건축물들, 일주문 앞에는 큰 느티나무가 두 그루 버티고 있다. 700년 된 할아버지 느티나무와 1000년이 된 할머니 느티나무가 있고 절 입구에서부터 전나무 숲길에서는 피톤치드향이 가득하다. 전나무숲 아래엔 잎과 꽃이 서로 보지 못하는 석산 꽃무릇, 상사화를 줄지어 심었다. 꽃이 피는 9월이면 노랑 상사화가 장관일 것이다.
점심때가 지나 내소사를 들어선다. 일주문 앞 식당에서는 복분자주, 막걸리와 부안의 바다 해물들이 철판 위에서 지글거린다.
웅장한 건축물도 아니고 높은 탑도 없다. 모든 것이 평범하다. 백제시대의 절들이 대부분 이렇다. 평지에 높지 않은 돌계단이 전부이다. 다만 절의 연대에 맞게 나무들이 나이가 들었다. 나이 든 기둥과 나무들이 창건의 역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전나무숲길을 걸어서 사천왕문으로 가는 동안 스피커를 통해서 흐르는 잔잔한 부처님의 말씀이 편안히 흐른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전나무숲을 지나 연지부터는 단풍나무와 벚나무가 절 입구까지 오랜 흔적들을 안고 길 양옆을 지키고 있다. 아직 벚꽃은 피지 않고 불그스름한 단풍 새잎과 벚꽃 봉오리로 있다. 사천왕문을 들어서는 문에서 내소사 안쪽의 극락과 바깥쪽의 천국의 경치를 생각한다.
관음봉이 훤히 보이고 안쪽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관음봉 아래 자리 잡은 건물들이 조화롭다. 나무들도 오랜 절을 상징이라도 하는 듯 느티나무가 나이가 들어 보인다. 1000년 된 느티나무가 허리에 굵은 새끼줄을 감고 서 있다. 당산제를 지낸 듯하다. 4월 초파일이 가까워지고 봄의 여가로 평일에도 신도들의 발길도 잦다. 목련이 활짝 피고 벚꽃이 곧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올랐다.
대웅전 밖엔 내소사 전설의 이유일까 단청이 없다. 언젠가 소백산 아래 영주 부석사를 갔을 때 느낌이 든다. 건축물의 형식은 다르지만 문살의 꽃무늬 조각, 배흘림기둥, 단층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천왕문을 나서는 사람들의 휘어진 발걸음도 가벼워 보인다. 천국의 경치를 거니는 것처럼, 그들의 소원을 염원한대로 소원 되기를 바란다. 소원 없는 나의 발길도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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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는 늦게 도착하여 밤풍경만 보고 갔습니다. 부안 내소사가 사진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시더군요. 참, 좋았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