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전화 한통화가 왔습니다.
'선생님...서각을 해야하는데 글씨 한점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댁으로 찾아 뵈올까요?'
-.그러셔요..
다음 날 집으로 찾아오셨서....
'글씨 가격은 얼마를 드려야 할까요?'
-.서각을 주문 받고 해주시는 겁니까?
'네..제가 지금 한옥을 짓고 있는데 그 한옥 주인께서 서각 작품 가격을 주고 주문하시는 겁니다..
-.그럼 글씨를 보시고 적당하다 싶으신 값을 주셔요..
얼마를 달라고 정한 다음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곤란하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글씨값을 미리 정해서 써준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가 정해지든 그것에 대해 서운한 적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글씨가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를 결정하는것은 제가 아니라
필요한 당사자의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한옥집을 짓고 계신분이십니다.
저희집 지을때 지붕공사를 해주셨고 그때 이분께서 서각을 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각하시는 분들의 최대 고민이 바로 각을 할 글씨지요..
물론 글씨를 잘 쓰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그렇치 못합니다..
그래서 서각 전시회를 가서 보면 글씨체들이(인터넷에서 발취) 대동소이 한 경우를 쉽게 보게 됩니다..
저희 집을 지을때 며칠간 지붕공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되었지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글씨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셔요...서각하시다보면 분명 다양한 글씨체가 제일 문제가 됩니다.
저야 늘 글씨를 쓰고 있으니 서각하시는데 도움이 된다면 드리겠습니다...'
이 시골에 살면서 집짓는 일을 하면서 취미생활을 하며 열심히 사시는 모습을 본다는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 열심히 하신다는 것 자체가 참 보기 좋아서 응원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런 인연이였는데
요즘 한옥을 짓고 있는데 집주인이
그 한옥에 걸게되는 현판을 서각해 달라고 주문을 했답니다.
글씨를 받아야 하는데 ...기존에 글씨를 써주셨던 샘께서 쓰실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거죠..
그래서 제 생각이 났던 겁니다..
써야할 간판은 "大高家'...획은 쉽지만 폼나게 쓰기 어려운 자들이죠..ㅎ
하루 작업실에 내려가 큰 붓으로 한참을 썼나봅니다...
평상시에 캘리그라피를 자주 쓰다보니 큰붓보다는 작은 붓들로 글씨를 쓰게됩니다.
큰 붓을 잡아본 적이 언제였던가...ㅎ
며칠 후 글씨를 가지러 오셨습니다..
글씨를 보더니...입가에 미소를 지으시면서
'남자분 글씨체가 아니여서 사실 걱정을 했었는데 ...글씨의 힘이 여자분이 아니십니다.'
그런 후 잠시 밖에 나갔다 오더군요..
아마 글씨를 본 후에 사례를 얼마 할까를 결정하러 나갔던 모양입니다..
돌아와서는 부끄럽게 봉투를 내밀며...
'너무 적게 넣은것이 아닌가...죄송하네요..'....
--.괜찮습니다..걱정하지 마셔요..마음에 드신 듯하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멋지게 각을 하셔서 좋은 작품하셔요..작품이 완성되면 사진한장 보내주시구요...
글씨를 만족해하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보상이 되었는데...
봉투속에는 거금 50만원이 있었습니다..
큰 돈이죠.
그야말로 이 겨울에 보너스죠..
며칠 후 전화가 왔습니다.
한옥주인이 글씨가 마음에 드신다고 좋아하신다며
'이제는 제가 선생님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각을 잘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참 뿌듯했죠..이렇게 맑은 마음으로 작품을 하시는 분을 뵈면 많이 흐믓합니다..
많은 이들을 대하다보면 그렇치 않은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어줍잖은 작품인데도 엄청 대단한 실력인양 자신의 것이 최고라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봅니다..
그렇기 때문이 이 분의 마음씀이 크게 다가오는것이지요..
그전에도 산삼음식점 간판 작명도 해주고 글씨도 써주면서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받기도 했고..
또 ,다른 분식점 간판 글씨를 써주면서는 화선지를 사서 보내주는것으로 써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냥도 써주기도 합니다..
힘든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또, 좀 더 여유있는 사람에게는 그 가격이 높아야 작품성을 인정하는 습성이 있는터라 ...
내 나름의 계산법으로 정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돈의 가치는 같다고 하겠지만
분명 있는 사람에게 몇십만원,몇백만원은 그리 큰돈이 아닐 수 있겠지만
저 처럼 소시민에게는 그것이 목숨값으로 작용하기도 할만큼 큰 쓰임이 있는 돈이지요...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가치가 정해지는 작품가격...
이 방법이 맞는것이겠죠?
첫댓글 저는 가격은 잘 모르지만
비싼건 아닌거 같아요
좋은일 하신거 맞아요 ㅎㅎ
캘리그라피 가격도
많이 비싸던데요
그런가요?..ㅎ
사실 저는 가격을 몰라요..
부탁해서 써주는 글 아니면 팔아본 적이 없거든요..
좋은일 하십니다
제가 다 감사 하네요 ^~^♡
에구....그리 말씀해주시니
제가 부끄럽습니다..고마워요..
멋진 가격협상(?)이십니다.ㅎㅎ
글씨를 받으시고 만족하신 그 분이나
액수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기분 좋게 재능을 발휘하신 인화님~
두 분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자니 훈훈함이 가득이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글귀가 실감이 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돈이야 주머니에 넣고 쓰기 시작하면 며칠이나 가겠어요?
그러나 주고 받은 마음은 오래 남거든요..
그것이 힘으로도 작용하고, 의욕으로도 진행되는...ㅎ
참 귀함이죠..
너무나도 현명하십니다
작품을 어찌 돈으로 셈하겠냐마는
어쩌거나 인화님의 글씨의 자부감 상하지 않고
받는분 좋은작품 각자의 최선의 값으로 쳐주고
너무 좋은거래 입니다
칭찬해주시니 어깨 으쓱^^입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더준다고해도 써주기 싫은 사람이 있더라구요..
결국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것은 마음이란 생각입니다..
두분이 값을 떠나서 마음을
나누신듯합니다.
따뜻한 이야기네요
네...저도 그래서 기뻤습니다..
착하고 성실한 마음을 느끼게되면 함께 착해지고 싶거든요..ㅎ
참 서로간에 가격 매기기가 쉽지않은일이예요!
주는 입장에선 실례되는 금액이 아닌가싶기도 하고 ...
멋지십니다
그럼요..그럼요..
저도 다른샘 좋은 글이 있어도 얼마냐고 여쭤보지 못해요..ㅎ
그러다가 큰 돈이면 살 수도 없고 못 사게되면 질문한 것이 쓸데없는 일이되니까요..ㅎ
인화인의 글씨가 아주 유명해져서 예약줄서서 인화님 글씨 주문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마음과 뿌듯하신만큼 각도 잘 잡고, 멋진 작품으로 거듭나길요~ 훈훈한 글에 미소짓습니당^^&
그럴 일은 절대로 없어요..능력도 부족하고ㅎㅎ
전 지금이 딱 좋아요..ㅎ큰 욕심도 없고 그저 성실히 농사지어 민생고 해결하면서
우리님들과 소통하면서 지내는 지금...지금이 최곱니다..
년말이라 많이 바쁘시겠어요..항상 건강에 유의하셔요..^^
인화님 감동입니다
멋진 생각에 박수를 보냅니다
레드케이님~~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