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포일낙(季布一諾)은 행복의 문의 열쇠
솔향 남상선 / 수필가
우리의 삶은 약속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친구와의 데이트 약속, 지인과의 골프 약속, 이웃집 모심어 주기 약속, 과수원집 사과 따 주기 약속, 사랑하는 아들딸 데리고 놀이동산 가기로 한 약속, 배우자 생일 선물 사주기로 한 약속, 집 팔고 기일 내 집 비워 주는 약속 등등 수많은 약속들이 있다.
약속은 말로 하는 언약이 있고, 문서로 하는 계약이 있다. 약속은 묵시적으로 성립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어쨌든 반드시 지켜야 한다. 모든 약속은 시간을 전제로 해서 성립된다. 약속 시간을 가까이 잡았거나 길게 잡았거나 시간차만 있을 뿐이지 지켜야 하는 것임은 틀림없는 일이다.
혹자는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말로만 약속이지 아예 식언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라 하겠다. 약속 시간은 다 됐는데도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시간에 관계없이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약속을 해 놓고 식언하면 신뢰성을 잃는다. 식언한 사람은 고립되기 쉽고 사회생활하기가 어렵다.
불신으로 고립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식언이 주요인이리라. 약속을 잘 지키고 안 지키는 것은 단순한 게 아니다. 행불행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타산지석이 될까 해서 일화 한 편을 소개하겠다.
어느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 한 구석에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신사는 어릴 적 친구와 나이 육십이 되면, 이 운동장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서 친구를 만나러 나왔다고 했다.
잠시 후에 청년 한 사람이 급히 노신사에게 다가오더니 묻는 거였다.
“혹시 어르신께서 어릴 적 친구를 만나러 오셨나요?”
“예, 그런데 당신은 누구신가요?”
“아버님이 이년 전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는데, 어릴 적 부모 없이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와 약속했다면서 아들인 저에게 만날 날짜를 가르쳐 주시면서, 오늘이 되면 대신 나가서 만나 달라고 부탁하셔서 나왔습니다.”
노신사는 친구 죽음의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켜준 친구의 마음이 너무도 고마웠다. 노신사는 동대문 시장에
의류 제조 판매업으로 수 천 억을 가진 재벌회장이었다. 자식이 없는 그 분은 자신이 하는 사업 후계자를 찾고 있던 중에 친구의 아들을 만나게 된 거였다. 친구와의 약속이 지켜졌음을 확인하고, 기업을 안심하고 친구의 아들에게 맡기게 되었다.
이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게 하고 있다.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고 있다.
어릴 때 했던 약속을 나이 육십이 되도록 기억하고 지키려는 참된 우정이 부럽다.
약속은 함부로 해서도 안 되지만,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 우정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약속은 지키는 사람만이 신뢰도 인정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약속은 지킴으로써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속을 지킴은 기쁜 일, 축복받는 일을 불러 오는 것이다.
약속 이행을 하고, 안 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가늠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것이 약속이라면, 약속을 지키는 것은 생명처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약속의 불이행은 불신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버림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갖바치 내일 모레>라는 말이 있다. 갖바치들은 흔히 주문받은 물건을 제날짜에 만들어 주지 않고, 약속한 날에 찾으러 가면, 내일 오라, 모레 오라 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 속담이 혹시 내 얘기는 아닐는지 가슴에 손을 대 봐야겠다.
또 계포일낙(季布一諾)이라는 고사도 있다. 중국 초나라 장수인 계포의 일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장수 계포의 한 번 승낙은 백금을 얻기보다 어렵다 했다.
계포 장수의 승낙은 그만큼 소중하고 <절대로 틀림없는 것>이란 뜻이다.
‘계포일낙’이 바로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 얘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탈무드에 <아이에게 무언가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라. 지키지 않으면 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이 된다.> 했다.
약속을 지키는 건 삶의 덕목이다. 덕목으로 사는 것은 행복을 약속하는 것이다.
‘계포일낙(季布一諾)은 행복의 문의 열쇠’
일화의 주인공도‘계포일낙으로 살았기에 행복하게 된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처럼 나도 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갖바치 내일 모레>라는 속담처럼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있진 않은지!
60년의 약속을 지킨 행복의 주인공 이야기에 부끄러움은 없는지!
심장 박동을 한 번 들어 볼 일이로다.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삶의 덕목이다.
우리 모두가
‘계포일낙’으로 열쇠를 삼아 행복의 문을 열어야겠다.
첫댓글 약속의 중요성을 재 인식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