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에 세계 2차 대전 당시의 프랑스 레지스탕스 이야기를 다룬 '철로 변 전투'
(La Bataille Du Rail)로 깐느의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이어, 1952년에 발표한
금지된 장난 (Jeux Interdits) 으로 이미 세계적인 스타급 감독이 되어있던,
르네 끌레망(Rene Clement. 1913-1996, 프랑스) 감독은
그 당시에 고다르(Jean Luc Gordard. 1930, 파리)등이 주도하여 급물살을 타던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운동을 그때에는 별로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누벨 바그 가 뭐 새로울 게 있냐는 듯이,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준
(새 도전장 같은) 이 영화를 발표하였는데, 오히려 이 작품이 마치 누벨 바그의
주류 작품인 듯, 대단한 찬사를 받게 되었으니 역시 베테랑 감독의 역량이라는
것은 무슨 새로운 풍조라는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듯도 하다.
특히 이 영화에선 영웅이 주인공이 아니고, 악한이 주인공인데도 관객들로 하여금
그 나쁜 주인공과 동화가 되게끔 한 기막힌 그의 연출솜씨는 과연 높이 살만하다.
바로, 영화가 끝 장면으로 가면 갈수록, 탐의 편을 들어주게 되는 이유는 이렇게
단지, 주인공인 알랑 드롱 이 잘 생겨서만은 절대 아닌 것이다.
(르네 끌레망 의 자세한 이야기는 1952년의 금지된 장난 리뷰에서)
1999년도에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라는 또 다른 버전의 영화로
리메이크 된 적이 있지만, 이 작품의 원작은 1955년에 출판된 미국 텍사스 출신의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 1921-1995, 미국) 의 재주 많은 미스터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인데 추리 소설 작가인 그녀는 이 작품이후에 ‘
Mr. Ripley, Under Ground’(1970년 출판-2004년에 ‘Mr. Ripley's Return‘
으로 영화화가 됨)에 이어 ‘Mr. Ripley, Under Water’
(1991년 출판)까지 모두 5편의 ‘미스터 리플리(Mr. Ripley)시리즈’를 출판하였다.
따라서 왼 만한 감독 같으면, 끝 장면을 달리해서라도 후속 작을 (속)태양은 가득히’
같은 것생각 해 봤을 것도 같은데, 끌레망 감독은 아예 생각조차도 안 하였다고 하니,
역시 흥행보다는 단 한편이라도 작품성부터 먼저 생각하는 비범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원작소설은 속편을 위해 탐 의 완전 범죄로 끝이 남/ 원작소설에 좀
더 충실하고 또 다양한 재즈 삽입곡들로 영화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앤소니 밍겔라
(Minghella)감독의 The Talented Mr. Ripley (1999) 도 매우 우수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이태리와 합작이라서 그런지 영화 음악은 이태리출신으로서 당시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던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1920-1993, 이태리)의
오랜 짝꿍(Collaborator)이었던 니노 로타(Nino Rota. 1911-1979, 이태리)가
맡았는데 동양적 감각의 따뜻한 느낌이 나면서 쉽게 외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름다운 멜로디의 주제곡(Main Theme)은 영화의 히트 못지않게 우리나라에서는
연주 음악으로 상당히 널리 알려졌었다.
이곡 역시 당시의 유행과도 같이 한곡의 테마(주제)를 여러 스타일로 변주하면서(재즈
스타일 포함) 여러 번 반복을 하는데, 때론 실로폰으로, 바이올린으로 또 색소폰과
피아노로도 연주를 하고 있다.영화 초반에 마르쥬(마리 라포레)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알랑 드롱 도 우리가 잘 아는 노래, ‘사랑의
기쁨(Plasir D' Amour)’을 부르는 장면이 특이하게도 잠깐 나온다. 드롱은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목소리도 상당히 섹시 해서,음반도 여러 장을 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달리다(Dalida)와 함께 부른 듀엣 곡
‘빠롤레 빠롤레(Paroles, Paroles)’는 무척이나 큰 히트를 하였었다.
한편 영화에서도 노래를 하였지만 마리 라포레 역시 이 영화의 주제곡을 나중에 음반으로
발표도 하였고(‘금지된 장난’의 주제곡도 포함), 또 잠시 가수로서도 활동한 적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하늘과 바닷물 색깔이 어쩌면 저렇게 푸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 정도로, (마치 물감으로 칠을 한 듯 한) 너무나 컬러풀한 화면이 인상적인데,
무공해의 맑은 태양빛 아래서 찍은 환상적인 자연 풍광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너무나 깨끗하다.
촬영은 나폴리를 중심으로 그 인근 작은 어촌 마을들에서 하였다고 하는데,
어느 일본인이 너무나 멋지게 작명한 ‘태양은 가득히’ 라는 제목(영어제목은 ‘Purple
Noon’)이 무척 잘 어울리는 전반적으로 밝은 톤의 원색 화면이 참 보기에 좋다.
이렇게 화면 좋고 음악 좋고 거기에다 배우까지도 보기에 좋으니(또 스릴 있고
짜임새 있는 줄거리까지) 이 영화는 분명 세월이 가도 영원히 남을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더군다나 우리들의 영원한 미남, 알랑 드롱 을 이야기 하자면 절대로 빼 놓을 수가
없는 작품인 것도 역시 틀림이 없다.
(사족) 그나저나 아직도 그는 영화 출연을 계속하고 있다는데(이 년에 약 한 편정도),
왜, 그의 근작은 통 볼 수가 없는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 예고 편 외 동영상 모음: